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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개인정보 보호의 시대

기사입력 : 2025년06월28일 06:00

최종수정 : 2025년06월28일 06:00

박수정 화우 변호사

우리는 지금 개인정보가 잘 보호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가? 핸드폰이 일상화되면서 편리해진 점은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도 힘들다. 반면에 핸드폰으로 인해 불편해진 점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필자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필요한 스팸성 광고 문자나 전화라고 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가장 불편한 점, 아니 가장 무서운 점은 '당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고지 문자가 아닐까 싶다. 지난 4월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을 불안에 떨게 한 통신사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 외에도 물건을 구매한 회사, 도서를 구매한 회사로부터 연달아 날아오는 개인정보 유출 고지 문자들 … '나'라는 개인이 내 의사에 반하여 타인에게 노출되었다는 불쾌감부터 시작해 2차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함까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박수정 화우 변호사. [사진=화우]

사실 1990년대 중반 무렵까지 필자는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 개인정보가 요구되면 어디서든 별 거리낌 없이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집주소를 적었던 것이다. 사회 분위기도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게에서 고객 등록을 하기 위해서, 또는 경품 응모를 하기 위해서 등등 많은 경우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또 다들 이에 따랐다. 당시에는 학교 졸업앨범 뒷면에 모든 학생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및 집주소가 버젓이 기재되어 있기도 했었고, 그로 인해 결혼정보회사를 운영하고자 하는 사업자가 회원 모집 연락을 위해 대학교 졸업앨범을 구한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영리 목적으로 타인의 개인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 접어들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회 전반적으로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던 시기였다. 필자는 그 무렵에도 여전히 도서대여점에 회원 등록을 하면서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및 집주소 등을 기재하는 데 별 주저함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후배 한 명이 말하기를, 자기 집 근처 비디오대여점에서 비디오를 대여하려고 했더니 회원 등록에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기에 불쾌해서 그냥 비디오 대여를 포기하고 나왔다고 불평을 했다. 도서나 비디오 대여는 반납이 보장되어야 하는 업종이므로 대여자의 연락처를 확인할 필요가 있고 따라서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주민등록번호가 왜 필요하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필자는 후배를 향해 '그냥 기재하면 되지 뭘 이리 까다롭게 굴고 유난일까?' 하고 생각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후배의 문제제기는 유난스러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인생은 참 알 수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별로 문제의식이 없던 필자가 몇 년이 지나 정부 내 법률안을 심사하는 부처에서 일하게 되고, 공교롭게 그 시기에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정안을 마련하여 국회에 제출하게 되면서 필자가 해당 법률안을 심사하게 된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률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하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었다. 또한 헌법재판소도 이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및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고 하면서, 해당 권리는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즉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말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르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라고 할 수 있고, 그러한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 수집, 보관, 처리, 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 그러나 법률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개인정보 보호의무가 있는 규율 대상은 국가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만 국한되었고, 그 밖에는 아무런 제한 없이 개인정보가 수집, 이용되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개인정보 유출이나 오·남용 문제가 대두되었고, 이에 정부는 2008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망라하는 개인정보 처리원칙을 규정하고, 개인정보 침해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예방 및 구제하기 위하여 개인정보 보호법안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여담이지만 그 덕분에 필자는 법률안 심사를 위해 몇 개월에 걸쳐 개인정보의 개념부터 시작해 개인정보 처리의 다양한 모습, 정보주체의 권리 등 개인정보 보호 전반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고 미국의 프라이버시법, 영국의 정보보호법, 독일의 연방정보보호법 등 외국 입법례들을 연구하게 되었다. 이후 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도 개인정보 유출이 문제된 사건 등을 다수 수행하고 계속 행정법 및 개인정보 보호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으니, 정부의 개인정보 보호법 제정안을 심사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된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제가 상당히 잘 마련되어 있고, 또 계속 보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위협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인터넷 암시장에 유출된 우리나라 국민의 개인정보가 약 4억6000만 건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실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러한 개인정보 유출 중에는 고도로 발전된 기술을 이용한 해킹의 결과로, 개인정보를 수집, 보유한 주체도 모르게 제3자가 정보를 탈취해가는 불가항력적인 경우도 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또다른 사례들을 보면 개인정보 보유주체가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여 필요한 관리나 기술적 조치를 충분히 다하지 않은 데서 기인한 경우도 있고, 법률에 규정된 내부통제절차들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경우도 있으며, 나아가 개인정보를 수집, 보유한 주체가 스스로 오용하거나 악용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제품 가격을 보고 구매를 결정했다면 오늘날에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사회적 공헌도 또는 윤리의식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시대다. 일련의 사건들로 국민들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관심이 더더욱 높아지고 있는 오늘날에 비추어볼 때, 앞으로 국민은 개인정보 보호수준이 높은 기업의 물건을 구매하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의 시대'에 살고 싶어하는 것이다.

