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란 전쟁의 여파로 미국의 디젤 가격이 일주일 새 갤런당 1달러 가까이 급등하며 물류와 농업 등 실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풍부한 원유 생산량을 근거로 경제적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운행 중단과 식료품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 재발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내 평균 디젤 가격은 갤런당 4.78달러(약 7,050원)를 기록하며 일주일 전보다 약 23% 급등했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5.82달러)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특히 물류 허브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의 한 주유소에서는 디젤 가격이 갤런당 8달러란 안내 전광판이 목격되며 차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에너지 가격의 가파른 상승은 즉각적인 물류 마비로 이어지고 있다. 유류 할증료 보호를 받지 못하는 개인 트럭 차주들은 적자 운행을 견디지 못하고 트럭을 세우고 있으며,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 고속도로 주행 속도를 시속 65마일에서 55마일로 낮추는 등 고육책을 내놓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비용 부담으로 인해 3만 달러에 달하는 엔진 정비나 노후 부품 교체를 무기한 미루는 차주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대형 물류 사고나 공급망의 물리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업 부문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봄철 파종기를 앞두고 트랙터와 수확기의 주연료인 디젤 가격이 치솟으면서 농가 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분석가들은 현재 2.4% 수준인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에너지 비용 상승 여파로 오는 5월경 3.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측한다.
컨설팅업체 RSM의 조 브루수엘라 수석 경제학자는 "디젤 가격 상승세가 90일 이상 지속될 경우, 이는 즉각적인 식료품 가격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봄철 파종기에 투입되는 트랙터와 콤바인의 연료비 상승이 수확물 가격에 반영되는 시차를 고려할 때, 이르면 올여름 미 전역의 슈퍼마켓에서 '식료품 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석유가 매우 많기 때문에 이번 위기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유가가 글로벌 시장 가격에 연동되는 데다 호르무즈 해협마저 사실상 폐쇄되면서, 대통령의 공언이 민생 현장의 고통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