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부터 프로젝트 리츠 시대 열려
"분양 중심 개발 관행 바뀐다"
개발·운영 이어지는 구조로 진화
남은 과제는 대형화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프로젝트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제도가 본격 도입되면서 개발업계와 금융권은 대규모 부동산 자산의 새로운 '유통 경로' 탄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핵심은 사업 초기 자기자본 비중을 높이는 대신 과세를 대폭 유예해주는 구조다. 다만 개발 단계에서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점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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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 개정안 주요 내용(2025.11.28 시행 예정) [그래픽=AI 제작] |
◆ PFV→리츠 전환 허용…개발 속도 빨라진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28일부터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며 프로젝트 리츠 시대가 본격 개막한다. 기존 개발 후 매각을 목표로 한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와 달리, 프로젝트 리츠는 개발 이후 임대·운영까지 가능하다. 일회성 분양 후 청산하는 구조가 아닌, 시행자가 초기 위험을 분담하고 완공 후 장기 임대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다.
자기자본 비율 5%만으로도 사업 추진이 가능해 PFV 대비 초기 자본 부담은 낮지만, 대외 충격에 더 강한 안정성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개정안 시행으로 프로젝트 리츠는 설립 신고만으로 개발사업을 시작할 수 있으며, 준공 후 1년 6개월 이내 영업인가를 받으면 된다.
기존 PFV로 추진 중인 사업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6개월간 한시적으로 프로젝트 리츠로 전환할 수 있다. 과세 이연 혜택도 제공된다. 토지를 리츠에 현물출자할 경우 즉시 부과되던 양도소득세와 법인세를, 리츠가 자산을 처분하는 시점까지 유예해 개발이익 실현 시점까지 세금 납부를 늦출 수 있다.
국토부 부동산투자제도과 관계자는 "기존 개발 방식은 분양 중심이었다"며 "규제가 없는 PFV로 개발을 진행하고, 운영은 리츠로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해 프로젝트 리츠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1호 프로젝트 리츠 사업 후보지는 세 곳이 거론된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23번지 옛 미싱공장 부지(연면적 6만5000㎡)에 지상 23층 규모 프라임 오피스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 국토부 인가를 받아 리츠를 설립했으며,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토지 매입 자금을 조달한 뒤 향후 프로젝트 리츠로 전환할 계획이다.
디벨로퍼 엠디엠플러스는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연면적 58만7156㎡에 시니어주택 2550가구와 오피스텔 874가구, 의료시설을 포함한 초대형 헬스케어 복합시설 설립을 계획 중이다. 총사업비는 2조원, 준공은 2029년 목표다. 올 8월에는 엠디엠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엠디엠리츠)가 들어서면서 프로젝트 리츠로의 전환 가능성을 보였다.
롯데칠성 물류센터 부지였던 서울 강남구 서초대로 일대 4만3438㎡에 복합 오피스를 짓는 사업도 프로젝트 리츠 1호로 언급되는 모습이다. 올해 삼성전자가 바로 인근 부지를 평당 2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고려하면 해당 부지 가치는 2조~3조원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오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초기 비용·합병 한계가 발목…"영속성 보장해야"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주요 그룹 12곳의 총자산 약 2207조원 중 부동산 관련 자산(유형·투자부동산)은 290조3600억원, 평균 13.2% 수준이다. 이 중 롯데그룹은 총자산 82조원 중 41.4%(29조7560억원)이 부동산이다. 취득가 기준으로 장부에 묶여 있어 실제 가치가 크게 과소평가된 자산이 다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세 부담 때문에 수십 년간 방치되다시피 한 핵심지 토지들이 프로젝트 리츠를 계기로 개발 테이블에 올라올 수 있다"며 "대기업 계열 리츠와의 연계를 통해 준공 후 자산 편입이 가능해지는 구조라 시너지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제도 활성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도 적지 않다. 프로젝트 리츠는 개발 단계에서 임대수익 등이 없어 현금흐름이 제한적이다. 신용도가 낮은 초기 리츠 구조상 조달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PFV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초기 부담을 키운다.
정승재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부동산 PF 시장은 GDP(국내총생산)의 약 13%에 해당하는 건설투자와 직결돼 있어 안정적 개발금융 체계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규제 강화와 대안적 조달모델 확보 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공모형 리츠와 공모 예외형 리츠(연기금 등이 50% 이상 투자하거나 자산 70%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보유한 사모리츠) 간 합병이 제한된 현재 제도도 큰 걸림돌로 꼽힌다. 현행법상 공모리츠는 공모리츠와만 합병할 수 있다. 합병으로 인해 남게 되는 리츠와 소멸되는 리츠 중 하나라도 공모리츠라면 나머지도 공모가 돼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다.
부동산개발협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약 40개 사업장에서 25조원 규모의 PFV 전환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합병 규정이 겹겹이 막고 있는 상황이다. 이진 부동산개발협회 실장은 "프로젝트 리츠 운영 단계에서 공모 리스크를 줄이려면 흡수·신설 합병, 이종 리츠 간 합병이 허용돼야 한다"며 "프로젝트 리츠의 영속성을 확보하고 상장리츠의 대형화를 유도하려면 반드시 개선돼야 할 제도"라고 강조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