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 신약 R&D 투자 1%대 그쳐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광동제약이 '제주 삼다수' 유통 판권을 재확보하기 위한 입찰에 나선다. 제약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삼다수를 포함한 식음료 매출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입찰에 실패할 경우 '물장수' 오명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다수 제조사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6월 5일부터 7월 24일까지 삼다수 위탁판매 입찰공고를 내고 7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최종 선정된 기업은 4년간 삼다수 유통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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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광동제약] |
2013년부터 삼다수 위탁판매를 이어온 광동제약은 오는 12월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재입찰에 도전할 예정이다. 2021년에도 재입찰을 통해 삼다수 판권을 다시 따냈다. 다만 삼다수가 국내 먹는샘물 시장 점유율 40.4%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판권 입찰 경쟁이 치열한 만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광동제약이 이번에 삼다수 판권을 놓친다면 매출이 휘청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올 1분기 기준 삼다수 매출은 713억원으로 매출 실적(2342억원)의 30%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다수 연매출 또한 3196억원으로 매출 실적의 33% 규모다.
삼다수 매출은 광동제약이 유통하기 시작한 2013년 1257억원에서 지난해 3197억원으로 154% 증가했다. 이처럼 삼다수의 매출이 점차 증가하면서 광동제약의 실적을 견인하는 효자 품목으로 자리잡았지만, 본업인 제약사업보다 물장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실제 올 1분기 기준 광동제약의 사업부문별 매출을 보면 삼다수와 헛개차, 옥수수수염차, 비타500 등 식음료 부문이 1071억원으로 매출 실적의 45.7%을 차지했다. 반면 병원·약국 영업 부문 매출은 각각 525억원(22.4%), 313억원(13.4%)에 그쳤다. 이마저도 병원영업은 타사 제품 판매 비율이 높다. 주요 품목으로는 지난해 신규 도입한 한국MSD의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과 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 등이 있다.
광동제약이 자체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으로는 치매치료제 천연물 신약과 비만치료제, 여성성욕저하장애 치료제 등이 있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실정이다. 치매치료제는 2상을 완료했으나, 제품 개발 보류 상태다. 비만치료제의 경우 2020년 2상 시험 종료 후 진전이 없다. 여성성욕저하장애 치료제는 지난해 9월 임상 3상 가교시험 분석을 마치고 품목허가 신청을 계획 중이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매출의 10% 안팎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반면, 광동제약은 여전히 1%대에 머물고 있다. 신약 개발 역량과 본업 경쟁력 강화에는 사실상 소극적인 셈이다. 광동제약의 올 1분기 연구개발비는 40억원대로 매출의 1.7% 수준에 그쳤다. 2022년 1.6%, 2023년 2.2%으로 소폭 늘었으나 2024년 1.6%로 줄어들었다.
광동제약은 매년 외형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역대 최대 매출인 1조640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3%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8.5% 줄어든 301억원에 그쳤다. 상품 도입 비중이 높아 수익성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다수는 광동제약의 매출을 견인해왔지만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제약사로서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단순 유통 수익에 기대는 구조에서 벗어나 R&D 투자와 제품 개발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광동제약은 삼다수 판권 재확보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29일 광동제약이 삼다수 유통 계약 연장에 실패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실이 아니라며 공식 입장을 내기도 했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제주삼다수의 우수한 품질과 프리미엄 가치를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전달해온 책임있는 파트너로서,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 입찰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