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도 매너도 무너진 미국, 매킬로이 향한 도 넘은 야유에 '완패'
골프다이제스트 "베스페이지에서 벌어진 일들은 골프가 아니다"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올해 라이더컵에서 미국은 실력뿐만 아니라 매너에서도 완패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 팬들은 대회 기간인 사흘 내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비롯한 유럽 선수들을 향해 선 넘는 야유와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최대 표적이 된 매킬로이가 샷을 하려고 할 때면 일제히 숫자를 세거나 고성을 지르며 방해했다. 매킬로이는 한 관중이 "자유(Freedom)"를 외치자, 끝내 화를 참지 못하고 과격한 표현을 곁들여 "닥쳐"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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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페이지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로리 매킬로이와 에리카 부부(오른쪽)가 29일 라이더컵 최종일 팀 동료들의 선전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왼쪽은 맷 피츠패트릭 부부. 2025.09.29 zangpabo@newspim.com |
그는 "미국 팬들의 공격은 예상했지만, 샷을 할 때마다 방해받는 건 견디기 힘들다. 샷 중간에는 어떤 말을 해도 괜찮지만 샷을 할 때만큼은 우리를 존중해줬으면 한다. 최소한 미국 선수들과 같은 기회는 줘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더 심각한 장면도 나왔다. 매킬로이의 아내 에리카가 경기 중 미국 팬으로부터 맥주가 든 컵을 맞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관중석에서는 지난해 매킬로이의 이혼 소송 해프닝을 빗댄 조롱이 쏟아졌다. 에리카는 눈물을 쏟으며 남편 매킬로이의 위로를 받는 장면이 포착됐다. 같은 조로 뛴 셰인 라우리는 "에리카는 엄청난 욕설을 들으면서도 남편과 팀을 끝까지 응원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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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페이지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라이더컵에서 미국을 상징하는 얼굴 페인팅을 하고 격렬한 응원전을 펼치는 미국 팬들. 2025.09.29 zangpabo@newspim.com |
대회 운영을 맡은 미국프로골프협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1번 홀 장내 아나운서인 배우 겸 코미디언 헤더 맥마한이 F로 시작하는 욕을 노래로 만들어 매킬로이를 향해 부르는 것을 선창한 것이다. 이는 장내 방송을 통해 울려퍼졌고, 미리 녹음도 된 것으로 알려졌다. 맥마한은 최종일 경기에는 아나운서로 나서지 않았고 매킬로이에게도 사과했다.
그럼에도 매킬로이는 28일(한국시간) 둘째 날까지 3승 1무를 거두며 유럽의 원정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반면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첫 이틀 동안 4전 전패라는 굴욕을 안았다. 세계랭킹이 도입된 1986년 이후 라이더컵에서 첫 날부터 3연패 이상 부진한 최초의 선수라는 불명예까지 떠안았다. 셰플러는 마지막 날인 29일 매킬로이와 맞대결에서 가까스로 체면을 세웠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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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페이지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토미 플리트우드(왼쪽)와 빅토르 호블란의 대형 얼굴 사진을 들고 응원전을 펼치는 유럽 팬들. 2025.09.29 zangpabo@newspim.com |
결국 이번 라이더컵은 실력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승부욕을 넘어선 비매너 행위가 미국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매킬로이는 우승 인터뷰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났다. 하지만 아내는 품위와 위엄을 잃지 않았다. 오늘 밤은 가족과 함께 기쁨을 나눌 것"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골프위크는 "미국 팬들의 욕설을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다"고 썼다. 골프다이제스트는 "베스페이지에서 벌어진 일들은 골프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