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아이돌 팬덤의 소비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컴백 시즌에 앨범 몇 장 사고, 콘서트 티켓과 공식 굿즈를 구매하는 것이 소비의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멤버십, 버블·프롬·위버스 디엠 등 유료 메시지 서비스까지 '매달 자동 결제'가 붙은 서비스가 소속사별·플랫폼별로 쏟아지며 팬들의 지출은 필연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팬들은 "컴백이 없어도, 앨범을 안 사도, 그냥 매달 돈이 나간다"고 말한다.
![]() |
| [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유료 소통 플랫폼 버블. [사진=디어유 버블] 2025.11.25 moonddo00@newspim.com |
K팝 팬덤에서 '구독형 모델'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 필수다. 대부분의 팬덤 활동이 플랫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위버스, 유니버스, 프롬, 버블, 자체 앱 등 각종 커뮤니티가 난립하면서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기본 패키지'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 몇 개 이상의 멤버십·구독권을 동시에 결제해야 한다. 멤버별 메시지를 개별로 구독해야 하는 구조라 멤버 수가 많은 그룹의 팬일수록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노원구에 사는 20대 여성팬은 뉴스핌을 통해 "한 개의 그룹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서 버블, 프롬 등 여러가지 플랫폼에서 유료 서비스를 구독 중이다. 유료 메시지로만 월 5만원 가량이 나간다. 부담이 많이 되지만 좋아하는 마음때문에 소비를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팬들이 큰 부담을 느끼는 대목은 '콘텐츠 접근권' 자체가 금액에 따라 갈린다는 구조다. 공식 멤버십을 결제해야만 볼 수 있는 비하인드, 멤버 전용 브이로그, 멤버십 전용 라이브가 늘면서 "구독하지 않으면 팬 활동 자체가 어렵다"는 자조도 나온다. 예전에는 V라이브나 유튜브로 무료로 공개되던 콘텐츠가 점차 월정액 시스템 안으로 들어간 것도 반감을 키운다.
유료 메시지 서비스는 팬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아티스트가 하루에 한두 개 짧은 메시지를 보내더라도 팬들은 '혹시 중요한 이야기를 놓칠까 봐' 멤버 전원을 구독하는 경우가 많다. 멤버가 열 명이면 월 구독료만 수만 원이다. 여기에 시즌별 멤버십 등이 더해져 "이제 팬질은 생활비가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유료 메시지의 '소통 양과 성실도 편차'다. 어떤 아티스트는 하루에도 여러 번 팬과 활발히 소통하는 반면, 어떤 아티스트는 한 달에 한 번 메시지를 보내는 데 그치는 경우도 있다. 같은 비용을 지불하는데도 아티스트마다 체감 만족도가 극단적으로 갈리면서 "구독료는 똑같은데 서비스 품질은 제각각"이라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된다. 팬들은 "돈을 내고도 '운'에 맡겨야 하는 서비스냐"며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 |
| [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위버스 디엠. [사진=위버스] 2025.11.25 moonddo00@newspim.com |
더욱이 최근에는 공개방송 방청, 팬 이벤트 참여의 입장 조건이 구독형 서비스와 직결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부 기획사는 방청 신청 1순위 자격을 '유료 메시지 구독 50일 이상' 등으로 제한해 사실상 구독을 강제한다. 팬들은 "방청이 운이 아니라 돈이 됐다", "콘텐츠를 보기 위한 구독에서 이제는 팬 활동의 자격 증명까지 구독으로 바뀌었다"고 비판한다. 단발성 이벤트 참여조차 유료 결제 여부에 따라 갈리는 구조가 되면서 "구독하지 않으면 팬으로서의 기회가 사라지는 시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팬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 구조가 오히려 더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뉴스핌을 통해 "구독 모델은 안정적 수익 확보와 지속적인 커뮤니티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앨범이나 콘서트처럼 특정 시기에 집중되던 수익이 아니라, 매달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구독료가 산업적으로 더 효율적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팬 커뮤니티에서는 "구독이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됐다", "구독을 끊으면 팬이 아니라는 눈치를 받는다", "여러 그룹을 좋아하면 감당이 안 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일부 팬들은 "소속사가 팬을 구독 기반의 현금자동수거기로만 보는 것 아니냐"고 직격한다.
2024~2025년은 팬덤의 '지갑 피로도'가 정점을 찍은 시기로 평가된다. 공연·굿즈 가격 상승에 이어 구독형 서비스까지 정착하면서 여러 그룹을 좋아하는 팬이면 한 달에 수십만원을 소비하는 것이 일상이 된 경우도 적지 않다.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취미가 아니라 구독형 직업 같다", "팬으로 남기 위한 최소 비용이 너무 높다"는 반응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moonddo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