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비친족가구 2배 넘게 증가
전통적 가족 개념과 충돌… 주거 정책 '사각지대'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결혼하지 않은 연인이나 친구, 회사 동료 등 지인과 함께 사는 비친족가구가 새로운 주거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현행 주택 정책이 혼인으로 맺어진 가족을 기반으로 시행되고 있어 비친족가구의 주거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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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와 비친족가구의 증가 추이. [자료=국토연구원] |
6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15~2023년 사이 비친족가구는 21만4000가구에서 54만5000가구로 2.5배 증가했다. 혼인이나 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거주하고 생계를 공유하는 관계라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사회적 동의가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제도에서 가족은 혼인·혈연·입양으로 맺어진 관계로 협소하게 정의된다. 비친족가구 또한 전통적 가족 개념에 기초한 주거정책을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컨대 주택 청약 제도에선 법적 혼인으로 이루어진 부부를 기초로 하는 '1가구'를 공급의 기본 단위로 설정한다. 임대차 주택의 경우 비친족가구의 임차인 중 한 명이 대표로 계약을 맺었다가 주계약자가 사망하면 나머지 가구원에게 임차권 승계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국토연구원이 전국 비친족가구의 만 19세 이상 가구원 5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8.9%가 보증금 있는 월세 형태로 거주하고 있다. 자가(17.9%)나 전세(14.2%)가 뒤를 이었다. 자가 가구의 27.3%는 구입자금을 공동으로 마련했으나, 대부분(94.1%)이 가구원 단독 소유 형태를 취했다.
임차 가구는 89.3%가 단독계약을 맺었고, 공동계약을 맺은 경우는 10.0%에 그쳤다. 전세가구의 44.1%, 보증부 월세의 29.3%가 단독계약임에도 보증금은 같이 냈다. 단독계약을 체결하면 주계약자가 아닌 동거인은 보증금 보호나 임차권에 대한 제도적 보장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응답자의 59.6%(복수응답)는 '비친족가구 주거안정을 위해 전세자금대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 개선(58.8%) ▲공동거주계약서 체계화(55.9%) ▲공공임대주택 입주 시 비친족가구원 인정(55.7%) 등의 제도 개선 의견을 제시했다.
국토연구원은 비친족가구의 주거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점유 불안을 해소하고 보증금 보호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임차인 간 연대책임, 보증금 납부 비중이나 반환 권리 등을 규정한 공동거주계약서를 체계화·법제화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동거주계약서가 활성화되면 임차권 승계 등 임차권 보호, 보증금 보호, 금융 접근성 개선이 가능하다"며 "가족관계증명서 등 법적 가족 중심 증빙에서 주민등록표 등본에 '동거인' 기재 등 관계 증빙방식을 다양화하는 방향으로도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