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강수를 두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의 여파는 날이 갈수록 확산되며 미중 관계 전체를 흔들고 있다. 중국은 더 나아가 수출 통제를 다른 품목까지 확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중국이 강경책을 내놓는 속내를 살펴보고, 이번 달 말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각국을 상대로 관세 분쟁을 벌이고 있다. '관세 폭탄'을 예고한 후 각국과 개별 협상을 통해 미국의 요구 사항들을 설명하고, 관세 협상을 통해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분쟁 최정점에는 단연 중국이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행정 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연기하는 방식으로 중국과 장기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중 간의 고위급 경제무역 협상은 그동안 4차례 진행됐다. 해당 협상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일련의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중국이 지난 9일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카드를 꺼내면서 경주 APEC 미중 정상회담 성사가 불투명해졌다.
미중 양국 모두 미중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확정적으로 공표한 바는 없다. 다만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 발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개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면서 정상회담이 무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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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월 1일 톈진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
미국은 전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자국산 제품을 미국에 판매하고 싶어 한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다양한 요구 조건을 내걸고 있다.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를 비롯해 중국의 첨단 산업 육성 보조금 정책 축소, 위안화 절상,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입 장벽 철폐, 국제 무대에서 미국에 대한 협조 등이 미국의 요구 사항들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와 일부 시장 개방 확대 등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기꺼이 협상에 나서야 한다"면서 "협상 과정에서 중국은 과도하게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국유기업 개혁, 첨단 산업 보조금 폐지, 정책적 환율 조정 등은 양보해서는 안 되는 핵심 금지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APEC 정상회의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인 지난 9일 중국은 희토류 수출 금지 확대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 조치의 목표가 군사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중국은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미국의 방위산업은 중국의 희토류가 필수적이며, 중국은 미국으로의 자국 희토류 반입을 막아서고 나선 셈이다.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강한 카드를 내밀었다. 중국은 이를 통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최소한의 양보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겠다는 목표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도 중국이 리튬 이온 배터리와 인조 다이아몬드에 대해서도 수출 통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배터리의 미국 반입에 제한이 생기면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에 차질이 생긴다. 또한 인조 다이아몬드는 반도체 장비에 핵심 소재로 사용되며,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다만 배터리와 인조 다이아몬드에 대한 통제 정책은 중국의 정부 기관이나 관영 매체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해당 전망은 홍콩의 명보가 보도했으며, 실제 통제 정책이 발표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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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10.11 mj72284@newspim.com |
이러한 정황으로 인해 그동안 미국의 공세에 수세적으로 맞서 왔던 중국이 공세적인 입장으로 태도를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태세 전환과 함께 APEC 정상회의 기간 중에 미중 정상회담 성사 자체가 초대형 글로벌 이슈로 부상했다. 미중 양국은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더욱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동시에 물밑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무산되는 경우 양국은 추가적인 고위급 경제무역 협상을 통해 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외교가 관계자는 "미중 양국 간에 치열한 기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며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양국 관계에 숨통이 트이겠지만, 만약 성사가 무산된다면 전 세계에 큰 파장을 낳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ys174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