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로 변신 '킵스바이오파마' 매출 가시화
'한성크린텍·이엘씨' 사명 변경 후, 매출 증가
'앱토크롬' 가산자산 사업 추가...시장 평가 엇갈려
"사명 변경은 단기 유행 아닌 구조 변화"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주력 업종을 과감히 바꾸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디스플레이 장비·정보서비스·환경설비 기반 기업들이 사명과 정관을 바꾸며 바이오·블록체인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실제로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며 실질적인 체질 전환에 나선 기업이 있는 반면, 정관에 신사업을 추가하거나 사명만 변경하는 수준에 그치는 사례도 공존한다. 경기 둔화와 기술 변화 속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평가되지만, 실적이 따라오지 않으면 '간판 교체'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실적으로 입증한 사례로는 '킵스바이오파마'(구 케이피에스)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로 출발한 이 회사는 지난해 제약사 한국글로벌제약을 인수하며 바이오 전환을 선언했고, 올해 3월 사명을 바꿨다. 이어 9월에는 업종을 '특수목적용 기계 제조업'에서 '의약품 제조업'으로 변경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8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으며, 별도기준 매출도 3배 이상 늘었다. 회사 측은 "2분기부터 제약·바이오 사업 매출이 본격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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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크린텍(구 이엔코퍼레이션)은 인수·합병을 통해 본업 자체를 바꾼 사례다. 이엔코퍼레이션은 지난 2021년 수처리 EPC 전문기업 한성크린텍을 인수한 뒤, 2023년 흡수합병으로 사명까지 통합했다. 거래소 업종 역시 지난해 '정보서비스업'에서 '건축기술·엔지니어링 및 관련 기술서비스업'으로 재분류됐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57% 감소하며 적자로 돌아갔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반기 만에 전년도 연간 매출에 근접했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준석 한양증권 연구원은 "한성크린텍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초순수 설비 국산화 수요가 맞물리며 수주가 회복되고 있다"며 "업종 전환 이후 실적 개선이 뚜렷해진 사례"라고 전했다.
이엘씨(구 이라이콤)도 도매·유통업에서 정밀기기 제조업으로 체질을 바꿨다. 지난해 사명을 변경한 데 이어, 올해 5월 한국거래소 수시심사에서 업종을 '도매 및 상품중개업'에서 '의료·정밀·광학기기 제조업'으로 변경했다. 반도체 공정장비와 계측기 생산 확대가 배경이다. 지난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88% 감소하며 부진했지만, 사업 재편 후 지난해 매출이 81%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 매출도 94% 늘며 회복세가 이어졌다.
이외에도 이달 사명 변경 및 신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기업이 있다. '넥스턴바이오'는 '넥스턴앤롤코리아'로 변경한다. 회사는 기업 이미지 제고 및 사업 다각화를 위함이라고 밝히며, 현재 자동차·의료·전자 부품을 생산에서 의료로봇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애드바이오텍'은 '오리온아토믹스'로 사명을 변경한다. 기존 주력 사업이던 바이오 부문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향후 소형모듈형원전(SMR), 핵전지, 원전 해체 및 폐기물 처리 등 첨단 원자력 산업으로 사업영역을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전했다.
반면, 코스닥 내에서는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꾼 기업과 달리, 정관에 신사업을 추가하거나 사명 변경에 그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앱토크롬(구 AP헬스케어)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하나의 사례로 언급된다. 회사는 지난 2019년 무선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2022년에는 사명을 '에이프로젠헬스케어앤게임즈'에서 'AP헬스케어'로 바꾸며 게임 사업에서도 공식적으로 발을 뺐다. 적자가 지속된 상황에서 기존 사업을 정리한 지 2년 만인 올해 8월, 다시 사명을 '앱토크롬'으로 변경하고 블록체인·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정관에 추가했다.
공시 직후 주가는 2거래일 만에 40% 급등하며 단기적인 기대감을 모았지만, 과거 게임·헬스케어 등으로 잇달아 사업을 확장했다가 중단한 전력이 있어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최근 일부 기업들이 가상자산·AI 등 테마 산업을 정관에 추가하는 사례가 늘면서, 실질적인 사업 전환과 단기 테마 편승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도 기업 변화 자체보다는 변화의 실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이 생존을 위해 변화를 시도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가상자산이 실제 수익과 자금 확보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정관에 사업을 추가하는 것은 쉽지만, 실제로 실행할 역량과 자금 여력이 뒷받침돼야 의미 있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코스닥의 업종 전환 흐름을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명 변경은 신사업 의지와 시장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만, 동시에 기존 브랜드 신뢰를 잃을 위험도 있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ylee5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