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정현호·LG 신학철 부회장 퇴진...롯데는 부회장 4명 동반 물러나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회장 승진...롯데·GS·CJ 3·4세 경영 전면에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삼성과 SK, LG그룹 등 재계 주요 대기업들의 연말 인사가 마무리 국면이다. 미국 관세 인상에다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 등 대내외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위기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
오랫동안 주요 그룹의 총수를 보좌하던 부회장들이 퇴진하는가 하면 오너가(家)의 젊은 3·4세대 경영자들이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세대교체와 함께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한 기술 인재들이 중용됐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SK, LG 등 주요 그룹들은 예년보다 한 달 정도 앞당겨 사장단 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AI 시대를 맞아 내년 사업 전략을 조기에 확정짓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 삼성 정현호·LG 신학철 부회장 퇴진...롯데는 부회장 4명 동반 물러나
올해 연말 인사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오랫동안 주요 그룹의 회장을 보좌했던 부회장들의 퇴진이다.
우선 '삼성의 2인자'로 불리며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사업지원TF를 이끌던 정현호 부회장이 퇴진했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비상 조직으로 신설된 사업지원TF는 정식 사업지원실로 개편됐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AI 시대 대비 차원에서 기술 인재를 대거 등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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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 인사 트렌드 [그래픽=AI] |
LG그룹에선 지난 2019년부터 7년간 LG화학의 체질개선을 주도한 신학철 부회장이 물러났다. 글로벌 기업 3M 출신인 신 부회장은 7년 동안 LG화학을 배터리소재와 친환경바이오 등 미래 사업 중심의 회사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그룹은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등 부회장 네 명이 한꺼번에 물러났다. 롯데는 연말 인사에서 전체 최고경영자(CEO)의 3분의 1에 달하는 20명의 CEO를 교체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요 그룹의 부회장들은 전통적으로 회장을 보좌하며 주요 계열사의 사장급 CEO를 견제하고 회장의 경영 방침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며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AI 시대를 맞아 총수가 직접 빠르게 지휘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회장 승진...롯데·GS·CJ 3·4세 경영 전면에
부회장들의 잇단 퇴진과 함께 주요 그룹 오너가(家)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대표적이다. HD현대는 정주영 창업주의 손자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30여 년 만에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 3세 경영' 시대가 열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에 임명됐다. 신 부사장은 또 롯데지주에 신설되는 전략컨트롤 조직에서 중책을 맡아 그룹 전반의 비즈니스 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도 주도할 예정이다.
GS그룹 오너가 3·4세인 허용수 GS에너지 사장과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허용수 부회장은 고(故) 허만정 창업주의 5남인 고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지난 2019년 GS에너지 대표이사로 취임 후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포트폴리오 확장을 주도해 왔다.
허세홍 부회장은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2007년 GS칼텍스에 입사해 석유화학, 윤활유 사업을 맡았고 2019년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허 부회장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정유·석유화학 사업 재편을 주도할 예정이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미래기획실장은 신설되는 미래기획그룹장을 겸임하게 됐다. CJ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의 수장을 맡게 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의 영향력이 강화한 것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인수 합병 등 투자 결정을 좀더 빠르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아니겠냐"고 말했다.
tac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