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젠슨 황과 밀월...주요국 협상 카드로 활용, 분쟁 조정에도 사용
AI와 엔비디아, 트럼프 정부 국제전략 중심축으로 부상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개월 동안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며 인공지능(AI) 기술과 반도체를 외교·통상 전략의 주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데이터센터 건설과 미국 내 일자리 확대 성과를 언급하던 중, 황 CEO의 참석 여부를 물으며 "젠슨은 놀라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앞서 황 CEO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 완화와 AI 투자 유도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일정에 맞춰 한국 등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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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 |
NYT는 이 같은 두 사람의 상호 발언이 실리콘밸리 출신 경영자와 뉴욕 부동산업자 출신 대통령 사이에 형성된, 트럼프 행정부와 기업 간 가장 중요한 관계 중 하나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했던 미국 내 제조 투자 계획을 이행한 최초의 미국 기술기업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가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자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인 점을 의식해 황 CEO와의 관계를 외교·통상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특히 엔비디아 칩이 사우디아라비아·영국·중국 등 주요국과의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하는 강력한 협상 카드로 자리 잡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분쟁을 중단한 국가에 AI 기술·칩 판매 확대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해 왔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평화 합의가 체결된 뒤, 미국 과학기술정책실(OSTP) 크라치오스 국장은 양국 관계자들과 AI 협력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최근 카자흐스탄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평화 구상인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하고 엔비디아 칩 기반 20억 달러 규모 AI 데이터센터 개발 계약을 체결한 것 역시 같은 흐름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황 CEO는 지난 4월 미국 제조업 투자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해 사우디·UAE와 2,000억 달러 규모 칩 판매 합의를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이를 "위대한 성과"라고 평가했고 황 CEO를 "내 친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NYT는 이러한 협력 모델이 AI 칩을 외교·경제 패키지에 포함하는 새로운 외교 방식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미국이 외교에서 보잉 항공기 거래를 활용했다면, 이제는 엔비디아 칩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에서 애플의 팀 쿡 CEO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바 있으나, 당시에는 첨단기술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에 비해 엔비디아 칩은 AI 프로젝트에 필수적 요소가 됐고, 회사 주가가 미국 증시에서 핵심 역할을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NYT는 "AI와 엔비디아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제전략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해외 일정에도 정기 동행하는 핵심 파트너가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양측의 관계가 항상 순탄한 것은 아니다. 황 CEO는 중국에 대한 최첨단 칩 수출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꾸준히 요청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기자들에게 "중국에 블랙웰 칩 판매를 논의 중"이라고 말해 큰 파장을 불러왔으나,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의 반발로 입장을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후 "가장 앞선 칩은 미국만 가져야 한다"며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 수출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kckim1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