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해 YH&CO 대표변호사
"챗GPT로 써 본 웹툰 대본이 대박 날 경우, 저작권료는 누가 가져가죠?"
최근 한 웹툰 작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질문이다. AI가 창작의 영역까지 진출하면서, 저작권 귀속 문제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4월 미국 저작권청이 "AI 단독 창작물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현장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AI가 만든 드라마 대본, 영상, 음악의 저작권은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현재 한국과 미국, 유럽 모두 한 가지 원칙에는 동의한다. AI가 혼자 만든 창작물에는 저작권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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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해 변호사. |
미국 저작권청은 올 4월 보고서에서 "저작권은 인간이 고안하고 고정시킨 창작물에만 인정된다"고 명시했다. 한국 정부도 2023년 말 "순수 AI 창작물에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AI를 활용한 창작물은 모두 저작권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핵심은 인간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개입했느냐이다.
단순히 "로맨스 드라마 대본 써줘"라고 프롬프트만 입력한다면 저작권 보호를 받기 어렵다. 하지만 AI가 만든 결과물을 인간이 여러 차례 편집하고, 캐릭터를 수정하고, 플롯을 재배열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런 창의적 편집 과정이 인정되면 '편집저작물'로서 저작권을 받을 수 있다.
2024년 화제가 된 'AI 수로부인' 사례가 좋은 예시다. 제작자는 AI로 기본 영상을 생성한 뒤, 수십 번에 걸쳐 편집과 보정, 재배열 작업을 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이런 인간의 창의적 결정 과정을 인정해 저작권 등록을 인정했다.
즉, AI는 '도구'일 뿐이고, 저작권의 핵심은 프롬프트 설계부터 후가공까지 이어지는 인간의 예술적 판단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실무 계약에도 반영되고 있다. 국내외 주요 스튜디오들은 시나리오 작업에 AI 사용 시 이를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AI 사용 비중이다. AI를 단순 '보조 도구'로 썼는지, 아니면 주요 창작적 기여의 원천이 AI인지에 따라 계약 구조와 책임 소재가 크게 달라진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AI 사용 내역 공개', '출판사 수정권', 'AI 창작물 분쟁 시 책임 소재' 등을 계약에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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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와 챗GPT 로고. [사진=뉴스핌 DB] |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법은 천천히 따라간다. 그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창작자 스스로의 몫이다.
당장 필요한 것은 AI 사용 과정의 문서화이다. 어떤 프롬프트를 썼는지, 몇 번이나 수정했는지, 어느 부분을 직접 편집했는지를 기록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기록이 나중에 저작권 분쟁에서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계약서에는 반드시 AI 사용 관련 조항을 넣어야 한다. 애매한 상황에서 분쟁이 생기면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창작자다.
AI가 점차 창작 과정에 깊이 개입할수록, 'AI 전담 저작자' 인정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법정에서 본격화될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인간의 창의적 개입'이 저작권의 핵심 기준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AI 시대에도 창작의 주인은 여전히 인간이다. 다만 그 '인간다움'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가 되었을 뿐이다.
※이용해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20여 년간 PD 및 제작사대표로서 SBS와 초록뱀미디어 등에서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을 연출 및 제작하였다. 이후 법무법인 화우의 파트너변호사 및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팀장으로서 넷플릭스, 파라마운트, 아마존스튜디오, CJ E&M, JTBC스튜디오 등 국내외 다수의 콘텐츠 기업들의 프로덕션 리걸 및 자문 변호사로서 역할 하였다. 현재 콘텐츠업계 여러 기업들에 법률적 자문과 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YH&CO의 대표변호사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