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소 맨' 개봉 33일 만에 250만 관객 돌파
한국 영화 제작 부재로 흥행작 거의 없어
넷플릭스, 소니픽처스도 日 애니메이션 투자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극장가에 일본 애니메이션 바람이 무섭다.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 편'(이하 '체인소 맨')이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개봉 33일 만에 누적 관객 25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2022년 개봉해 누적 490만 관객을 동원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37일째 250만 명을 돌파한 것보다 4일 빠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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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 편'. [사진 = 소니픽쳐스] 2025.10.27 oks34@newspim.com |
'체인소 맨'은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북미 박스오피스도 점령했다. 25일(현지 시간) 북미 영화 흥행 집계 사이트에 따르면 3,003개 극장에서 개봉, 티켓 수입 850만 달러(약 122억 원)를 기록했다. 또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주술회전: 희옥·옥절'이 3위, 지난 8월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 편'이 박스오피스 6위를 차지하는 등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두 달여에 걸쳐서 흥행을 이어가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 편'은 548만 명을 모으면서 여전히 흥행 톱 10을 유지하고 있다. 매출액 592억 원을 달성하며 매출액 기준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위 '스즈메의 문단속'(573억 원)의 기록을 넘어섰다. 지난 16일에 개봉한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도 심상치 않은 속도로 흥행 대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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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 편'. [사진 = 소니픽쳐스] 2025.10.27 oks34@newspim.com |
'체인소 맨'은 전기톱 악마 포치타와의 계약으로 '체인소 맨'이 된 소년 덴지가 정체불명의 소녀 레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 편'은 혈귀에 맞서 싸우는 귀살대가 무한성에서 최종 결전을 벌이는 내용이다. 내용 면에서는 수백만 명의 관객을 모을 만한 보편성을 가진 스토리는 아니다. 다소 억지스러운 스토리 전개가 모든 세의 박수를 받기엔 한참 모자라 보이는데도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들이 큰 힘을 못 쓰고 있는 우리 영화 시장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수년째 흥행을 이어가는 이유는 뭘까. 최근 흥행 작품들은 모두 원작 출판 만화의 인기를 등에 업고 TV 시리즈와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작품들이다. '체인소 맨'은 전 세계 누적 발행 부수 3000만 부를 돌파한 후지모토 다쓰키의 인기 만화 '체인소 맨'의 인기 에피소드 '레제 편'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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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 [사진 = 대원미디어] 2025.10.27 oks34@newspim.com |
그동안 일본 만화는 일부 오타쿠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TV 시리즈와 극장판으로 제작되면서 어느새 주류 콘텐츠로 진화했다는 분석이다. 또 OST와 코스프레, 굿즈 소비 등으로 이어지면서 일관된 세계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IMAX, 4D, 돌비 시네마 등 특별관 관람 비중이 17.3%에 달하는 등 마니아를 중심으로 N차 관람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넷플릭스와 소니픽처스 등의 적극적인 투자도 한몫한다. 지난 7월 넷플릭스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넷플릭스 톱 10에 든 일본 애니가 2021년 5편에서 올해는 22편으로 4배 넘게 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넷플릭스는 일본 애니 제작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또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이어 '체인소 맨'으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소니픽처스도 일본 애니메이션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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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 [사진 = 대원미디어] 2025.10.27 oks34@newspim.com |
이 밖에 일본 애니메이션은 MZ세대가 선호하는 다이내믹한 화면과 신선한 스토리 전개 등 달라진 문법에 맞는 흥행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극장을 채울 수 있는 한국 영화의 부재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는 제작 중인 영화가 거의 없을 정도로 침체를 겪고 있다. 특히 제작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급 영화 제작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추석이나 설날, 연말 극장가에 내걸릴 만한 영화가 거의 없다. 영화 제작에 소극적인 영화사들이나 새로운 소재 발굴에 소극적인 영화감독을 탓할 수도 없다. 한국 영화의 재도약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oks3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