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강백호의 행선지가 사실상 결정된 분위기다. 한화가 강백호 측과 첫 대면을 가진 직후 긍정적인 신호가 흘러나오면서 계약 체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20일 "강백호와는 어젯밤 처음 이야기를 나눴다. 그동안 접촉한 적은 없었고, 만나자마자 진지한 논의가 오갔다"라며 "전반적인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남은 것은 계약 조건의 최종 조율뿐"이라고 밝혔다.
![]() |
| 강백호. [사진=kt] |
애초 강백호는 미국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메이저리그 구단들을 상대로 쇼케이스를 준비 중이었다. 이미 출국 일정까지 정해 둔 상태였다. 그러나 한화가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 대형 계약 제안이 그의 마음을 국내 잔류 쪽으로 기울게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 재학 시절부터 '괴물 타자'로 주목받던 강백호는 데뷔 첫해인 2018년, 타율 0.290 29홈런 8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80으로 kt의 리드오프 자리를 완벽히 책임졌다. 그는 괴물 신인임을 입증함과 동시에 신인왕 수상에 성공했다. 이후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타율 3할을 유지하며 꾸준함까지 증명했고, 2020년과 2021년에는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연속 수상했다.
하지만 2022년부터 경기력은 주춤했다. 타율이 0.245까지 떨어졌고, 잇따른 부상으로 100경기조차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절치부심 끝에 2024시즌, 강백호는 완벽한 부활을 이뤄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전 경기(144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289, 26홈런, 96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OPS 0.840으로 다시 타격 천재의 면모를 되찾았고,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올 시즌 성적 역시 준수하다. 9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5(321타수 85안타), 15홈런, 61타점 OPS 0.825를 기록했다. 장타력과 선구안 모두 살아난 모습이다. 여기에 아직 26세에 불과하다는 점, 그리고 포수 포지션에서 2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잠재력은 FA 시장에서 100억 원 이상 가치로 평가받는 이유였다.
![]() |
| [서울=뉴스핌] kt의 강백호가 지난 8월 27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9회 장진혁의 희생 플라이 때 홈으로 들어온 뒤 더그아웃에서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사진 = kt] 2025.08.27 wcn05002@newspim.com |
다만 약점도 뚜렷하다. 가장 큰 문제는 수비다. 포지션이 명확하지 않으며, 1루수로 뛴 시즌에는 두 시즌 동안 29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코너 외야수로 나섰을 때는 타구 판단이 아쉬웠고, 포수 전향 후에도 경험 부족으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사실상 지명타자로서 가치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상도 그의 앞길을 막고 있다. 크고 작은 부상이 지속적으로 있었던 강백호는 이번 시즌도 초반 부진을 벗어나 5월 말 7경기 타율 0.478 1홈런 6타점으로 부활하려던 찰나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그는 지난 5월 27일 수원 두산전에서 귀루하다가 우측 발목이 베이스에 꺾이며 인대가 파열됐다. 그는 부상 당시 재활 및 회복에 8주 소견을 받았고, 5월 27일 경기 이후 2달을 쉰 뒤 7월 22일에 복귀했다.
그러나 한화는 이 점을 부담스럽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올 시즌 문현빈이 좌익수로 자리 잡으면서 외야 포지션이 안정됐고, 지명타자 슬롯도 넉넉하다. 특히 2차 드래프트에서 안치홍이 키움으로 이동하면서 지명타자·내야 자원 정리가 이뤄졌고, 이태양·배동현·이상혁 등이 모두 외부 팀에 지명되면서 총 11억원의 샐러리캡 여유도 확보했다. 이 모든 변화가 강백호 영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 |
| 강백호. [사진=kt] |
한화는 2차 드래프트 종료 직후 강백호 측과 바로 접촉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구단 내부에서는 "이 정도 투자라면 팀 전력에 확실한 플러스가 된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다운 대형 투자'가 선수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협상은 단숨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이견이 크지 않아 조기 타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화 입장에서는 중심타선 보강이 절실했고, 강백호로서는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한화와의 동행이 부활의 발판이 될 수 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