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긴 병력·직업,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 될 수 있어
보험 계약 시 고지의무 위반, 보험금 지급에 치명적 영향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던 A씨는 30대 초반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힘든 치료를 이겨낸 그는 건강을 회복한 뒤 암보험에 가입하려 했다. 그러나 백혈병을 앓았던 병력 때문에 보험 가입이 거절될지도 모르는 두려움과 걱정에 과거 병력을 숨기고 가입했다. 이후 백혈병이 재발해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백혈병 병력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됐다.
# 직장인 B씨는 지인의 권유로 상해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결혼을 했고 자녀도 출산하며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아파트를 한 채 장만했다. 대출 원리금 상환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퇴근 후 대리운전을 시작했지만 이를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사고로 큰 부상을 입고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대리운전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중 일부가 삭감된 채로 지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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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협회 CI [CI=생명보험협회] |
소비자는 보험계약 체결 전에 중요한 사항을 보험회사에 사실대로 알려야 하고 보험계약 체결 후에도 보험사고 발생 여부·보험사고 발생 위험과 관련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된 경우에는 보험회사에 알려야한다. 이러한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보험 계약 전·후 알릴 의무란?
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소비자가 보험에 가입할 때는 보험료를 납입하는 것 외에도 중요한 사항을 사실대로 알릴 의무가 있다. 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거나 일부만 지급될 수 있다.
보험은 단순 가입이 아닌,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 간의 '법적 계약'이다.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 등이 권리와 의무를 상대방에게 가지게 되는 법적인 관계다. 보험계약자는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고 보험회사는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
계약 당사자는 불확실한 사고에 대비해 상호 신의에 따라 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이를 '선의계약성'이라고 부른다. 이에 따라 보험계약자에게는 '계약 전 알릴 의무'와 '계약 후 알릴 의무'가 부여된다.
계약 전 알릴 의무란 보험계약자가 보험 가입 시 보험사에 자신의 현재 및 과거 질병, 운전 여부 등 중요한 사항을 사실대로 고지해야 하는 의무다. 보험사는 청약서상의 질문표를 통해 이를 확인하며, 질문한 내용은 중요한 사항으로 간주된다.
보험사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계약을 수락하거나 보험가입금액을 제한하거나, 보험료를 할증하는 등 조건부 승낙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사실을 숨기거나 다르게 알릴 경우,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보험가입내역에 대한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
또한 계약 후에도 보험기간 중 사고 위험이 현저히 증가하거나 변경된 사실을 알게 되면 이를 보험사에 통지해야 한다. 이를 '계약 후 알릴 의무'라고 하며, 이러한 의무를 게을리 한 경우에는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금이 삭감돼 지급될 수 있다. 만약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계약 후 알릴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험회사가 사실 인지 후 1개월 이내에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
특히 계약 후 알릴 의무는 보험설계사가 아닌 '보험회사'를 상대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