퇴직 준비의 핵심은 '정보'가 아니라 '자기 탐색'이다. 필자가 최근 중장년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전직지원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분석하는 실증연구를 진행했다.
전직지원 프로그램 전후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 취업 정보나 구직 기술교육보다 '개인탐색효능감'이 가장 크게 변화한 요소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개인탐색효능감(personal exploration efficacy)'이란 자신이 희망하는 경력 및 직업에 관하여 자신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선호하는바 그리고 능력, 역량에 대해 얼마나 잘 인식할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개인에 대한 진단(assessment)을 통해 퇴직 이후 자신이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어떤 경력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인식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나는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객관적인 진단을 통해 스스로 명확히 설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개인에 대한 진단과 경력 분석을 통해 경력목표가 보다 구체화할 때 퇴직 이후 경력의 방향도 비로소 명확해진다.
많은 중장년이 퇴직을 앞두고 막막함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십 년 동안 한 조직에서 일했지만, 막상 조직을 떠나려는 순간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50대 후반의 한 퇴직예정자 A 씨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대기업에서 30년 이상 근무하며 관리직을 맡아왔지만, 퇴직이 가까워지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력서에 쓸 경력은 많은데, 막상 밖에 나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는 전직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여러 가지 직업에 관한 정보를 접했다. 특히 중장년 채용시장 동향, 직업훈련 과정, 재취업 사례 등 다양한 정보를 접했지만, 처음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고 한다. 변화가 생긴 것은 개인의 적성, 직업가치관, 역량 진단과 체계적인 경력 분석을 거친 이후였다.
그동안 수행했던 업무를 하나씩 분석해 보니 현장의 인사 관리, 현장 업무 조정, 프로젝트 운영 등 자신이 실제로 해왔던 역할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는 기존 관리 경험을 살려 중소기업의 운영 지원 역할로 경력 목표를 다시 설정하게 됐다.
몇 달 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필요한 건 자신을 다시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이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필자의 연구 결과도 비슷한 방향을 보여준다. 전직지원 프로그램 참여 전에는 많은 중장년이 취업 정보를 찾는 데 집중한다. 중장년 채용 공고, 직업훈련 과정, 정부 지원 제도 등을 알아보는 데 시간을 쏟는다. 그러나 프로그램 이후 실제로 변화하는 지점은 정보량이 아니라 개인의 경력을 해석하는 방식이었다.
다시 말해 중장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취업과 관련된 정보가 아니라 경력을 다시 읽어내는 과정이다.
현장에서 일대일 컨설팅을 해 보면 중장년 구직자의 퇴직 이후 경력을 설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동안 해온 일이 특정 조직 안에서만 의미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환경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경험인지 구분해야 한다. 또한 자신이 잘하는 일과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일이 어디에서 만나는지도 실제 찾아봐야만 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 바로 재취업 시장에 뛰어들면 흔히 이런 상황을 겪게 된다. "경력이 많은데도 왜 연락이 없을까요?"

중장년 구직자의 많은 경우 문제는 경력의 양이 아니라 경력의 정리 방식에 있다. 따라서 전직지원 프로그램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연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순 취업 정보 제공 중심에서 벗어나 개인의 역량 진단, 경력 분석, 직무 적합성 탐색 등 개인 탐색 중심의 내용이 강조되어야 한다. 퇴직 이후의 경력은 결국 개인의 선택과 전략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장년 퇴직 준비에서 꼭 점검해 볼 질문이 있다. 이왕이면 각각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퇴직 이전에 반드시 작성해 봐라.
첫째, 지금까지 해온 일 가운데 조직을 지금 당장 떠나도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은 무엇인가? 둘째, 그 경험을 하나의 역할이나 직무로 설명할 수 있는가? 셋째, 앞으로 5년 정도 지속할 수 있는 경력 방향은 무엇인가?
따라서 퇴직 준비는 단순히 '다음 일자리 찾기'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에 가깝다.
많은 중장년이 퇴직 이후의 경력을 고민하면서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재취업 정보다. 그러나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그보다 앞 단계에 있다. 바로 자신의 경력을 객관적으로 냉정히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경험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경험이 다음 경력으로 잘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 번쯤 멈춰 서서 일과 경력을 다시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퇴직 이후의 경력은 정보를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새롭게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 먼저 길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중장년의 성공적인 재취업 준비의 출발은 '개인탐색'부터 시작된다.
*장욱희 박사는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와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주)커리어 파트너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방송 관련 활동도 활발하다. KBS, 한경 TV, EBS, SBS, OtvN 및 MBC, TBS 라디오 등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고용 분야, 중장년 재취업 및 창업, 청년 취업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삼성SDI, 오리온전기, KT, KBS, 한국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서울시설공단, 서울매트로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전직지원컨설팅(Outplacement), 중장년 퇴직관리, 은퇴 설계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대학생 취업 및 창업 교육,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공공부문 면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아웃플레이스먼트는 효과적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인사혁신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여가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비상임 이사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