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그룹' 시장의 새 축으로 부상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의 성공 이후 K팝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실험적 프로젝트로 여겨졌던 '버추얼 그룹'이 이제는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수많은 가상 아이돌이 잇따라 데뷔하고 있다.
◆ 플레이브, 고척돔 매진에 초동 역대 2위
블래스트에서 선보인 플레이브가 버추얼 아이돌로 신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다. 2023년 데뷔한 이들은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생소한 타이틀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주목을 받았다. 실제 사람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플레이브는 멤버 전원이 작사, 작곡, 프로듀싱, 안무 창작 등을 직접 하는 '자체 제작돌'을 내세워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의 싱글 1집 초동(발매 후 일주일 간의 판매량)은 7만5000장으로 높은 기록을 세우진 못했지만 첫 번째 미니앨범이 버추얼 보이그룹 최초로 멜론의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전당과 멜론차트 톱100에 입성하며 입소문이 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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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 [사진=블래스트] 2025.12.01 alice09@newspim.com |
미니 2집 초동은 약 57만장, 미니 3집 '칼리고 파트.1(Caligo Pt.1)'은 약 2배에 가까운 103만장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는 물론 밀리언 셀러 등극에 성공했다. 이는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초동 100만장 기록이다. 특히 11월에 발매된 새 싱글 '플뿌우(PLBBUU)' 초동은 109만장을 돌파하면서 자체 최고 기록을 썼다.
'플뿌우'는 2종으로 구성된 앨범이지만 방탄소년단의 '버터(Butter)' 이후 역대 보이그룹 싱글 초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플뿌우'의 타이틀곡 '뿌우(BBUU!)'도 아이튠즈 글로벌 7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버추얼 아이돌로서의 성공사례를 제대로 남겼다.
플레이브는 음반, 음원뿐 아니라 공연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고척 스카이돔에서 아시아투어의 앙코르 공연을 열면서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돔 공연장에서 입성했다. 이전에는 아이돌 최정상 인기 가수들이 거쳐간 올림픽공원의 KSPO돔에서 3회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기도 했다.
◆ 이세계아이돌·헤비·사령화·스킨즈까지…버추얼 아이돌 전성시대
플레이브의 성공 사례에 국내 대형 기획사에서도 버추얼 아이돌을 선보이고 있다. SM은 나이비스를, 하이브의 자회사 수퍼톤은 신디에잇을 선보였으며 JYP는 지난 9월 테크 비즈니스 자회서 블루개러지와 AI 아티스트 제작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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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버추얼 걸그룹 사령화. [사진=그림 프로덕션] 2025.12.01 alice09@newspim.com |
이후 많은 중소기획사에서 이세계아이돌, 헤비, 사령화, 스킨즈 등 수많은 버추얼 아이돌을 런칭시켰다. 브릿지엔터에서 선보인 7인조 버추얼 보이그룹 스킨즈는 SBS '가요대전' 3차 라인업에 이름 올리며 데뷔 첫 연말 무대에 오르며, 일본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식 앰버서더로 발탁되며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플레이브는 오는 20일 열리는 '2025 멜론뮤직어워드(MMA)'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으며, 앞서 열린 시상식 '2025 코리아 그랜드 뮤직어워즈(KGMA)'에서 베스트 버추얼 아티스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또한 '2025 더팩트 뮤직 어워즈(TMA)'에서 '팬앤스타 초이스'를 2년 연속 수상했다.
K팝 시스템을 기반으로 데뷔하고 있는 버추얼 아이돌 사이에서도 걸그룹 사령화는 한국적 세계관을 담아내며 차별화를 뒀다. 이들은 '네 명의 신령한 존재가 모여 한 송이의 꽃, 즉 아름다운 이야기를 피운다'라는 의미를 담은 그룹으로 한국 전통 설화를 기반으로 한 신령들의 서사를 모티브로 삼은 세계관을 갖고 있다.
'사람 중심'이었던 K팝 시장에 버추얼 아이돌이 생기고 있는 이유에는 문화의 주소비자층인 잘파(Z세대+알파세대)세대의 영향도 무시할 수가 없다. 온라인과 메타버스 환경에 익숙한 이들이 캐릭터 기반 아티스트와의 상호작용을 이전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보니 버추얼 아이돌에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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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7인조 버추얼 보이그룹 스킨즈. [사진=브릿지 엔터] 2025.12.01 alice09@newspim.com |
또한 업계 입장에서는 초기 개발, 기술 투자 비용은 크지만 사생활 논란 및 사건사고 등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24시간 글로벌 활동이 가능하며, 이들의 지식재산(IP)를 여러 산업으로 확장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뉴스핌을 통해 "버추얼 아이돌은 기존 아이돌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본다. 실시간 소통, 공연 등 기존 아이돌과 비슷한 활동을 한다. 기성세대는 이에 익숙하지 않지만 요즘 Z, 알파 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미디어, 메타버스, AI 등에 노출이 됐던 세대고, 가상 현실 세대라고 할 수 있다"라며 "그들에겐 앞으로 버추얼 아이돌이 더 익숙해질 수 있다. 점점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버추얼 아이돌이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기술이 발전하면 산업의 형태가 바뀔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여러 산업에서 받아들이고 접목시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여기에 K콘텐츠 산업, 그중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K팝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AI 기술에 모든 것을 맡기면 결국엔 창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이런 부분은 경계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alice0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