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 케이캡 효과로 매출 1조 시대 개막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신약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내수 시장이 치열한 경쟁과 약가 규제 등으로 인해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해외에서 성과를 낸 신약 덕에 매년 실적 최대치를 경신하는 기업들이 잇따르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적 발표 결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신약이 매출 증가와 수익성 개선을 이끌며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글로벌 성과에 따라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매출 2조1866억원, 영업이익은 104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7%, 90.2% 성장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사상 최초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실적이 성장한 배경으로는 렉라자 기술료 수익이 꼽힌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041억원의 기술료 수익을 확보했다. 4분기에는 렉라자 중국 진출에 따른 마일스톤 등 703억원의 마일스톤이 유입됐다. 렉라자는 2024년 8월 미국 승인을 시작으로 유럽과 일본, 중국에 진출했다. 올해도 유럽 출시에 따른 마일스톤과 판매 로열티 등이 유입되며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GC녹십자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정맥주사형 면역글로불린 '알리글로'를 앞세워 지난해 2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냈다. 미국에서만 연간 1500억원을 웃도는 매출을 올렸다. 그 결과 회사의 연결기준 매출은 1조99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8.5%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배 이상 성장한 691억원을 기록했다.
알리글로는 GC녹십자가 직접 개발해 미국에서 판매 중인 치료제로 성인 일차성 체액성 면역결핍증 환자에 쓰이는 혈약제제 신약이다. 2023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이후 주요 보험사 처방집에 등재되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의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효과로 연매출 1조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조632억원, 영업이익은 110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5%, 25.7% 증가했다.
케이캡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 치료제로 기존 프로톤펌프억제제(PPI) 대비 빠른 위산 억제와 장기복용 안전성, 식사와 무관한 복용 편의성 등이 강점이다. 2019년 출시 이후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해외에서도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55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었으며 19개국에 출시했다.
미국에서는 3상 성공 후 지난달 신약허가신청(NDA)을 제출했으며 내년 중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오는 2028년까지 케이캡 출시 국가를 100개국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실제 케이캡은 완제품 수출과 로열티 유입을 기반으로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케이캡의 완제품 수출 규모는 2024년 82억원 규모에서 2025년 127억원으로 55% 가량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다.
중국 현지 파트너사로부터 유입되는 로열티 규모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케이캡은 지난 2022년 중국에서 '타이신짠'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으며, 2024년 기준 로열티는 약 62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로열티는 헬리코박터 제균요법 보험 적용 확대 등의 영향으로 2024년 대비 100% 이상 성장한 125억원~140억원 수준으로 관측된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호조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수직상승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7067억원, 영업이익 2039억원을 기록했다.
세노바메이트는 기존 뇌전증 치료제로 조절이 어려운 발작 억제 효과와 차별적인 임상 데이터, 미국 현지 직판 체계를 바탕으로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최근 매출 추이는 2023년 2708억원, 2024년 4387억원, 2025년 630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4% 성장한 규모다.
그 결과 회사는 세노바메이트 단일 품목 만으로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실제 SK바이오팜의 전체 매출의 90% 이상은 세노바메이트가 차지하고 있다. 올해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매출 목표는 7000억원대 중후반으로, 처방 확대와 적응증 확장 등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세노바메이트 사례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기술수출에 의존하지 않고 개발부터 허가, 영업·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덕분에 탄탄한 현금창출 기반을 통해 후속 신약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국내 제약사들의 성장 동력은 대부분 전문의약품 등의 판매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해외 시장에서 상업화에 성공한 신약이 로열티와 매출을 창출하며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해외에서 상업화에 성공한 신약을 보유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실적 격차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