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납득 불가" 불허 방침…고발·동행명령 검토
외국인 임시 대표만 출석…청문회 책임 규명 실효성 우려
압수수색 착수한 경찰, 유출 경로·관리 책임 규명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논란의 핵심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여전히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17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불구하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책임 회피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15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과방위는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경위와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김 의장을 포함한 쿠팡 전·현직 경영진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회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직접 출석을 요구했지만 김 의장은 해외 체류와 공식 업무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박대준 전 대표와 강한승 전 대표 역시 각각 건강상 이유와 해외 거주를 들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의장의 국회 불출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5년 국정감사 당시 부상을 이유로 불참한 데 이어 이후에도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사례가 반복됐다. 최근 10년간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에 단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불출석 사유서에서 김 의장은 "해외에 거주하며 근무 중인 글로벌 기업 CEO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이 있어 부득이하게 출석이 어렵다"고 밝혔다.
클래스B 주식을 통한 의결권 구조를 기준으로 하면 김 의장의 지배력은 70% 이상으로 평가된다. 쿠팡의 실질적인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것이다. 그럼에도 3370만 건에 달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중대 사안 앞에서 직접적인 해명이나 사과 없이 한발 물러선 모습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과방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은 김 의장의 불출석 사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며 불출석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당한 사유 없이 증인 출석을 거부할 경우 증언·감정법에 따라 고발이나 동행명령, 과태료 부과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한편 이번 청문회에는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만 출석할 예정이다. 로저스 대표는 쿠팡Inc의 법무·리스크 관리 책임자로, 국내 대표이사 사퇴 이후 위기 수습을 맡고 있다. 다만 외국인인 로저스 대표가 통역을 통해 질의응답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사고의 원인과 의사결정 과정, 최고경영진의 책임을 충분히 규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개인정보 보호 체계와 보안 투자 결정의 최종 책임선에 김 의장이 있다는 점에서 핵심 당사자가 빠진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청문회 이후에도 추가 증인 채택이나 자료 제출 요구, 고발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쿠팡에 대한 수사 역시 본격화되고 있다. 경찰은 쿠팡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 디지털 자료를 확보하고, 정보 유출 경로와 시스템 취약점, 내부 관리 책임 등을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논란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며 "김범석 의장의 출석 여부와 대응 방식이 이번 사태의 책임 논쟁을 어디까지 끌고 갈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