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알 노조 반발·안전사고 부담 속
'통합 적임자'에 시선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대표이사 공석에 직면했던 코레일(한국철도공사)와 SRT 운영사 에스알(SR)이 내년 초 신임 수장을 선임할 전망이다. 철도 통합 추진과 안전사고 관리라는 굵직한 과제를 안고 새 수장이 선출되는 만큼, 이번 인선이 향후 철도 정책 방향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코레일·SR 인선 시계 빨라져…공운위 검증 '코앞'
31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2026년 2월쯤 코레일과 에스알 대표이사 공모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마감한 코레일 신임 사장 후보자 공모에는 총 13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은 지난달 중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한 데 이어 같은 달 24일부터 공모 절차에 착수했으며, 현재 임추위가 숏리스트(적격 후보군)를 압축하고 있다. 이 명단은 다음달 중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후 공운위가 약 한 달간 인사 검증을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하면 대통령 임명을 통해 내년 초 수장 인선이 완료될 전망이다. 현재 후보군에는 정치권 출신 철도업계 종사자와 대학 교수, 현 코레일 사장 직무대행 등 내부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철도 경쟁체제에 비판적인 인사가 최종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레일보다 먼저 수장 공모 절차를 시작한 SR 역시 대표 선임 시기가 비슷할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후보군은 정왕국 전 코레일 부사장과 SR 내부 출신 인사, 국토교통부 출신 인사 등 3명으로 압축된 상태다. 이 가운데 정 전 부사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에스알은 이달 공운위에 숏리스트 명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선은 단순한 기관장 교체가 아니라 향후 철도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가 될 것"이라며 "정부와 보조를 맞추면서도 내부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고속철도 통합에 사고 리스크까지…험난한 출발선
새 대표이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철도 통합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느냐다. 국토부는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코레일과 SR 통합을 '운영 통합'과 '기관 통합'으로 나누는 투트랙 전략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운영 통합의 일환으로 내년 3월부터 KTX와 SRT 차량의 교차 운행이 시작되고, 그간 국민 불편 사항으로 지적돼 온 예매 시스템도 일원화될 예정이다. 기관 통합 역시 내년을 목표로 속도를 낸다. 운영 통합과 병행해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하고, 실무를 전담할 '통합추진단'을 운영해 구체적인 합병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장 반발은 여전하다. SR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SR·코레일 통합으로 하루 1만6000석의 좌석을 추가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분석 자료나 추정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며 "코레일이 올해 초 KTX 요금 17%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니, 통합 추진과 동시에 10% 요금 인하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명백한 정책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통합 논의와 함께 고속철도 공공성 강화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철도는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에 부합하는 핵심 교통수단"이라며 "국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공성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사고와 중대재해 문제도 새 수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철도 현장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고 이에 따른 사망사고 비중도 상당해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최근 10년간 코레일 직원이 철로 인근 작업 중 열차와 충돌해 발생한 인명 피해는 23건이다. 이 중 11명이 사망했다.
이재명 정부가 현장 안전사고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비유할 만큼 안전 문제에 민감한 상황에서, 이 자리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인사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역대 코레일 사장 가운데 임기를 모두 채운 사례는 드물다. 한문희 전 사장 역시 경북 청도군 경부선 열차 사상 사고 직후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합 추진에 따른 노사 갈등과 안전사고 책임까지 모두 떠안아야 하는 자리인 만큼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차기 수장은 정책 추진력 못지않게 현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