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란 재판서 증언…"윤승영, 청장에 보고했다 말해"
"체포대상은 몰라…계엄 당일 체포조 국회 안내로 이해"
지귀연 재판장, '접대 의혹' 추가 입장 없이 재판 진행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간부가 '12·3 비상계엄' 당일 국군방첩사령부의 체포조 지원 요청을 받고 이를 상관인 윤승영 전 수사기획조정관에게 보고했다고 법정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21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과 윤승영 전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 등의 6차 공판을 열고 이현일 전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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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21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의 6차 공판을 열었다. 사진은 조 청장이 2024년 12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
이 전 계장은 지난해 12월 3일 밤 구민회 국군방첩사령부 수사조정과장에게 경찰 수사관 100명, 차량 20대, 형사 10명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국수본 내부에 보고한 인물이다.
그는 '윤 전 조정관에게 전화해 어떤 내용을 보고했느냐'는 검찰 질문에 "'방첩사에서 국회로 체포조가 오는데 국수본에서 지원해달라고 한다. 국수본에 인력이 없으니 영등포(경찰서)에서 하는 게 좋겠다'고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계장은 윤 전 조정관이 당시 통화에서 '우리는 지원만 하면 되는거냐'라고 말했고 이후 다시 통화할 때 '청장님 보고드렸다. 영등포(서) 형사 사복으로 보내줘라'는 얘기를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그 통화의 취지는 방첩사 요청에 대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인가'라고 묻자, 이 전 계장은 "네"라고 답했다.
조 청장 측 변호인은 '당시 상황을 그냥 전달했다는 의미인지, 조치까지 승인했다는 의미인지 확인해봤느냐'고 물었고 이 전 계장은 "보고드리고 (지원) 명단을 주라고 하셨으면 당연히 청장님이 승인하신거라고 생각한다. 사실관계는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이해했다"고 말했다.
영등포서 형사들로 지원 인력을 구성한 이유에 대해서는 "구 과장이 신속하게 요청했는데 국수본에는 야간 인력이 없었다. 관할 경찰서에서 하면 되고 그냥 경찰이면 된다길래 국회 관할이 영등포여서 영등포(서)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박창균 전 영등포서 형사과장도 이 전 계장으로부터 방첩사 체포조를 지원할 경찰 명단을 요구받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법정에서 재생된 이들의 통화 녹음파일에 따르면 박 전 과장은 '뭘 체포하는 거냐'고 물었고 이 전 계장은 "국회 가면 누구를 체포하겠냐"라고 한다.
검찰은 이날 해당 통화를 언급하며 '(체포대상이) 누구인지 알았던 거 아닌가', '구민회로부터 (체포대상이) 이재명·한동훈이라는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중대성 때문에 우회적으로 말한 거 아닌가'라고 물었지만 이 전 계장은 모두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전 계장은 구 과장에게 방첩사 체포조 얘기를 듣고도 누구를 체포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또 '방첩사가 국회로 출동하는데 인솔할 형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현장 안내 차원으로 이해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기일 법정에 나와 '방첩사가 체포하려는 사람들에 국회의원도 포함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국회로 출동하니 국회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의원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라며 "방첩사가 국회로 출동한다고 하니 막연히 구성원일 거라고 추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계장은 계엄 하에서 경찰 수사 인력을 방첩사에 지원한 것에 대해 "오로지 계엄법과 시행령을 보고 한건데 '21세기에도 이런 법이 남아있나'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해야 한다고 돼 있어서 법에 따라 한 것"이라고 했다.
또 당시 지원 요청을 하는 구 과장의 목소리가 당당했다며 "'당연히 우리가 요구하면 해 줘야 돼'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윤 전 조정관 측 변호인이 '구 과장은 요청한 수사관 100명 전부 국회로 가는 체포조의 일원으로 요청한 거라고 주장한다'고 하자 이 전 계장은 "말도 안 되는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는 이날 자신의 '술접대 의혹'에 대해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그대로 재판을 진행했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판 시작 직전 "평소 삼겹살에 소맥을 마시면서 지내고 있다. 의혹 제기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그런 데 가서 접대받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며 접대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에서 접대 증거라며 지 부장판사로 추정되는 인물의 사진을 공개했으나 지 부장판사는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논란이 된 유흥업소를 현장조사하는 등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지 부장판사에 대한 시민단체 고발 사건을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