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이란 전역에서 경제난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확산하면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35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미국의 한 인권 단체가 5일(현지 시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부가) 강경 진압에 나선다면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아야톨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시위대를 '폭도'로 지목하면서 당국의 탄압 강도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미국에 기반한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날 "이번 사태로 시위 참가자 29명과 어린이 4명, 이란 보안군 2명 등 최소 35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당국에 체포된 사람도 1200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이 단체는 이란 내부의 활동가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며 과거 소요 사태 국면에서도 비교적 정확한 수치를 제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HRANA는 "일주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 이번 시위가 이란 전체 31개 주 가운데 27개 주, 250여개 지역으로 확산했다"고 말했다.
이란 당국은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하고 있다. 이란 준관영 파르스통신은 경찰관 약 250명과 혁명수비대 산하 민병대원 45명 등 약 300명이 다쳤다고 했다.
외신들은 "이번 시위가 지난 2022년 히잡 미착용 혐의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당시 22세) 사건으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 이후 최대 규모"라고 진단했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발생한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미국의 직접 타격까지 받은 뒤 국제 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지난달 이란의 화폐 가치가 폭락하며 경제가 붕괴 위기에 처하자 만성적 부패와 경제난에 대한 민심이 폭발했다.
로이터 통신은 "서방의 제재는 이란 지도자들이 수십 년 만에 가장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는 데 더욱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제재로 타격을 입은 경제는 더욱 위축되고 있으며 정부는 일부 지역에서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개입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이란의 강경파들은 미군이 이란에 무력을 사용할 경우 중동의 미군기지를 타격하겠다고 위협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미국의 위협에 대해 "이슬람 공화국(이란)은 적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미국의 베네수엘라 기습 이후 이란 집권층 역시 "다음 차례는 우리가 되는 것 아니냐"며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전국민에게 매달 약 7달러(약 1만원) 상당의 '생활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가계 구매력 보전, 물가 관리, 식량 안보 확보를 목표로 한다"고 했다. 7달러는 현재 이란 물가로 계란 100개, 소고기 1㎏, 쌀이나 닭고기 몇 ㎏을 살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