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캐나다가 북유럽 국가들과 외교·안보, 경제·산업 차원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 외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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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타 아난드(왼쪽) 캐나다 외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노르딕5(N5) 외무장관 회담이 끝난 뒤 엘리나 발토넨 핀란드 외무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캐나다는 그동안 경제와 안보 면에서 절대적으로 미국과의 관계에 의존해 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냉소적이고 비우호적인 대우가 계속되면서 미국과 거리를 두고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친구 또는 동맹을 찾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재집권 이후 캐나다에 대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게 낫다"고 여러 차례 조롱하고, 고율의 무역 관세를 부과해 압박하는 등 양국 관계를 최악으로 만드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러시아가 최근 북극 지역에서 무력 시위 강도를 높이는 상황인데다 미국과의 갈등이 커지면서 캐나다는 북유럽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과의 군사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행보에 나섰다"며 "이는 미국에서 벗어나려는 캐나다의 뚜렷한 정책 변화"라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외무장관과 멜라니 졸리 산업장관이 최근 잇따라 북유럽 국가들을 방문했다.
아난드 외무장관은 지난 18일 핀란드에서 열린 '노르딕5(N5)'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했다. N5는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북극 지역 주변의 유럽 5개국을 일컫는다. 이튿날에는 최근 국제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만났다.
아난드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지정학적 상황이 변했다"며 "나토의 시선 또한 서쪽과 북쪽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냉전 중 소련에 대항하는 동쪽 유럽의 방벽이라는 전제로 창설된 나토가 이제 유럽 국경 너머 북쪽 지역에서도 러시아와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극의 중요한 광물에 대해 얘기할 때 이는 경제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동시에 방위와 안보 문제이기도 하다"며 "이는 캐나다 외교 정책에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졸리 산업장관은 비슷한 시기 스웨덴과 핀란드를 순방했다. 스웨덴에서는 방산업체 사브와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을 방문했고, 핀란드에서는 캐나다 기업 챈티어 데이브 소유의 헬싱키 조선소에서 최신 쇄빙선 건조식에 참석했다.
졸리 장관은 "우리는 그동안 무역에서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며 "앞으로 비즈니스와 외교 분야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스웨덴·핀란드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에바 부시 스웨덴 부총리는 "안보와 방위, 투자와 경쟁력, 디지털 혁신, 에너지 원자재에 초점을 맞춘 캐나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졸리 장관의 일정에서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 방문이었다. 사브는 스웨덴이 독자 개발한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그리펜'을 생산하는 업체다.
캐나다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으로 미국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를 선정하고 총 88대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총 사업 규모는 190억 캐나다 달러(약 19조원)에 달한다. 현재 12대는 도입이 확정됐는데 나머지 72대에 대해 최근 캐나다 정부가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