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합의 원해" 압박 속 긴장 완화 돌파구 주목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이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핵 협상에서 최종 합의 도출을 위한 '원칙적 가이드라인(Guiding Principles)'에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사 행동 경고로 중동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양측이 '합의의 시작'을 알리는 기본 원칙에 합의하면서 외교적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지난 6일과 마찬가지로 간접 방식으로 열린 이날 2차 협상은 제네바 주재 오만 대사 관저에서 3시간 넘게 진행됐다. 회담을 마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회담은 지난 오만 회담보다 훨씬 건설적이었고, 의미 있는 진전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양측이 향후 정식 합의문 작성을 위한 일련의 원칙적 가이드라인에 합의했다"며 "이제 우리 앞에 긍정적이고 명확한 경로가 열렸다"고 강조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또 "양측이 각자 합의 초안을 작성한 뒤 이를 교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즉각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 직후 이뤄졌다. 트럼프는 회담을 앞두고 "이란은 합의를 원하고 있으며, 이번 회담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했다. 미국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대표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견해차는 남아 있다. 미국은 이란에 핵 프로그램 외에도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 역내 무장 세력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논의 범위를 핵 문제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란 관리들은 제재 완화 없이는 핵 농축에 대한 양보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고, 일부 당국자는 그 대가로 이란이 미국에 석유·가스·광업 분야에서 수익성 있는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중동 지역에는 미 항공모함 2척이 전진 배치돼 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해상 훈련을 강화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여전히 팽팽하다. 회담 시작 직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미국의 추가 항모 파견에 대해 "전함(항공모함)은 분명 위험한 무기지만, 전함을 바다 밑으로 보낼 수 있는 무기는 그보다 더 위험하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또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 요구를 "비논리적"이라고 비난하며, 그러한 요구가 자위권을 가진 국가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하루 전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대규모 해상 실사격 훈련을 실시해 군사적 긴장감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번 합의가 즉각적인 돌파구를 의미하진 않지만, 최소한 그 길이 열렸다"며 신중한 낙관론을 내비쳤다. 양측은 초안 교환 이후 3차 회담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