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거주 대출 단계적 LTV 축소, 대출 만기 구조 차등화"
금융당국, 대통령 발언 구체화 검토…"실현 논의 중"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금융위원회가 설 연휴 직전부터 다주택자 대출 연장에 대한 규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당국이 2년 내 기존 다주택자 대출 해소 등 강력한 원금 회수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전 금융권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해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 필요성을 논의했으며, 연휴 직후인 19일 다시 전 금융권 여신 담당자를 소집해 다주택자 대출 취급 현황과 만기 구조 등을 점검했다.

이를 바탕으로 24일 금융위원회는 5대 은행과 상호 금융권을 불러 다주택자 대출 연장 관행 개선 및 만기 연장 제한과 관련해 구체안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다주택자 현황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규제 논의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규제는 다주택자의 기존 대출의 원금을 단계적으로 회수하는 내용이 될 전망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다주택자 주담대 잔액은 올해 1월 말 기준 36조468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1월 말 15조 8565억원과 비교하면 약 130% 증가한 수치다. 다만 지난해 6·27 대책을 기점으로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신규 주담대가 금지되면서 잔액은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이 정책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원회는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다주택자 주담대 총액을 줄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20일 "왜 RTI(이자상환비율) 규제만 검토하나요"라며 "대출 기간 만료 후에 하는 대출 연장이나 대환 대출은 본질적으로 신규 대출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 연장이나 대환도 신규 다주택 구입에 가하는 대출규제와 동일해야 공평하지 않을까요"라고 강력한 조치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일거에 대출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의 충격이 너무 크다면 1년 내 50%, 2년내 100% 해소처럼 최소한의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신규 다주택에 대한 대출규제 내용을 보고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 연장 및 대환 현황과 이에 대한 확실한 규제 방안 검토를 내각과 비서실에 지시했다"라고 구체적인 방향까지 제시했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22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주택시장에서 투자 목적으로 사용되는 담보 대출이나 갭투자 전세금 등의 레버리지가 거시경제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아파트와 비거주 다주택의 레버리지 의존 구조를 지금처럼 유지하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가"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중요한 것은 기대 구조를 재편하는 일"이라며 "거주 다주택 대출의 단계적 LTV(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 축소, 대출 만기 구조 차등화 등의 신호가 일관되게 축적되면 기대수익률이 재평가된다. 전환은 점진적이어야 하지만 그 방향은 선명해야 한다. 투기적 기대를 증폭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신용의 원칙을 명확히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이재명 대통령 등의 주장에 대해 실현 가능성 등을 신중히 검토 중이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철학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김용범 정책실장은 제외하고라도 대통령 역시 사안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김용범 실장이 밝힌 구체적인 방향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다주택자의 만기 연장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강경안도 검토했지만, 개인 주담대의 특성상 대부분 수십년 만기 분할 상환 방식으로 설계돼 있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5대 은행에서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다주택자 주담대 잔액은 약 499억원으로 전체 잔액의 0.14%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당국은 연장을 허용하되 만기 연장 또는 대환 시 잔여 원금의 50%를 상환하도록 요구하고, 2년 이내에 전액 해소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은행 관계자는 "1~2년 이내의 단기간에 다주택자 기존 대출을 상환하라는 것이 당국의 분위기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이 같은 단기간 내의 다주택자 기존 대출 회수에 나설 경우 부작용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도 기존에 적법하게 이뤄졌던 대출을 정책 변화를 이유로 연장을 불허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여기에 단기간 내에 원금 회수가 추진될 경우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행 기준상 지방에 주택 1채, 서울에 주택 1채를 보유하는 이는 다주택자에 해당되는데, 정부는 수도권과 규제 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를 우선 관리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1주택자와의 형평성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되며, 고령의 부모가 거주하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 등 투기 목적이 없는 실수요 다주택자에게도 동일한 규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때문에 단순히 주택 보유 수가 아닌 임대수입 여부, 실거주 여부, 취득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차별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dedanh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