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사에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말이 있다. 우연히 얻은 성과에 기대어 같은 결과가 반복되기를 기다리는 태도를 경계하는 이야기다. 요즘 민생 현장에서 시민들과 마주하다 보면, 이 사자성어가 현재 정치 현실과 겹쳐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단순한 비유를 넘어, 오늘의 야당 정치가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비춰보는 표현이다.
필자는 국민의힘 경남도당 주요 당직자로서, 우리 당이 지역 민심을 직시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절박한 문제의식에서 이 글을 제언한다.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야당의 미래를 좌우한다. 야당의 역할은 집권당의 과오를 바라보며 기회를 기다리는 데 있지 않다. 국민 앞에 선택 가능한 대안을 준비하는 데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정부와 국정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렇다고 야당의 역할이 여당 정책과 국정 운영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비판은 출발점일 뿐이다. 구체적인 대안과 실행 경로가 동반될 때 비로소 국민의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 집권당 정책의 미흡함이 자동으로 야당 지지로 연결되지 않는 현실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사실이다.
민생 현장에서 시민들은 묻는다. "국민의힘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단순한 비판만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민생과 경제, 지역 현안에 대해서는 정책 설계와 실행 계획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수치와 구조, 실행 가능성으로 설명하는 정치가 요구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려오는 평가는 녹록지 않다. 부동산 안정화,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국민의힘의 정책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중앙과 지역을 잇는 전략 역시 체계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직과 인재 육성에서도 한계가 드러난다. 정책 전문 인력 확보와 차세대 리더십 육성이 충분했는지,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현장 소통과 민심 반영에서도 아쉬움이 크다. 시민과 당원들은 정책 체감도가 낮고, 현장의 목소리가 신속하게 정책으로 연결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공천 과정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지역 민심과 후보 검증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일부 과정에서 불투명성이 지적되면서 조직과 국민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
경남은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이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분명 과거와 다르다. 강한 지지보다는 관망이 늘었고, 정치 전반에 대한 피로감도 확산되고 있다. 집권당 정책에 대한 불만이 곧바로 야당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다음 기회는 결코 보장되지 않는다.
야당이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는 기다림과 과거에 기대는 정치다. 과거의 경험과 성과에 안주한 채, 집권당의 실책이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이미 여러 차례 실패로 증명됐다. 정치 환경은 더 이상 단순하지 않다. 국민은 준비된 야당을 선택한다. 준비 없는 야당은 집권당의 정책이 흔들려도 선택받기 어렵다.
지역 현안은 산업 전환, 인구 감소, 일자리 구조 변화라는 복합적 과제를 안고 있다. 시민들은 누가 더 강하게 비판하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실질적이고 실행 가능한 해법을 제시하는지를 본다. 야당이 이에 답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비판의 수위가 높아도 국민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과거에 얽매이고 준비 없는 정치는 야당에게 치명적이다. 집권당의 과오를 바라보며 기회를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지금의 정치 국면을 극복할 수 없다. 야당의 시간은 기다림의 시간이 아니라 준비와 축적의 시간이어야 한다. 정책을 정밀하게 다듬고, 인물을 키우며, 국민과 지역 현장에 설명 가능한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내부를 향한 태도 또한 중요하다. 현장에서 감지되는 위기 신호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한다면 대응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경남에서도 정치적 긴장감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신호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당 전체가 직시해야 할 문제다.
기다림과 준비 없는 수주대토식 정치로는 현재의 정치 국면을 극복할 수 없다. 변화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다음 기회 역시 오지 않는다. 이것이 민심을 마주한 현장에서 내린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