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최대 20억 달러 규모의 원유를 미국에 공급하기로 워싱턴과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군에 의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축출된 직후,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원유 거래가 급물살을 타는 형국이다.
보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과도 정부와 미국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데 합의했으며, 이는 베네수엘라가 중국으로 향하던 공급 물량 일부를 미국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원유 생산 감산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베네수엘라가 제재 대상 원유 3천만~5천만 배럴을 미국에 "넘길(turn over)" 것이라며, 해당 원유는 시장 가격으로 판매되고 수익은 자신이 직접 관리해 미국과 베네수엘라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거래의 실행 책임자로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을 지명하고, 원유가 저장 선박에서 미국 항구로 직접 운송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소식에 7일 아시아 오전장에서 유가 선물은 하락했다. 오전 10시 25분 현재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2월물은 배럴당 1.1% 하락한 56.50달러, 브렌트유 3월물은 0.59% 내린 60.18달러에 거래 중이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과도정부에 미국 석유기업한 전면 개방을 요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군사 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한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미국과 민간 기업에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대한 "전면 접근권"을 허용하라고 압박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12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이 원유 수출 봉쇄 조치를 단행한 이후, 선박과 저장 시설에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적재한 채 출하하지 못해왔다. 이 봉쇄는 미군이 주말 사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면서 정점에 달한 대(對)베네수엘라 압박 전략의 일환이었다.
로이터가 취재한 소식통 두 명은 미국으로의 원유 공급이 당초 중국으로 향할 예정이었던 물량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특히 미국이 2020년 베네수엘라 원유 거래에 제재를 가한 이후 베네수엘라의 최대 원유 수입국 역할을 해왔다. 한 석유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거래를 조기에 성사시켜 정치적 성과로 내세우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영석유회사 PDVSA는 이번 합의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미국 유입은 미국의 승인 아래 셰브런이 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셰브런은 PDVSA의 최대 합작 파트너로, 최근 수주간의 수출 봉쇄 기간에도 하루 10만~15만 배럴의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미국으로 운송해온 유일한 기업이다. 다만 이번 거래에서 베네수엘라가 실제로 원유 판매 대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제재로 인해 PDVSA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돼 있고, 달러 거래와 계좌 접근이 모두 차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대표 원유인 '메레이(Merey)' 중질유를 베네수엘라 항구 인도 기준으로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약 22달러 할인된 가격에 판매해왔으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이번 거래 규모는 최대 19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로드리게스 권한대행 역시 2018년 민주주의 훼손 혐의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양국은 이번 주 원유 판매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로이터 소식통들이 전했다. 미국 구매자들이 입찰에 참여하는 경매 방식이나, PDVSA의 기존 사업 파트너들에게 미국 정부가 새로운 라이선스를 발급해 공급 계약으로 이어지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이러한 라이선스는 셰브런을 비롯해 인도의 릴라이언스, 중국 CNPC, 유럽의 에니와 렙솔 등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정제하거나 제3국에 재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왔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령 재개를 위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 중 한 명은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향후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미국 전략비축유(SPR)에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귀띔했다.
미국은 과거 제재 이전 하루 약 50만 배럴의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수입했으며, 멕시코만 연안 정유시설들은 베네수엘라의 중질유를 처리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PDVSA는 이미 저장 공간 부족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상황으로, 조속한 수출 통로가 열리지 않을 경우 추가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