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준 장악하면 인플레 상승
장기물 국채-주가 동반 하락
금값 연초 이후 35% 상승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을 훼손할 경우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까지 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골드만 삭스는 보고서를 내고 정치적인 리스크로 인해 40% 이상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금값은 2025년 초 이후 35% 급등하며 전세계 주요 자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최근 금 선물은 온스당 3500달러를 뚫고 올랐다
투자자들과 중앙은행까지 정치적 불확실성과 대규모 부채를 둘러싼 우려에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에 몰리는 모양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달러와 미국 국채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이 내림세를 보이면서 금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세계의 중앙은행'으로 통하는 연준의 독립성을 침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통하는 금에 투자 자금이 밀물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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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 [사진=블룸버그] |
투자자들은 정치화된 연준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연준을 장악하게 될 경우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지는 한편 국채 가격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 안건이 법정에서 다뤄지는 가운데 월가의 시선은 온통 연준의 입지에 집중됐다.
골드만 삭스는 이번 보고서에서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시나리오는 더 높은 수위의 인플레이션과 주식 및 장기 채권의 하락, 그리고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은 제도적 신뢰에 의존하지 않는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 사이에 선호도가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골드만 삭스는 전했다.
보고서는 "2026년 중반까지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까지 오르는 것이 기본 시나리오"라며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 미국 국채를 포함한 달러화 표시 자산에서 대규모 이탈이 확산되면 금값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인이 소유한 미국 국채 물량에서 자금이 1%만 금으로 흘러가도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와 관련, 픽텟 자산운용의 아룬 사이 멀티 애셋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금에 '더블 오버웨이트'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에서 금의 비중을 적극 늘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쿡 이사를 공격하기 전까지 금의 비중을 줄이는 전략을 저울질했지만 최근에 전개되는 상황을 볼 때 금값의 또 다른 상승 모멘텀이 발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설명했다.
블랙록은 보고서에서 "급변하는 세상에서 신뢰할 만한 분산 투자 수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더 이상 미국 장기물 국채가 주가 하락에 피난처가 돼 주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회복력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고, 투자자들이 선택한 자산은 금"이라고 전했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