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맥 타당성조사 받아야하지만 사업 추진 한결 쉬워져
지방선거 이후 사업 속개 여부 불투명…시 "대국민 공감부터 높인다"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서울시가 3조4000억원 규모의 '강북횡단지하고속도로' 사업을 전액 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한 배경에는 정부 차원의 제동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비가 투입될 경우 500억원 이상 공공사업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더라도 기재부의 민자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최근 세운4구역 종묘 국가유산 지정 사례나 용산국제업무단지 국유지 매각 중단 사례처럼 중앙정부 판단에 따라 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이 서울시로서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도 강북횡단지하고속도로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선에 실패해 여권 후보로 시장이 교체될 경우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설령 오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서울시의회를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할 경우, 2021년 보궐선거 이후 오 시장 3기 시정 당시처럼 역점 사업이 제동에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서울시와 정부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 18일 발표한 '강북횡단지하고속도로' 사업을 전액 서울시 재정으로 추진하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1단계 사업에 총 3조3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이를 전액 시 재정으로 조달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은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수도 있었지만, 민자 적격성 심사와 공모 등으로 사업 기간이 지연될 우려가 있어, 빠른 추진을 위해 시 재정사업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재정사업으로 강북횡단지하고속도로를 추진하는 이유를 정부의 '방해'를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재정으로 추진하는 공공사업은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어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다.
반면 국비가 투입되거나 사업비가 500억원을 초과하는 공공사업은 예타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3조4000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이라도 전액 서울시 재정으로 추진하면 기재부의 예타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한 방편으로 재정사업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시의 '플랜B'인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민자사업도 사업비 2000억원 이상은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피맥)의 민자 적격성조사를 통과해야한다. 이 경우 정부의 간섭을 피할 수 없다.
물론 강북횡단지하고속도로 사업이 100% 서울시 재정사업으로 추진되더라도 정부의 간섭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 재정사업으로 추진이 결정되면 먼저 서울시의 자체 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LIMAC·리맥)의 타당성 조사 검증을 통과해야한다. 이어 서울시 투자심사위원회의 최종 사업 승인 결정을 받는다.
다만 아무래도 지자체 재장사업으로 국비 지원이 없는 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리맥의 타당성 조사는 기재부 예타에 비해 난이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 된다. 그런만큼 서울시 입장에서도 깐깐하게 이뤄지는 기재부의 예타보다 상대하기가 편할 것으로 보인다.
즉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세운4구역 국가유산 침해 문제와 용산국제업무단지의 국유지 토지 매각 중단 등 잇딴 서울시, 특히 오세훈 시장의 중점 개발사업에 정부의 간섭이 잇따르자 이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석되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 이후 강북횡단지하고속도로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자체 타당성 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 재정사업 추진도 현재까지 정해진 부분이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나 강북횡단지하고속도로 사업도 본격 추진될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이 여권으로 교체되면 강북횡단지하고속도로 사업은 즉각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또 오세훈 시장이 재선하더라도 서울시 의회가 민주당 다수로 구성되면 서울시의회의 사업 방해가 예상돼서다. 일단 강북횡단지하고속도로를 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더라도 서울시의회 보고 의무는 없는 만큼 원론적으로 시의회가 사업을 거부할 권한은 없다.
다만 시의회는 예산 심의에서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중단시킬 수는 있다. 이는 앞서 2021년 민주당 서울시의회가 '서울런' 등 오 시장 공약사업에 대해 전액 예산삭감으로 응수한 사례에서 증명된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내년 시 예산안에는 강북횡단지하고속도로 사업을 위한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강북횡단지하고속도로 사업의 빠른 추진을 위해 서울시는 내년 지방선거 이전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강북횡단지하고속도로 사업의 추진을 명문화할 가능성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출범 이후 오 시장 주력사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잇따르고 있어 이를 우려한 서울시가 강북횡단지하고속도로 사업의 100% 시 재정사업 추진이란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더라도 시의회가 지금과 같은 국민의힘 다수 상태가 아니라면 시의회의 개입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가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시민 공감대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 추진시 정부와 서울시 여당 자치구청장들과의 갈등을 고려해 이번 사업은 공청회 등 대시민 홍보 과정을 최대한 가질 예정"이라며 "사업계획 발표에서 착공까지 4년의 시간을 두게 된 것도 바로 대시민 홍보 과정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