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어 민주 지도부 지역구 겨냥 잇단 지원금 보류
내부적으론 오바마 케어 보조금 연장 방안 등 논의 중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 사흘째인 3일(현지시간) 시카고에 배정된 연방 지원자금 21억 달러(3조 원) 지급을 중단하는 등 민주당 텃밭만 쏙 골라 외과수술식 자금 동결 조치를 이어갔다. 셧다운 해제에 필요한 임시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 올리려는 전략이지만 백악관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의 핵심 이슈인 공공의료보험(오바마케어) 지원금 문제가 결국 공화당에 정치적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이 날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지하철 현대화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던 21억 달러의 연방 자금을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연방교통부도 이날 시카고교통공사(CTA) 측에 지하철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감독 및 검토에 착수한다는 공문을 전달하면서 이번 조치가 '불법·차별적·낭비적인 계약 관행에 추가 연방자금이 투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표면적 이유는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지만 이번 조치가 실제론 일리노이를 지역구로 둔 딕 더빈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를 겨냥했다는 지적이다. 교통부는 앞서 뉴욕시에도 유사한 통보와 함께 허드슨강 터널과 지하철 연장사업에 다양성·형평성·포용(DEI) 정책이 영향을 끼쳤는지 전수조사할 방침이라며 180억 달러(25조3000억 원)의 자금을 동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자금 동결 조치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주와 도시를 겨냥해 주요 공공사업에 배정된 자금 지원을 동결하는 백악관의 예산 전략으로 평가했다. 공화당과 예산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척 슈머(뉴욕)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뉴욕)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그리고 딕 더빈(일리노이)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 등 민주당 지도부의 출신 지역구를 정조준한 연방 지원금 동결 조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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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연방정부 부분 셧다운이 발생한 후 "미국 식물원 폐쇄"를 경고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처럼 백악관이 셧다운 이후 표면적으로 강경한 입장인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오바마케어 보조금이 만료되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수천만 명의 의료비 폭등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우려로, 지원금 연장 방안을 물밑에서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현재 계획대로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원이 종료되면 2200만 명의 건강보험료가 급등하고 400만 명 이상은 보험을 아예 잃을 수도 있다는 분석 아래 백악관 참모들은 보조금 연장과 관련한 여러 대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정국'에서 자신이 승자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백악관 내부에서는 이번 셧다운 논쟁의 핵심 이슈인 공공의료보험 지원금 문제로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WSJ은 오바마케어 가입자가 많은 연방 하원 지역구 75곳 가운데 62곳은 플로리다, 조지아, 텍사스 등 공화당 우세 지역에 몰려 있다며 이들 지역의 하원의원 과반수가 공화당 소속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 전략가들은 수개월 전부터 보조금 만료가 공화당에 정치적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언제까지 내몰라라 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자신의 정치적 사활이 걸리다시피한 내년 중간선거에서 의료지원금 문제가 태풍의 핵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셧다운 중단에 합의해주는 전제조건으로 의료지원금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은 임시예산안 통과를 통한 셧다운 중단 뒤 이 사안에 대한 추가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