 

박수정 화우 변호사


경력

2020-현재 법무법인(유) 화우

2020-현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회 위원

2020-현재 한국법제연구원 자문위원

2020-현재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 비상임위원

2018-20 대법원 재판연구관(헌법행정조)

2014-15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위원회 간사(위원)

2013-18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회 위원

2013-18 법무법인(유) 화우

2013-18 법제처 법제교육원 행정쟁송법, 법령해석실무 비상임강사

2012-13 법제처 법령해석정보국 행정법령해석과

2010-12 법제처 차장실 비서관

2008-10 법제처 행정법제국

2007-08 법제처 행정심판국 행정교육심판과

2007 법제처 행정심판국 사회복지심판과


학력


2022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박사 수료)

2020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석사)

2007 사법연수원 제36기

2005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원 (영문학박사 수료)

2004 제46회 사법시험 합격

1998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원 (영문학석사)

1996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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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는 누구?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3일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김 후보자는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나 마산중앙고, 동아대를 졸업해 성공회대 NGO대학원에서 정치정책학(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2025.06.23 sheep@newspim.com 김 후보자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2017년 정의당에 입당,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동본부장을 맡았다. 2021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부문 지지단체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노동광장'에 공동대표로 참여한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비례대표 20번을 받았다. 현재 한국철도공사 기관사이자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 비서실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하며 노동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인물"이라며 "산업재해 축소, 노란봉투법 개정, 주4.5일제 등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정부 관계자는 김 후보자에 대해 "합리적이다"라며 "민주노총이 그간 (사회적 대화 등) 제도권 밖에 있었다. 이를 계기로 제도권으로 들어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프로필 ▲1968년 부산 출생 ▲마산중앙고, 동아대, 성공회대 NGO대학원 정치정책학 석사 ▲정의당 노동본부장 ▲민주노총 위원장 ▲철도노조 위원장 ▲철도공사 기관사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sheep@newspim.com 2025-06-2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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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64년 만에 문민 국방 후보자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초대 국방부 장관에 민간인 출신인 안규백(64) 더불어민주당 5선 중진 의원을 인선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안 후보자가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와 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의 대부분을 국회 국방위에서 활동했다"면서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고 64년 만에 문민 국방장관으로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안 후보자는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국방위원으로서 15년 간 의정활동을 했다. 그 누구보다 군과 국방안보를 잘 아는 인물로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명됐었다. 특히 안 후보자는 국회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위원장 중책까지 맡았다. 여야 의원들을 아우르며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당 중앙선대위 총괄특보단장 핵심 보직을 맡았다. 계엄 사태 주역인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립하면서 어수선한 군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군 전반을 개혁할 최적임자로 꼽힌다. 합리적인 성품에 남의 말을 귀담아듣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이다. 다만 상식과 원칙을 중시하며 불법적이고 정의롭지 않은 일에는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다. 아들 둘 모두 육군과 해병대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다.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이재명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으로 취임하면 1961년 현석호 장관 이후 64년 만에 군인이 아닌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 된다.  한국 정치사의 격동기를 거쳐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장군 출신들이 독식했던 국방장관을 정치 안정기에 들어 사실상 민간인 출신의 진정한 '문민 국방장관'이 나올 수 있을지 초미 관심사다. ▲전북 고창(64) ▲광주 서석고 ▲성균관대 철학과 학사·무역대학원 무역학 석사 수료 ▲18·19·20·21·22대 국회의원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간사 ▲국회 '내란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kjw8619@newspim.com 2025-06-2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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