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어린이들을 위한 동시 매체의 편집자이자 동시 작가인 이안이 쓴 '시를 위한 패턴 연습'(상상)은 동시를 쓰기 위한 패턴을 연습하는 책이자 동시로 우리 삶을 일으키고 살려는 연습이 담겨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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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이안 동시집 '시를 위한 패턴 연습. [사진 =상상] 2025.07.31 oks34@newspim.com |
이안 시인의 시 세계에서는 아주 작은 돌멩이도 "쉴 때는 부디 저를 의자로 써 주세요"라고 말한다(돌멩이와 나비). 그 마음에 화답하듯 시인은 혼자만 "코에 점이 없"는 고양이가 소외되지 않도록 "코점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코점이). 작고 여린 것들과 마음을 주고받는 이안 시인은 사소하게 느껴지는 존재들에게도 가치를 부여해 주는 따뜻한 세계를 만들었다. 독자들은 그 다정한 세계를 보며 자기 자신을 회복하고 일상을 보듬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시를 위한 패턴 연습'에는 동그란 빨간 안경에 두 갈래 세 번 묶은 머리를 한 어린이가 등장한다. 이 아이는 삶의 난경을 맞닥뜨린 이모를 부르며 그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고, 애틋하게 아낀다. 이 동시집에 등장하는 이모는 특정한 인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말을 거는 이모는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하는 이모"이기도 하고, "튀르키예 지진 잔해에 깔려 숨진 열다섯 살" "딸의 손을 잡고 있는" 메수트 한세르 씨이기도 하다(가려진 시). 세상에게 도움 받고 세상을 돕는 모든 이모들을 향해 띄우는 편지 같은 동시집이다.
글자 자체를 놀이의 대상으로 삼은 동시들도 수록되었다.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똑같이 읽히는 문장으로 쓴 동시와(왜가리가 왜?) 받침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조사를 가지고 쓴 동시는(이 아 가 야) 그 자체로 재미있는 글자 패턴 놀이이다. '그림자 약속', '사이가 좋아지는 시', '젠가' 같은 동시는 이전까지 다른 동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언어유희 패턴을 보여 준다. 언어를 자유롭게 주무르는 이안 시인의 말놀이는 글자를 대하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한편, 이안 시인은 동시 전문 격월간 잡지 '동시마중'과 월간 '오디오 동시마중', 한 주마다 발행하는 동시마중 레터링 서비스 '블랙'의 편집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