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이어 TSMC도 VEU 철회…확장·업그레이드 사실상 차단
"삼성·SK 세대교체 지연…중국 내수, 자국 메모리 점유율 상승"
전문가 "미·중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리스크 대비해야"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TSMC의 중국 공장까지 겨냥하며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난징 공장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 철회로 단순 유지보수를 제외한 확장·업그레이드가 사실상 차단된다.
이는 단순한 개별 기업 조치가 아니라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에서 반도체 공급망 전반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을 자극하지 않는 리스크 관리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오는 12월 31일자로 TSMC 중국 난징 공장에 부여했던 VEU 지위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미국산 반도체 장비가 중국 공장으로 들어갈 때 일괄 허가를 받아 신속히 반입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장비가 개별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단순한 유지·보수 목적의 장비는 예외가 가능하지만, 공장 확장이나 기술 업그레이드 목적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같은 규제 대상에 오른 가운데,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까지 포함되면서 규제의 범위가 사실상 글로벌 메모리·파운드리 '빅3'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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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사진=블룸버그] |
정책 배경에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자급 시도를 차단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22년 반도체 대중 수출 규제와 2023년 이후의 확장 조치를 통해 중국이 14나노 이하 미세공정 장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틀어막았다.
이번 VEU 철회는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중국 내 외국계 공장을 통한 '우회 기술 이전'을 차단하려는 성격이 짙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보조금 지원보다 통제를 우선시하며, 공급망 중심축을 미국으로 옮기려는 구상을 노골화하고 있다.
TSMC의 난징 공장은 주로 16나노급 이하 레거시 공정을 담당한다. 지난해 매출은 25억~35억 달러(약 3조~4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 TSMC 전체 매출(830억 달러)에 비교하면 큰 비중은 아니지만, 중국 고객 기반을 유지하는 전략적 거점이기도 하다.
TSMC는 "미국 정부와 협의를 이어가며 안정적 운영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미국 애리조나 공장 투자 확대, 일본·독일 신규 라인 가동 등 글로벌 분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의 파장을 다각도로 전망한다.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는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팹 제조 메모리칩 비중이 점차 줄어들 것이고, 세대 교체 시기도 늦어질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지형에 큰 변화는 없겠으나,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중국 팹 장비 업그레이드나 교체·유지보수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기정사실이 된 지 오래"라며 "팹 전환과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번 조치가 사실상 2년 전 이미 예고된 것이어서 갑작스러운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우리 기업이 장비를 반입할 때마다 승인을 받아야 하니 행정적 번거로움과 일부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하다"며 "기업들은 이미 장기 대응책을 마련해 중국 공장의 활용도를 줄이고 한국 내 투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