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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에 길을 묻다] ①시인 문정희, "사랑은 고통, 그것이 우리를 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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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언어들이 소비되는 시대, 시인으로 산다는 건
여성에게 연애와 결혼, 출산과 노동은 어떤 의미인가
기자 출신 칼럼니스트 유인경과 나눈 진솔한 이야기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가벼운 언어들이 무한정 소비되는 시대다. 그런 시대에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더군다나 여성 시인으로 살면서 불편부당한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워왔다면 더욱 쉽지 않은 삶이었으리라. 여기자로 살면서 다니던 신문사 최초로 정년퇴직을 했다면 그 또한 쉽지 않은 인생이었을 것이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시인 문정희와 기자출신 칼럼니스트 유인경이 서울 여의도 뉴스핌TV 스튜디오에서 이 시대에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03.14 oks34@newspim.com

그런 두 사람이 만났다. 중견 시인 문정희와 칼럼니스트이자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유인경이다. 처음 만날 때부터 서로의 신산(辛酸)한 삶을 알아봤을까. 바쁜 와중에도 자주 만나서 세상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두 사람이 이 시대에 여성으로 살면서 겪어야 했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연애와 결혼, 출산과 노동 그리고 사랑이야기까지. 두 사람에겐 할 말이 너무 많아 보였다.

여전히 "나는 늘 불리해/ 사랑에 빠지면 생을 걸거든"이라고 말하는 중견 시인 문정희와 기자이자 칼럼니스트로서 사실에 근거한 기사를 주로 써온 유인경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경향신문 편집국 부국장 겸 선임기자로 일하다가 정년퇴임한 기자 유인경은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이제는 나를 위해서만','오십 너머에도 천 개의 태양이 빛나고 있지'등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하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세상이 되고 싶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건물 외벽에 내걸렸던 시 '겨울 사랑'의 시인인 문정희는 최근 시집 '그 끝은 몰라도 돼'(아침달)를 내놨다. 시인은 여전히 사랑을 노래한다. "사랑 앞에 '헛'이라는 접두어를 쓰는 것은/ 시인이 할 짓이 아니긴 해/ '핫'이라면 몰라 서양말이긴 하지만// 사랑은 바람도시에 절뚝이는 가건물/ 시멘트로 지은 굴뚝"('헛사랑' 일부)이라고 쓰고 있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5.03.14 oks34@newspim.com

새봄이 시작되는 2월말 명사들을 초대해 그들의 인생에서 얻은 소중한 지혜와 경험 등을 새로운 세대에게 조언하는 프로그램인 뉴스핌 유튜브 채널인 KYD '셀럽에 길을 묻다'에서 마주앉은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거창한 인생의 충고나 조언보다는 조금 먼저 세상을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두 사람이 겪은 연애와 결혼, 출산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유인경이 묻고, 문정희가 답하면서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이야기 했다. 평생 뜨거운 가슴으로 질풍노도의 시대를 살아온 시인 문정희와 칼럼니스트이자 방송인으로 늘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 유인경의 대화가 봄날 햇살처럼 환했다.

유인경 = 뉴스핌TV '셀럽에 길을 묻다' 시간입니다. 오늘은 영원한 소녀 그리고 또 영원한 시인이신 문정희 시인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사실 저는 문정희 시인과의 인연의 마일리지가 경향신문 기자 시절부터 굉장히 깊어요. 제가 늘 감동하는 건 이렇게 연령으로 볼 때는 어르신인데 한 번도 어르신 다운 조언이나 충고나 이런 거는 해 주신 적이 없기 때문에…. 오늘 제가 문정희 님을 꼭 여기에 모시자고 이제 부탁을 드렸거든요.

문정희 =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청춘들이 참 때로는 너무 답답해서 어른들 얘기를 듣고 싶지만 꼰대 이야기를 하면 어쩌나 싶어 가지고 어른들 만나기 싫어하는 것 같은데요.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5.03.14 oks34@newspim.com

유인경 = 시를 사랑하는 분이 아니라 하더라도 문정희의 시는 다들 너무 좋아하시겠지만 특히 '셀럽에 길을 묻다'에 시인이 이제 많이 나오신 것 같지는 않은데 시인의 감성, 특히 봄 같은 푸릇푸릇한 감성이 묻어나는 말씀 기대합니다. 요새 꼰대, 베이비부머, 엑스세대 등 다들 세대를 나누기는 하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들한테는 청춘이 있지 않습니까? 젊은 시절이 있고…. 선생님이 사실 여고 시절 고등학교 시절에 천재 문학 소녀로 등단하셨어요.

문정희 = 천재는 아니지만 시집을 냈죠. 고등학교 때 당돌했죠.

유인경 = 예. 그때 청춘과 지금 21세기, 2025년의 청춘 하고는 어마어마하게 다르죠. 학제도 그렇고 감성도 다를 것 같은데 그때 선생님의 사실 10대 시절이 굉장히 궁금하거든요.

