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이순재가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마지막까지도 현역으로 드라마와 연극 무대에 서고, 후학 양성에 힘썼던 그는 '국민 배우'라는 칭호가 가장 어울리는 원로 스타로 남게 됐다.
유족들은 25일 새벽 고인이 영면했다고 밝혔다. 이순재는 지난해 10월 건강이 악화되면서 활동을 중단했다. 바로 직전까지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 출연하며 전성기 못지 않은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몇 차례 건강 이상설이 있었지만 다시 무대로 복귀했던 고인이었기에, 당시의 활동 중단도 기약없이 여겨지지 않았다.
고인은 1935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조부모 슬하에 자랐다. 서울 아현국민학교, 서울중학교를 다녔으며 1950년 한국 전쟁 때 가족과 피난을 가 대전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등 재학 시절 연극 '햄릿'을 무대에 얼렸고 서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엔 서울대학교 연극반을 재건해 전국 대학 연극 경연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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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용인문화예술원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 용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순재 명예대회장. [사진=용인시] |
고인은 1964년 TBC에서 방송 활동을 시작했으며 1966년 정진우 감독의 '초연'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한'(유현목, 1967), '단발머리'(김수동, 1967), '빙점'(김수용, 1967), '대괴수 용가리'(김기덕, 1967), '막차로 온 손님들'(유현목, 1967)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갖춘 청년 배우로 주목받았다.
다양한 영화,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허준'은 이순재와 인연이 깊은 작품이다. 1976년 허준의 일대기를 다룬 최인현 감독의 영화 '집념'으로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남우상을 수상했다. 이후 이순재는 드라마 '동의보감'(1991), '허준'(1999)에도 출연하며 허준이란 작품과 인연을 이어왔다.
'허준' 이후 요즘 사람들의 기억에 가장 깊숙이 박힌 작품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이다. 후속작인 '지붕뚫고 하이킥'(2009)에도 출연하면서 근엄한 이미지보다 친숙하고 어디서든 볼 수 있을 법한 할아버지 캐릭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젊은 시절부터 이어진 배우 커리어는 '상도'(2001), '이산'(2007) 등으로 이어지며 연기의 정도를 걷는 모습으로도 대중에게 깊이 각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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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순재, 신구, 김성녀, 박정자 [사진=극단장수상회, 쇼앤텔플레이] |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오르며 젊은 배우들, 현장의 관객들과도 소통을 이어왔다. '세일즈맨의 죽음'(2000)부터 80대의 고령에도 '장수상회'(2016), '앙리 할아버지와 나'(2017), '리어왕'(2021) 등 다양한 작품에서 후배 연기자들의 든든한 조력자로 활약했다.
2023년에는 러시아 문호 안톤 체홉의 '갈매기'를 연출했으며 같은 해 비교적 최근 대학로에서 인기를 끈 연극 '아트'에 백일섭, 노주현과 출연하며 노익장들의 새로우면서도 노련한 매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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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KBS 연기대상을 수상한 배우 이순재. [사진=KBS 화면 캡처] |
이후 지난해까지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 2TV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건강이 허락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연기에 골몰했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된 그는 이순재는 당시 수상소감에서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있네"라며 "보고 계실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특히 이순재는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이제 마지막이 돼버린 마지막 소감으로 많은 동료들과 시청자를 감동하게 했다. 그는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하고 늘 준비하고 있었다"며 "(배우 나이 60세가 넘으면) 전부 공로상을 준다. 하지만 60 먹어도 잘하면 (연기)상 주는 거다. 공로상이 아니다"라고 해 박수를 받았다.
서울대 출신 배우이자, 평생을 현역 배우로 살아오면서 후학 양성에도 몰두했다. 최근까지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학생들과 함께 '갈매기' 등을 대극장 무대에 함께 올리며 젊은 연기자들의 실력 양성에 힘쓰고 후배들에게 애정을 쏟았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이다. 조문은 오후 2시부터 받는다.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6시20분이며, 장지는 이천 에던낙원이다.
jyy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