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척돔,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 변신
게스트 한 명 없이 혼자서 150분 노래 소화
'돌아와요 부산항에'부터 '찰나' '바운스'까지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지난 9월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돔 일대는 삼삼오오 짝을 지은 중년들의 설레는 발길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늦더위가 이어지던 날씨에 먹구름이 몰려들더니 이내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그러나 아무리 거센 빗줄기라도 중년들의 열기는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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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지난 6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에서 조용필이 관객들의 떼창을 유도하고 있다. [사진 = KBS] 2025.09.17 oks34@newspim.com |
소위 '피켓팅'에 성공한 1만 8,000명의 관객이 몰려든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 녹화 현장. 이날 녹화장은 평범한 쇼프로그램 녹화장과는 사뭇 달랐다. 녹화장이라기 보다는 온전하게 감상할 수 있는 완전무결한 조용필 콘서트였다. 녹화 시작 전부터 방송사가 준비한 대형 스크린에 조용필의 과거 방송 출연 영상이 뜰 때마다 관객들은 "오빠"를 연호했다.
광복 80주년 기획이자 조용필의 역사를 조명하는 콘서트여서 20대의 조용필부터 60대의 조용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용필이 화면에 등장했다. 화면 속의 조용필은 언제나 수줍은 소년이었지만, 늘 맨 앞에 불려지는 톱스타였다. 한 번도 2등을 한 적이 없는 국민가수 조용필의 공연을 누군들 보고 싶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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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고척돔을 가득 메운 관객들. [사진 = KBS] 2025.09.17 oks34@newspim.com |
오후 7시. 흰 셔츠에 금장이 달린 검은 조끼,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조용필이 등장하자 미리 준비한 응원봉을 든 관객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이 순간을 영원히 아름다운 마음으로/ 미래를 만드는 우리들의 푸른 꿈/ 하고 싶은 이야기 노래로 만들어요/ 우리는 모두 다 사랑하는 친구들…'. '미지의 세계'로 포문을 연 공연은 마치 아우토반을 올라탄 경주용 자동차처럼 쉬지 않고 내달렸다.
'못 찾겠다 꾀꼬리', '자존심', '그대여', '추억 속의 재회', '창밖의 여자', '촛불'... 어느 곡 하나 놓칠 수 없는 조용필의 히트곡이 이어질 때마다 객석은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콘트롤 타워에서 관객들이 들고 흔드는 응원봉의 색깔을 바꾸면서 빨주노초파남보로 바뀌는 객석은 거대한 꽃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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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열창하고 있는 가수 조용필. [사진 = KBS] 2025.09.17 oks34@newspim.com |
'큐', '돌아와요 부산항에', '잊혀진 사랑' 등으로 이어지는 노래에서 관객들과의 떼창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고척돔은 전 세계에서 하나뿐인 노래방으로 변했다. 어느 누구도 팔짱끼고 지켜보는 이 하나 없었다. 관객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그 어디쯤'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곳은 화려한 도시의 뒷골목이거나, 그 겨울의 찻집, 단발머리 소녀가 있는 학교 교실일 수도 있다.
"대형 공연을 할 때마다 꼭 비가 오는 징크스를 오늘도 깨지 못했다"는 행복한 투정으로 말문을 연 조용필은 '피켓팅'에 성공한 관객들에게 축하를 보냈다. 중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관객들은 여전히 '오빠'의 모습으로 노래하는 조용필에게 박수를 보냈다. 분장의 힘도 있겠지만 외모는 영상에 등장하는 30~40대의 조용필과 다를 바가 없었다. 특히 두 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게스트 한 명 세우지 않고 노래하는 조용필을 보면서 관객들은 놀라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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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6일 녹화된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은 추석인 10월 6일 KBS2에서 방송된다. [사진 = KBS] 2025.09.17 oks34@newspim.com |
광주에서 올라온 관객 김희연 씨는 "고등학교 시절에 조용필을 보기 위해서 서울 여의도 방송국 앞에 가서 하염없이 기다린 추억이 있다"면서 "그때 스치면서 봤던 오빠를 원없이 봐서 소원 성취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공연을 보러 온 김윤희 씨는 "아직도 혼자서 지치지 않고 노래하는 모습에 감동했다"면서 "어머니를 위해 효도 공연을 왔는데 그 어떤 공연보다도 재미 있었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이날 총 28곡의 히트곡을 위대한 탄생과 함께 소화했다. '단발머리', '촛불' 등 80년대의 히트곡부터 '찰나', '바운스' 등 최근의 히트곡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세트 리스트로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KBS도 다양한 영상은 물론 화려한 조명과 폭죽, 특수 효과를 동원하여 조용필의 무게감에 걸맞는 쇼 무대를 연출했다.
이날 녹화된 공연 실황은 10월 6일(월) 오후 7시 40분 KBS 2TV를 통해 방송된다.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의 하나로 마련한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은 1997년 '빅쇼' 이후 28년 만에 KBS에서 선보이는 단독 무대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