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1000~2000원→'4~8%' 부담
의료급여 지속성 우려…'효율성' 높여야
시민단체 "저소득층 건강권 위협할 것"
복지부 "제도 지속성 위해 구조 전환 필요"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의료급여 본인부담 체계가 정해진 요금만 지불하는 '정액제'에서 진료비에 비례해 액수가 정해지는 '정률제'로 바뀔 예정이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일 이같은 내용의 '의료급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다만 시민단체들은 정률제로 변경될 경우 수급자가 부담하는 의료비가 증가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의료비 부담을 늘리는 방식보다, 낮은 의료비로 발생하는 '의료쇼핑'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진료비 1000원~2000원→진료비 3~4% 부담…복지부 "제도 효율적 개편"
의료급여는 생활 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국민의 의료문제를 국가가 보장하는 공공부조제도다. 현행 의료급여 수준과 본인부담금에 따르면 1종 의료급여 수급자는 입원할 경우 본인이 내야 할 진료비나 약값이 없다. 외래의 경우 의원 1000원, 병원·종합병원 1500원, 상급종합병원 2000원, 약국 500원만 내면 된다.
2종 의료급여 수급자는 입원할 때 진료비의 10%를 부담한다. 외래의 경우 의원 1000원, 병원·종합병원 15%, 상급종합병원 15%를 부담하게 돼 있다. 약국 본인부담금은 5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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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가 발표한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의료급여 수급자의 외래 본인부담금은 의료 이용에 비례해 진료비의 4~8%로 바뀐다. 다만 외래진료 건당 최대 본인부담금을 2만원으로 정했다. 개정안은 오는 7월 15일까지 국민 의견을 받은 후 오는 10월 1일부터 일부 시행될 예정이다.
복지부가 이같은 제도 개선을 추진한 이유는 의료급여 제도의 지속성 때문이다. 매년 비슷한 대상, 비슷한 금액이 지급되는 생계급여와 달리 의료급여는 환자가 이용한만큼 지속된다. 낮은 의료비로 인해 불필요한 병원 방문이 계속되면서 제도의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도의 지속성을 위해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진짜 필요한 쪽으로 지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 개정안 철회 촉구하는 시민단체…전문가 "전체 대상 적용 무리"
복지부가 개정안을 내세우자,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률제로 변경하면 의료급여 수급자는 비용을 예측할 수 없어 병원 방문 자체를 꺼린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가난한 이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이번 정률제 개악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이재명 정부가 책임지고 이 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도 "의료급여 수급 가구의 42.9%가 노인 가구, 30.1%가 장애인 가구, 기초생활 수급 가구 중 만성질환자가 있는 가구 비율이 91%에 달한다"며 "의료비 부담으로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미충족 의료 경험률은 66.2%로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2.7배나 높은데 의료비 부담을 더 높여 더 많은 치료 포기를 유도하는 것은 비인도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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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약을 자주 처방받아야 하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은 기본 진료비만 나오기 때문에 기존 1000원내던 것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며 "입원은 기존 제도와 동일하게 무료로 적용돼 중증환자들이 병원을 못 가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각지대를 보호 할) 여러 보호장치가 있다"며 "진짜 필요한 데 의료 이용을 못 하시는 여러 사례도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영미 전 대한약사회 정책·홍보수석은 "(이번 개정안이) 의료 이용 남용에 대한 일정한 부분의 해소책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기존 수급자들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있어 정부가 다른 해결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윤 전 홍보수석은 "만성 환자 또는 급성 질환으로 병원을 어쩔 수 없이 방문해야 하는 수급자들을 생각할 때 전체 대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