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18일 이른 올해 서울 첫 폭염 경보
기록적 폭염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안전' 보장해야
[서울=뉴스핌] 최수아 기자 = 아침잠을 떨쳐내며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단연 '오늘의 날씨'다. 날씨는 요즘처럼 더울 때 가장 '핫한' 뉴스이기도 하지만, 땡볕 더위 속 취재 현장에 갈 때 얼음물을 챙기고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요즘은 집회나 기자회견 현장에 가면 주최자들과 기자들이 전부 땀에 젖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7월 첫날, 폭염 취재를 위해 찾은 영등포역 맞은편 파라솔 아래는 걷다가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중년 여성들은 양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파라솔 아래서 지친 기색으로 잠시 쉬는가 하면, 노인들은 5분 넘도록 한참을 앉아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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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최수아 기자 |
올여름은 시작부터 유난히 뜨겁고 요란하다. 지난 7일, 서울에 올여름 첫 폭염 경보가 발효됐다. '역대급 더위'라 불리던 지난해보다 18일이나 이른 시점이다. 폭염경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모든 언론사가 '[속보] 서울 올여름 첫 폭염 경보 발령' 같은 기사를 쏟아냈다.
다음날인 8일 오후 서울은 낮 기온 37.8도를 기록하며 7월 상순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종전 서울 최고 기록인 1939년 7월 9일의 36.8도를 1도 넘어선 86년 만에 신기록이다. 다시금 언론사마다 '속보'가 쏟아졌다.
'극한 날씨'가 일상이 된 2025년, 날씨는 생명과 직결된 뉴스다. 폭염은 지속될수록 그 피해가 커진다. 하루이틀은 버틸 만할지 몰라도, 극심한 더위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사람·동물·사회 인프라도 온전하기 어렵다.
우리가 맞닦뜨린 더위는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 잔혹하게도 안전은 권력이다.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동물보다는 인간이, 그중에서도 실내에서 마음 놓고 에어컨을 틀 수 있는 인간이 더 안전하다.
이 날씨에 야외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며칠 전 경북 구미에서 베트남 국적 20대 청년 노동자가 폭염으로 생을 마감했다. 급식실에서 40~50도 실내 온도를 견뎌내는 중년 여성 노동자들, 밭일을 하다가 강한 햇빛 아래 쓰러지는 농부들이 있다. 지난 10일 택배노조는 7월 들어 택배 기사 3명이 사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같은 찜통 속 만두처럼 보여도, 어떤 만두는 뜨거움에 그대로 노출된 채 몸서리치다가 결국 터지고 만다. 반면 어떤 만두는 에어컨이 켜진 방 식탁 위, 냉면 옆에 시원하게 놓여있다.
아직 7월 중순이다. 더한 폭염이 한반도를 덮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리스 정부는 최근 40도 폭염이 닥치자 일부 지역에 강제 휴무를 명령하고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폭염에 취약한 야외노동과 음식 배달 서비스를 금지했다.
이제 우리가 기억하는 여름은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 지난 11일 '체감온도 33도 이상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부여'를 의무화하는 조항이 포함된 산업안전보건 규칙 개정안 규제심사 통과를 시작으로, 모든 사람이 폭염 속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을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할 때다.
geulma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