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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디톡스? 주가 떨어지면 미국 경제 침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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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0% 소비 비중 49.7%
주가 20% 떨어지면 GDP 1%p 감소
기업들·지표 이미 적신호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 주식시장의 하락이 침체 리스크를 나타내는 신호가 아니라 실물 경기 하강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가 하락과 경기 침체를 놓고 닭이 먼저인지 아니면 달걀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식의 논란이 불거진 셈이다.

이른바 '트럼프 풋'에 대한 기대가 꺾였고,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주식시장의 '건강한 디톡스'를 주장하는 상황과 맞물려 관심을 끈다. 

JP모간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침체 우려가 뉴욕증시의 조정을 일으켰다는 해석에 반기를 들었다. 실제 원인은 퀀트 거래에 주력하는 헤지펀드 업계의 포트폴리오 조정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주장이다.

주가 급락의 배경을 둘러싼 논란과 무관하게 증시 한파가 실제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제 석학들은 주장한다. 미국의 민간 소비에서 슈퍼 자산가들의 비중이 역대 최고치로 상승했고, 이들의 소비력이 주가와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논리다.

◆ 주가 떨어지면 침체 온다 = 2024년 11월5일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강한 상승 모멘텀을 보였던 뉴욕증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시행에 주저 앉았다. 나스닥 지수를 필두로 주요 지수는 일제히 2월 고점에서 10% 내외로 하락했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최근 주가 하락이 관세 충격으로 인한 경기 침체 리스크를 반영하는 결과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사진=로이터 뉴스핌]

경제 석학들의 의견은 다르다. 인과관계가 잘못된 진단이라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버드대학의 가브리엘 초도로 라이히 이코노미스트는 2025년 뉴욕증시가 20% 하락할 경우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미국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가 하락이 미국 경제 성장의 양대 축에 해당하는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저하시켜 전반적인 성장을 꺾어 놓을 것이라고 그는 경고한다.

월가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영국의 자산운용사 러퍼의 알렉스 차터스 펀드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같이 고도로 금융화된 국가에서 자산 가격의 하락은 실물경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위축되면서 미국 경제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도이체방크는 2024년 뉴욕증시가 횡보했다면 미국 소비자 지출의 증가폭이 3%가 아니라 2%레 그쳤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의 효과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 소득 상위 10%가 소비 절반 차지 =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소득 수준 상위 10% 가계가 전체 민간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9.7%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수치는 30년 전 36%에서 크게 높아졌고, 데이터 집계가 시작된 1989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소득 수준 상위 10% 가계의 자산 가운데 주식의 비중이 32%로 파악됐다. 금액으로는 210만달러로 집계됐다.

코스트코 매장 [사진=블룸버그]

수치는 2010년 26%에서 가파르게 상승했고, 2022년 이후 수치 역시 상승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1개월 전 주가 급락이 나타나기 전까지 주식시장이 추세적인 상승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최근 4년 사이 이들 상위 10% 가계는 소비를 58%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 계층의 지출이 늘어난 데는 소득 증가 이외에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가 한 몫 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상황은 나머지 90%의 계층도 마찬가지다. 연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미국 가계가 보유한 금융 자산 가운데 주식의 비중이 43%에 달했다. 저소득층 가운데 상당수는 주식 보유 물량이 지극히 제한적이지만 이들 역시 비중 자체는 상승 추세다.

대표적인 자산운용사인 뱅가드와 피델리티는 임금 소득자들의 미국 퇴직연금 401(k) 플랜의 참여율과 기여금이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밝혀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즉, 401(k) 플랜에 가입한 임금 소득자들의 비율과 이들이 계좌에 입금한 금액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의미다.

경제 석학들이 연이어 주가 하락에 따른 실물 경기 충격을 경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의류부터 여행까지 거의 모든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상위 소득 계층의 소비가 역사상 가장 강한 수준이고, 이들 소비에 대한 미국 경제의 의존도 역시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가와 집값 하락으로 인해 고소득 계층의 소비 심리가 꺾일 경우 미국 경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이 발생할 것을 예상한다.

미국의 상위 10% 소득 계층은 연 소득이 25만달러 또는 그 이상인 가계를 의미한다.

◆ 민간 소비 이미 적신호 = 표면적인 이유로 주가 하락보다 관세로 인한 침체 리스크가 꼽히지만 미국의 소비 심리가 이미 한풀 꺾였다는 데 주요 기업들이 입을 모은다.

성조기와 5달러 지폐 [사진=로이터 뉴스핌]

항공사 델타항공부터 신발 유통 업체 풋 락커, 주류 업체 브라운포맨까지 주요 산업 전반에 걸쳐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움직임이라고 말한다.

경제 지표에서도 이 같은 신호가 포착됐다. 1월 소매 판매가 0.9% 감소해 202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미시건 대학의 소비자신뢰지수가 3월 57.9를 기록해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이체방크는 보고서에서 "대다수의 가계가 은퇴 자금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데 주식시장이 하락으로 인해 목표액 달성이 어려워지면 소비를 줄일 여지가 높다"고 전했다.

도이체방크는 주식시장이 20% 하락할 경우 2025년 소비자 지출을 1.2%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가 미국 GPD(국내총생산)의 약 70%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성장률이 0.8%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버드대학의 초도로 라이히 이코노미스트의 주장과 수치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지만 같은 맥락의 전망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초도로 라이히 이코노미스트는 평균적으로 주식시장의 부의 효과 1달러 변화가 가계 지출을 약 3센트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연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미국 가계가 직간접 투자로 보유한 주식 가치는 56조달러로 파악됐다.

 

shhw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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