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흔(吐痕) 창시자, 21세기 화두를 던지다
통인화랑 12월 3일~7일까지
[서울=뉴스핌] 정태선 기자 = 40년 동안 흙을 빚어 구워낸 도예가 이종능이 마침내 깊은 성찰 끝에 도달한 예술적 경지를 선보인다.
전시는 2025년 12월 3일부터 7일까지 인사동 통인화랑 3층 전시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의 테마는 '우주'이며, 전시명은 'MUNDUS – 빛은 동방에서 (The Dream from the East)'이다.
"이제 불지핀 가마 속으로 걸어 들어갈 준비가 됐다"고 그는 조용히 말한다. '스스로 흙이 될 자신이 있는가'라는 오랜 질문에 비로소 답이 섰기 때문이다. 내 달 인사동 전시에서 그는 타오르는 불 앞에 자신의 흙을 내놓는다.
이종능 작가에게 도자(陶瓷)는 단순한 공예가 아닌 존재의 철학이다. 그는 "흙은 연민이고, 불은 열정입니다. 흙과 불은 곧 사람의 이야기"라고 자신의 예술세계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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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능 작가 |
평생 흙과 불을 껴안고 빈 그릇을 빚어온 그는 그 비워진 공간을 '우주'라 칭한다. 40년의 세월을 갈아 넣어 빚은 이 '우주'라는 허공에 세상 사람들이 무엇을 담고자 할지 궁금하다는 것이 작가가 지금 전시를 시작하는 이유이다.
이종능이 창시한 '토흔(吐痕)'은 인위적인 장식이나 완벽을 거부하고, 흙의 표면에 남은 생명의 숨결과 불의 흔적을 통해 우주의 잔영을 포착하려는 창작법이다.
'토흔'의 미학은 '비움의 미(美)'이자 순환의 철학으로, 그가 만든 빈 그릇은 단순한 용기가 아닌 "흙이 인간이 되고, 인간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길에 통과하는 버뮤다같은 공간"을 상징한다.
지난 40년간 뉴욕, 런던, 도쿄, 두바이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초대전을 열며 한국 도자미의 현대적 정수를 전도해 온 이종능 작가의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숨결을 흙으로 빚어 가슴의 불로 숙성시킨 우주 철학자"라는 찬사를 받았다.
카피라이터 오치우는 그의 작품에 대해 "그가 만든 빈 그릇엔 아무것도 담을 수 없다. 이미 그득하다!"라고 단 한 문장으로 소개했다.
대표작인 〈Aurora et Marte〉, 〈Anthulias Primordii〉 등은 자연, 시간, 인간의 흔적이라는 토흔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결정체이다. 작가는 묻는다.
"내가 만든 빈 공간에 무엇을 채우는가를 보아야 그들이 비로소 나와 만나게 될 것이다." 꽃을 담을지, 빛을 담을지, 아니면 그저 비어있음을 담을지, 관람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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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y@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