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2025년 가요계는 여전히 아이돌 중심 구조가 유지됐다. 밴드 포맷이 다시 한 번 유의미한 선택지로 떠오른 해였다.
한동안 '마니아 장르'로 분류되거나 대중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밴드는 음원 차트와 공연 시장에서 동시에 성과를 내며 존재감을 확장했다.

이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밴드가 다시 검증 가능한 카드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흐름이라 볼 수 있다.
그 중심에는 데이식스가 있다. 데이식스는 군백기 이후에도 음원과 공연에서 흔들림 없는 성과를 이어가며 밴드의 장기 생존 가능성을 수치로 입증했다.
2025년 발표한 신곡은 멜론 톱100 등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에 안착했다. 발매 이후 수개월이 지나서도 순위가 유지되는 '장기 차트인' 양상을 보였다. 이는 특정 시점의 화제성에 의존하기보다, 음악 자체의 완성도와 반복 청취가 소비로 이어졌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공연 성과는 더욱 상징적이다. 데이식스는 2024년 연말 K팝 밴드 최초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며 약 2만 5000석 이상을 채웠다. 이후 2025년 KSPO 돔 공연 역시 다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밴드가 돔 공연까지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례다. '밴드는 공연 규모에 한계가 있다'는 기존 인식을 뒤집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걸밴드 QWER의 약진도 2025년 밴드 붐을 설명하는 중요한 축이다. QWER은 밴드라는 형식에 유튜브·숏폼·스트리밍 친화적 콘텐츠를 적극 결합하며 대중 접근성을 끌어올렸다. 음악방송, 페스티벌, 온라인 콘텐츠를 오가며 인지도를 확장했다. 일부 곡은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걸밴드는 어렵다'는 고정관념도 깼다. 밴드 역시 아이돌처럼 소비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 같은 성과는 기획사들의 전략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밴드 명가'로 불리는 FNC엔터테인먼트는 신인 밴드 에이엠피(AxMxP)를 론칭하며 밴드 계보를 이어갔다. 과거 FT아일랜드, 씨엔블루를 통해 축적한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퍼포먼스 중심 K팝과 차별화된 사운드와 연주력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다.
드림캐처 컴퍼니 역시 신인 밴드 더씬드롬을 선보이며 밴드 시장 확대 흐름에 합류했다. 이는 아이돌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장르 다변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밴드 붐의 배경에는 산업 구조 변화도 자리하고 있다. 먼저 제작비 구조다. 다인원·고난도 퍼포먼스를 요구하는 아이돌과 달리, 밴드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으로도 완성도 높은 무대를 구현할 수 있다. 이는 제작비 부담이 커진 현재 시장에서 기획사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작용한다. 또한 밴드는 소극장 투어부터 페스티벌, 돔 공연까지 무대 확장성을 높여 공연 중심 수익 모델을 구축하기에 유리하다.
공연 시장의 성장 역시 밴드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었다. 코로나19 이후 라이브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연주력과 현장성이 강점인 밴드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페스티벌 라인업에서도 밴드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여기에 숏폼 중심 소비가 확산되는 가운데, 라이브 영상과 연주 클립이 차별화된 콘텐츠로 기능하며 온라인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이 흐름이 모두에게 기회로 작용하지 않는다. 밴드 역시 명확한 음악적 정체성과 장기 전략이 없다면, 단발성 화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아이돌식 마케팅을 그대로 이식하기보다 밴드만의 서사와 성장 곡선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이돌 중심의 K팝과 다른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2025년의 밴드 열풍은 일시적 유행이라기보다 구조적 변화의 결과에 가깝다. 음원 차트 상위권 성적, 밴드 최초 고척돔 콘서트라는 상징적 사건, 기획사들의 신인 밴드 론칭까지 이어진 흐름은 밴드가 다시 가요계의 유의미한 축으로 복귀했음을 보여준다.
moonddo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