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일으킨 이후 미국의 2분기 관세 수입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70억 달러(약 65조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관세는 193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중국과 캐나다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상대국이 보복 조치에 나서지 않아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에 글로벌 무역을 파괴했던 보복적 악순환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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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7.16 kckim100@newspim.com |
미국 재무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미국의 관세 수입은 640억 달러(약 89조원)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70억 달러가 늘었다.
트럼프 공격에 정면으로 반격한 나라는 중국과 캐나다 뿐이었다.
두 나라는 미국산 제품에 10%의 일반관세를 부과하고 철강·알루미늄에는 50%, 자동차에는 25%를 매겼다.
하지만 두 나라의 관세 수입 증가액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지난 5월 관세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여러차례 보복관세를 언급했지만 그때마다 협상을 거론하며 실행을 거듭 연기하고 있다.
FT는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이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라는 지배적 지위를 갖고 있고 트럼프가 자신에게 반항하는 국가에게는 관세를 두 배로 올리는 위협을 가하는 점을 고려할 때 대부분 국가들이 무서운 척 하는 것은 비겁함이 아니라 경제적 상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마르타 벤고아 미 뉴욕시립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1930년대에는 세계가 균형 잡힌 무역 관계를 유지했지만 오늘날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시스템"이라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보복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최대 교역국인 멕시코는 지난 3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포함되지 않는 수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물게됐지만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초기부터 합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가 단결해서 트럼프 위협에 공동으로 맞서지 못하면서 트럼프는 개별 국가들을 공격할 여지를 더 많이 갖게 됐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트럼프는 브라질에 대해 50%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경제적 근거를 대지 않고 정치적 이유를 내세웠다.
EU의 경우 27개 회원국의 의견을 하나로 묶는 것이 쉽지 않고, 트럼프와의 대립이 유럽의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극도의 신중함을 견지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FT는 "EU 집행위는 15일에 항공기와 자동차, 버번 위스키 등이 포함된 720억 유로 상당의 미국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개별 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관세율을 명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트럼프를 더 화나게 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