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이 유럽 내 대표적인 친러시아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개최 4일 전에 전격 취소했다고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오르반 총리가 지난달 27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유럽연합(EU) 전체 회원국의 합의 사항인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등에 역행해 러시아와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는 등 유럽의 단결과 연대를 훼손하고 있는 점에 항의하는 뜻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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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르 오르반(왼쪽) 헝가리 총리가 지난 2024년 7월 5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 대통령실의 마르친 프시다치 외교정책보좌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헝가리 방문 일정을 비셰그라드 정상회의에만 국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프시다치 보좌관은 오르반 총리의 모스크바 방문을 언급하면서 "유럽의 안보는 에너지 분야를 포함한 연대 행동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당초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3일 헝가리 에스테르곰에서 열리는 비셰그라드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4일 오르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비셰그라드 정상회의(V4)는 폴란드와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 중유럽 4국이 1991년 결성한 협의체이다. 구소련 붕괴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를 맞아 안보와 경제 등 지정학적 이슈를 논의하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안드리 시바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나브로츠키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좋은 결정"이라고 평가하면서 "폴란드의 원칙적인 입장과 강력한 연대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며, 중요한 순간에 유럽의 통합과 안보에 대한 폴란드의 헌신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르반 총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에너지 공급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해 논의했다.
오르반 총리는 회담에서 "헝가리 에너지 안보의 기반은 과거에도 현재도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이었다"며 "우리는 어떤 외압에도 러시아와의 어떤 협력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양국 관계는 실용주의에 기반한다"며 "에너지 분야에서 우리의 협력은 매우 강력하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에 따르면 헝가리는 국내 소비 석유의 86%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의 61%보다 훨씬 높아진 것이다.
헝가리는 EU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러시아산 석유·가스 수입 중단 전략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달 14일 오는 2027년부터 러시아 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EU 조치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