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항체 신약 개발 기업 앱클론은 'HER2 어피바디 기반 스위처블 CAR-T 기술'에 대해 미국 특허청(USPTO)으로부터 특허 등록 결정을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이로써 앱클론은 한국, 캐나다, 중국, 일본, 호주에 이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도 독점적 기술 권리를 확보하게 됐으며, 유럽에서도 최종 등록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 특허 등록된 기술은 HER2 발현 암세포를 표적하는 면역세포를 필요할 때만 활성화할 수 있게 설계한 '스위처블(Switchable)' CAR-T로, 기존 CAR-T 치료제의 근본적 한계를 해결한 차세대 플랫폼이다.
현재 FDA 승인을 받은 7개 CAR-T 제품들은 모두 혈액암에 국한돼 있다. 암세포를 인식하는 수용체가 T세포에 영구적으로 결합돼 있어 한 번 체내에 주입되면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는 '항상 켜진(Always-on)'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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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클론 로고. [사진=앱클론] |
이로 인해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과 면역 효과 세포 관련 신경독성 증후군(ICANS)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문제까지 있다. 또한 단일 표적만 공격 가능해 암세포가 내성을 획득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앱클론이 보유한 스위처블 CAR-T 플랫폼 'zCAR-T'은 CAR-T 세포가 암세포를 직접 인식하는 대신, 중간에 '스위치 분자'를 필요로 하도록 설계했다. 마치 전기 스위치처럼 필요할 때만 CAR-T 세포를 켜고(On) 끌(Off) 수 있다.
앱클론은 zCAR-T를 활용해 HER2 어피바디 기반 스위처블 CAR-T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난소암 치료제로 전임상 개발을 진행 중인 앱클론의 첫 zCAR-T 후보물질 'AT501'의 핵심 기술로 활용했다.
AT501의 스위치 분자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한쪽은 니코틴의 대사물인 '코티닌'으로 CAR-T 세포와 결합하고, 다른 쪽은 '어피바디(일반 항체의 25분의 1 수준인 작은 단백질)'로 HER2를 발현하는 암세포와 결합한다. 마치 암세포와 CAR-T 세포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과 같다. 스위치 분자를 이용해 CAR-T 세포의 활성 및 증식, 그리고 표적 물질을 변경 및 조절할 수 있다. 또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스위치 분자 투여를 중단해 즉시 CAR-T 세포 활동을 멈출 수 있다.
HER2 표적 치료제 시장은 지난 2021년 89억 달러(약 12조원) 규모에서 연평균 12% 성장하고 있으며, 허셉틴, 퍼제타, 엔허투 등 블록버스터 약물들이 연간 120억 달러(약 16조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단클론항체나 ADC 기반으로, CAR-T를 통한 접근은 아직 초기 단계다.
카스젠, 어댑티뮨 테라퓨틱스 등 여러 제약사에서 고형암 CAR-T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HER2 특화 스위처블 플랫폼을 보유한 사례는 드물어 앱클론의 기술 차별성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앱클론 관계자는 "이번 'HER2 어피바디 기반 스위처블 CAR-T 기술'의 미국 특허 등록은 고형암 CAR-T라는 미개척 시장을 선점하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스위처블 CAR-T 플랫폼'zCAR-T'가 단일 치료제를 넘어 플랫폼 기반 사업 모델로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했기에 다국적 제약사와의 라이선스 계약 및 공동개발 협력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존 CAR-T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에 직접 작용하도록 개발돼 암종마다 별도의 CAR-T를 개발해야 한다. 앱클론의 zCAR-T 플랫폼은 하나의 '스위처블 CAR-T'를 제작해 놓고, 스위치 분자를 암종에 따라 개발하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HER2 양성 유방암에는 HER2 타깃 스위치를, 난소암에는 다른 표적 스위치를 사용하는 식이다. 더 나아가 여러 스위치 분자를 동시에 사용해 다중 표적 공격도 가능해 암세포의 면역 회피와 항원 손실로 인한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nylee5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