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력 요청' 기회...한-중 기술 격차 '1년 미만' 좁혀져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 위한 실증센터 추가 구축 필요
인건비 절감 위한 무인 자율운영 조선소 재정 지원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한국 조선산업은 오랜 불황기를 지나 호황 사이클을 맞이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쇠퇴한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콕 집어' 요청하면서 가장 기대감이 높아진 산업이다.
다만 건조 물량에서는 중국에 이미 1위를 내줬고,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주와 기술 경쟁력을 통해 우위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친환경 선박 기술을 선도하는 미주·유럽을 추격하고 중국과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기술력과 품질을 검증할 인프라를 정부 차원에서 구축해야 한다는 게 경제계의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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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한화오션] |
5일 경제5단체(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중국은 국영조선소 주도로 전기추진 기자재 패키지 연구 및 실증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22년 세계 최초로 전기추진 대형 여객선 및 소형 컨테이너선을 인도했고, 2023년에는 세계 최초로 순수 배터리 추진 컨테이너선을 인도했다. 우리나라와 중국 간 친환경 기술 격차는 지난 2012년 6.8년에서 2016년 3.2년, 2023년 1년 미만으로 좁혀진 상태다.
유럽 국가들 역시 전기 선박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발빠르게 뛰고 있다. 노르웨이는 2015년 세계 최초로 전기추진 카페리선을 운항했고, 2020년에는 전기추진 자율운항 벌크선을 운항했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유럽 조선소는 오는 2033년까지 6만 GT 이상 대형 전기추진 크루즈선 37척을 인도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 한국은 목포 등 4곳에 정부 주도의 암모니아 벙커링선 발주 및 전기추진 실증센터 구축을 추진 중이지만, 전기추진 체계의 향후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실증센터 추가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경제계의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목포시 친환경 전주기 혁신기술 사업은 배전부 추진부에 한정된 실증센터로 추진 중이며, 울산시 전기추진 체계 실증센터는 목포시 사업과 달리 발전부 배전부 추진부를 검증할 수 있는 통합센터로 구성 계획하고 있으나 예산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다.
경제계는 또한 현재 숙련공 부족 및 인건비 상승 등 조선업 인력난이 지속되고 있어 국내 조선소 디지털화 및 AI 기술 도입을 통한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약 20만명에 육박했던 조선업 인력규모는 2020년 10만명 미만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 조선소에 국내 선사들의 선박 발주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선사들의 대중국 선박 발주는 2020~2022년 연평균 3~4척, 2023년 벌크선 12척, 자동차운반선(PCTC) 7척, 2024년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 10척으로 집계됐다.
경제계는 향후 국내 선사들의 고부가가치 선박(LNG, DF추진선 등) 경쟁국 발주가 증가할 경우, 숙련 인력난으로 인한 국내 조선사의 기술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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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HD현대중공업] |
경제계는 이에 새 정부에 미래 친환경 전기추진 선박 시장 선점을 위한 실증센터 구축을 건의했다. 구체적으로 대형 화물선의 전기추진 체계 적용을 고려해 수십 MW급 규모의 발전부, 배전부, 추진부를 검증할 수 있는 통합 실증센터 구축을 제안했다.
또한 인건비 절감을 위한 무인 자율운영 조선소 구축 재정 지원도 요청했다. LNG 화물창 레이저용접 기술, 선행도장 무인 자동화 기술 등 무인자율운영 조선소 관련 정부 주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2030년 기준으로 필요한 고숙련 노동자의 22.6%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스마트 물류 시스템 및 창고 개발·개조 비용 지원도 건의했다. GPS 및 로봇 기반의 자동 물류 시스템을 통해 야간에도 자재를 자동으로 분류, 운송할 수 있는 스마트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야간 운반 가능 및 배송 자동화로 매출을 늘리고 사고는 줄이며 인건비 및 탄소배출을 절감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경제계의 설명이다.
또한 3D 스캐너를 통한 가상 환경의 연구시설 조성도 제안했다. 인력이 필요한 시운전 대신 3D 스캐너를 통해 선박 외부 모델링 및 엔진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선박 인도 기간을 단축하고 인건비 및 탄소배출 저감 등 글로벌 경쟁국 대비 기술 격차를 확보할 수 있다.
경제계는 아울러 환경친화적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선박법) 내 국적선 구입 시 추가 지원 조항도 추가할 것도 건의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