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완성차 중 세 번째로 피해액 커
토요타, 폭스바겐, 현대차그룹 순
차동차·부품 관세 15% 발효 시점 불확실성 아직도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미국발 고율 관세가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분기 실적을 직격했다.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현대차·기아가 세 번째로 큰 피해를 입으며 수익성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주요 수출국인 한국·미국·유럽연합(EU)는 모두 차량 관세 15%로 인하하는 데 합의했지만 발효 시점이 정해지지 않아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상반기에 관세로 입은 손실 규모는 총 118억 달러(약 16조4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완성차 업체들이 타격을 크게 받았다.
![]() |
수출용 자동차 선적.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사진=현대차] |
◆토요타 피해 규모 가장 커…폭스바겐·현대차그룹 순
토요타자동차그룹이 30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폭스바겐그룹이 15억1000만 달러, 현대차 6억 달러, 기아 5억7000만 달러 순이었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피해액 11억7000만 달러는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 중 세 번째로 컸다. 이밖에 제너럴모터스(GM)가 11억 달러, 포드 10억 달러, 혼다 8억5000만 달러, BMW 6억8000만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피해 규모가 가장 컸던 토요타는 2분기 매출 12조2533억엔(약 115조원), 영업이익 1조1661억엔(약 11조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9% 줄었다. 미국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음에도 관세 부담을 피하지 못했다.
폭스바겐그룹 역시 미국향 판매 부진이 실적을 끌어내렸다. 2분기 매출은 808억 유로(약 130조6000억원)로 전년 대비 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8억 유로(약 6조1000억원)로 30% 급감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 역시 타격이 컸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매출 48조2867억원, 영업이익 3조601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8% 줄었다. 기아도 같은 기간 매출 29조3496억원으로 6.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4.1% 감소한 2조7647억원에 그쳤다. 두 회사의 2분기 관세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분은 총 1조6142억원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자국 제조사에도 타격을 줬다. GM은 2분기 매출 471억2000만 달러(약 65조원), 영업이익 30억 달러(약 4조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1.7%, 35% 줄었다. 포드는 매출 502억 달러(약 69조6500억원)를 올렸지만 영업손실 3600만 달러(약 498억원)를 기록했다. 포드가 분기 영업적자를 낸 것은 2023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업체의 손실 폭이 컸던 이유는 철강·알루미늄 등 원자재와 차량 부품 수입 부담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철강 등 원자재에 50% 관세를 유지 중이며, 차량 부품도 15% 관세 부과가 예상되지만 발효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관세 15% 시행 시점 미지수…영국도 한 달 이상 소요
한편 일본과 EU는 지난달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부품 관세를 27.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시행 시점이 공표되지 않아 여전히 기존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한국 역시 25%에서 15%로 인하하는 협상을 마쳤지만 발효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주요국 가운데 실제로 관세 인하가 적용된 곳은 영국뿐이다. 영국은 지난 5월 8일 미국과 연간 10만대까지 10% 관세를 적용하기로 합의했고, 행정명령이 6월 30일부터 시행되는 등 시차가 한 달 이상 존재했다.
업계는 하반기에도 각 완성차 업체당 1~4조원대의 추가 관세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발효 시점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하반기 경영계획과 투자 전략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관세 발효 시점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15% 관세 부과를 예상하고 손실 금액을 계산했다면 하반기는 그것보다 조금 더 하회하는 성적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