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포항2공장·동국제강 인천공장 '셧다운' 결정
장인화 회장"생존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
李대통령, '베테랑 협상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재발탁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위기를 넘어 생존의 기로에 선 국내 철강업계가 공장 가동을 멈추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지속되는 영업적자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50% 관세'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대미 협상과 지원 정책으로 숨통을 트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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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공장 전경 [사진=현대제철] |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7일부터 포항 2공장 무기한 휴업을 결정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1월 철강 업황 부진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자 포항 2공장 폐쇄를 결정하고 노조와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폐쇄 결정을 철회하는 대신 축소 가동하며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후에도 적자 폭이 커지고 트럼프 정부 관세 압박이 가중되며 전면 휴업을 결정했다.
또 다른 국내 핵심 철강기업인 동국제강 역시 오는 7월부터 8월 사이 약 한 달간 인천공장 전체 공정을 모두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동국제강은 한계원가 이하 가격이 형성된 비우호적 시장 환경 속에서 생산자 측이 판매량 확보를 위해 출혈 경쟁을 지속할 경우, 공멸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을 우려해 단일 공장 기준 국내 최대 생산자로 책임 의식을 갖고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 인천공장은 동국제강의 연매출에서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거점이다. 전기로 2기와 압연라인 2기를 갖추고 있다. 연간 철근 220만톤 생산이 가능하다. 단일 공장 기준 국내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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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장인화 한국철강협회장이 제26회 철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5.06.13 kimsh@newspim.com |
국내 철강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장인화 한국철강협회장도 생존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철강업계의 단합과 노력을 당부했다. 장 회장은 포스코그룹 회장이다.
장 회장은 지난 9일 열린 제26회 철의 날 기념사에서 "트럼프 2기 시대 심화된 불확실성 확대와 지속되는 글로벌 공급 과잉, 탄소 중립이라는 시대적인 요구 앞에 오늘의 생존과 앞으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천 기술 및 고부가 제품 개발에 집중해 독보적인 기술 우위를 선점하면서 탄소 중립과 미래 먹거리 선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한국 철강업을 대표해 직접 방미길에 올라 철강업 위기 극복의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장 회장은 오는 17~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철강전문 분석기관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가 주최하는 '글로벌 스틸 다이내믹스 포럼 2025'에 참석한다. 이 행사는 WSD와 미국철강기술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글로벌 철강업계의 대표 행사다.
그러나 국내 철강업계는 현 상황이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상황임을 자각하고 있다. 주원인인 건설 경기 침체와 트럼프 행정부의 '50%' 관세는 결국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과 함께 대미 협상력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50%라는 관세율은 미국에서 팔지 말라는 의미로 오히려 관세율 자체는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며 "(한국 정부에) 자신들이 만족할만한 협상 카드를 빨리 가져오라는 압박으로 해석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며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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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진=산업통상자원부] |
이재명 대통령도 '베테랑 협상가'로 이름난 여한구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발빠르게 임명하며 대응에 나섰다.
여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는 전문 관료로 산업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되는 인사다. 시간이 소요되는 청문회가 필요없는 통상교섭본부장에 베테랑 협상가를 재발탁함으로써 대미 협상에 빠르게 나서겠다는 의지다.
여 본부장은 지난 12일 개최한 취임식에서 "지금이야말로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특단의 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이 시너지를 내야 하는 시점"이라며 "당장 우리가 당면한 한미 협상에 통상교섭본부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도 오는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의 국제 외교 데뷔전으로 G7 기간 중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할지 주목되고 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