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완전 자율운영 조선소' 목표
설계-생산-운항 전 과정 '디지털화'
자율운항·로봇·디지털 트윈 도입 가속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국내 조선업계가 인공지능(AI) 전환을 본격화하며 '스마트 조선소(AI 야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박 설계부터 생산·검사·운항까지 전 과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재구성되고, AI·로봇·디지털 트윈·자율운항 기술이 현장에 빠르게 안착하면서 글로벌 조선 경쟁의 기준이 숙련 중심에서 '알고리즘 품질'과 '데이터 실행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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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그룹 차원의 'FOS(Future of Shipyard)' 로드맵을 통해 2030년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 구축을 최종 목표로 제시했다.
1단계에서 설비·공정·자재 흐름을 실시간 파악하는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완성했고, 2026년까지 AI·머신러닝으로 공정 배치와 자원 투입을 예측·최적화하는 2단계를 추진한다.
안전 영역에서는 비전 AI 기반 관제 솔루션 '하이캠스(HiCAMS)'를 울산 조선소 전역에 확대 적용해 연기·화재, 안전장비 미착용, 고소·화기 작업 등 조선소 특화 위험을 자동 감지·경보하고, 이벤트·구역별 리포트로 사전 예방체계를 강화했다.
현장 자동화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용접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도 착수했으며, 그룹이 보유한 2억 건 이상의 조선·해양 데이터에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해 설계 검토·문서 생성·다국어 의사소통 등 업무 전반의 AI 에이전트화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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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
한화오션은 거제조선소에 약 3000억원을 투입해 스마트야드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생산 현장 자동화율 70% 달성을 내걸었다. 드론과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용접 로봇과 AI 분석을 결합해 품질과 안전을 동시에 높이는 구조를 정착시키는 중이다.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자재 투입·설비 배치·작업 순서를 시뮬레이션하고 계획 대비 실제 오차를 줄이는 '폐루프 최적화'를 확립했으며, 검증된 스마트야드 기술은 미국 필리조선소 등 해외 사업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방산 분야에서는 AI 기반 첨단 무기체계와 국방 '소버린 AI' 전략을 병행해 함정·잠수함 설계·시험·유지보수 전주기에 알고리즘을 내재화하고 있다. 전환 효과는 실적에도 반영됐다. 한화오션은 2025년 3분기 매출 3조234억원, 영업이익 289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큰 폭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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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제공=삼성중공업] |
삼성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선박 설계 데이터의 통합·자동화를 구현한 'S-EDP'를 구축하고, 설계·구매·생산 데이터를 하나의 백본으로 묶어 의사결정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웹 기반 실시간 협업, 도면·문서 자동 작성, 오류 최소화 기능을 통해 설계 기간을 단축하고 인력 의존도를 낮췄으며, 2030년까지 설계 자동화율을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AI 기반 자율운항 기술 실증에서도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자율운항시스템인 'SAS(Samsung Autonomous Ship)'는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에버그린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에 탑재돼 미국 오클랜드–대만 가오슝을 잇는 태평양 횡단 실증을 마쳤다. 약 1만km 항해 구간에서 선박은 선원 개입 없이 기상 정보를 3시간 단위로 분석해 104회의 최적 운항 가이드와 224회의 자동 제어를 수행했고, 이를 통해 연료 효율 개선과 도착 예정 시간(ETA) 정시성 확보를 동시에 확인했다.
삼성중공업은 향후 에버그린과 공동 연구를 지속해 속도·항로 최적화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연비 절감 효과를 정량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동연 삼성중공업 조선해양연구소장(부사장)은 "SAS는 충돌 회피 중심의 자율운항 보조 단계를 넘어 경제운항까지 스스로 수행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며 "연비 절감과 탄소 감축을 실현하는 친환경 기술로 글로벌 해운 물류 산업 혁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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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레인보우로보틱스가 기존에 개발한 4족로봇, 이동형 양팔로봇, 협동로봇. [사진=삼성중공업] |
더불어 삼성중공업은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조선용 로봇 개발·사업화'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AI 탑재 용접 로봇, 이동형 양팔 로봇, 사족 로봇 등 현장형 로봇 자동화 개발도 확대하고 있다. 강재 절단공장 무인화 체계는 이미 24시간 운영 체제로 전환됐으며, DX·AX·RX(Digital Transformation, Automation Transformation, Robotics Transformation)를 결합한 '3X 전략'을 기반으로 스마트 조선소 전환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AI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역량"이라며 "설계부터 건조, 운항 운영까지 라이프사이클 전반을 디지털 트윈과 AI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이미 시작됐고, K-조선의 경쟁력은 데이터 표준을 얼마나 빨리 전 공정에 관통시키고 알고리즘 권고를 현장에서 얼마나 일관되게 실행·검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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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