문정희 = 네. 대개 회고하게 되면 그 어떤 한 프리즘을 통해서 옛날을 바라보죠. 그 프리즘 이름을 그리움이라고 한다면 그리움의 프리즘 속에 드러나는 옛날은 다 그립고 그때가 좋았던 것 같죠. 왜 그때가 좋았을까. 지금이 더 좋은 것도 있죠. 근데 제 생각에는 그때는 꿈이 너무 팽배해 있었어요. 가슴속에 가득. 근데 요즘에는 젊은이들이 그렇게 꿈이 있나요? 있겠죠. 아무래도 있긴 있지만….

유인경 = 꿈이 있다고 말하는 것조차 좀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문정희 = 그리고 그 꿈의 칼라가 너무 바뀌어 가지고 그때 꿈이 좋았다 이렇게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 젊은 날 가슴을 가득 채웠던 꿈 더구나 현실은 굉장히 가난했고 폐허였거든요. 그런데도 그런 가난이 하나도 눈에 안 보이고. 조금 불편했을 뿐이고. 그런 것들이 우리 젊은 날이 아니었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유인경 = 우리는 교복도 입고 다니고 선생님하고 저하고 조금 연배 차이가 있지만 근데 그때는 갇혀 있다는 느낌이 되게 많이 드는데. 요즘 청춘들을 보면 너무 자유롭고 뭐 말의 표현도 그렇고 얼마 전에 뉴스를 봤더니 초등학생들의 15%도 화장을 한다더군요.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5.03.14 oks34@newspim.com

문정희 = 네 그런가 봐요.

유인경 = 여고생은 필수라고 얘기도 하고. 그러면 벌써 뭐 라고, 느낌이 들고 하지만. 그들의 자유분방함과 달리. 또 놀랐던 게 어린이날 설문조사를 했는데 원하는 선물이 뭐냐 그랬더니, 안마기였어요. 학원 돌아다니느라고 너무 바쁘고 힘들다라는 거예요.
문정희 = 교복 세대를 어떤 제도에 얽매이고, 사춘기를 교복이라는 제도 안에 가두었던 기억도 하는데, 교복이 흠모의 대상이기도 했어요. 여학생의 경우는 여성의 3%만이 대학 졸업자가 됐거든요.

유인경 = 그렇죠 .1960대에는 그랬죠.

문정희 = 그러니까 그 교복을 갖춰 입고 제가 서울에 유학 온 학생이잖아요. 고향에 내려가면 너무나 모두들 부러워서. 어쩌면 저렇게 그 하얀 칼라의 교복을 입고 저러나 하는 그 눈빛을 받았던 기억이 너무 선명하고요. 그래서 항상 그 교복이라는 것이 어떤 나를 가두는 제복이기도 했지만 그런 선망 때문에 그 선망에 맞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는 그런 어떤 의욕도 왕성했었어요. 근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게 그 최근에 내가 '그 끝은 몰라도 돼' 뭐 이런 시집을 내놓으면서 특히 젊음이 너무 넘친다는 그런 평가를 받으면서 웃었죠.

유인경 = 저도 그 주변에 그 책을 많이 선물도 하고 또 나누기도 했는데 도대체 이분이 정신적 연령이 몇 세인지 너무 궁금하다라고요. 푸릇푸릇하다, 젊다 라고 하더라고요.

문정희 = 당신 지금 젊음이 뭐야? 이런 질문을 받게 돼서 생각하니까 제가 20대 초반 갓 등단해 가지고 '젊은 늙은이'라는 그 칼럼을 써서…. 그 당시 조선일보에 굉장히 인기 칼럼인데 그 각 분야의 패기만만한 신인한테 지면이 돌아가는…. 그래서 뭐 일설에 의하면 박정희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제일 먼저 보는 지면이었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거기에 내가 왜 그 젊은 늙은이를 썼냐 하면 나는 23살 너무나 젊고 패기만만한 신인으로 등단한 나이였는데 내면을 보면 너무나 늙은이가 많았어요. 내 마음 속에. 왜냐하면 어떤 기득권에 빨리 가서 성공하고 싶은. 그러니까 성공이라는 단어가 기득이 이루어낸 어떤 그 부류에 같이 끼고 싶은. 그리고 그 이름을 어떤 형태로든지 빨리 막 날리고 싶은 막 이런 열망들이 많았거든요.

그러면서 그것을 들여다보면서 이거야말로 얼마나 늙은 것인가. 모르지만 가보지 못한 길, 위험하고 좀 더 넓고 이런 길에 도전하는 것이 젊음이라면 너는 너무나 안전한 길을 택하고 있다, 이런 것을 썼던 기억이 나요.

역으로 최근에 나는 어떤 생물학적 나이는 많아졌지만 그렇게 본다면 내 마음 속에 너무 젊음이 넘치거든요. 아직도 그렇죠. 그래서 이 젊고 늙는다는 문제를 단순히 신체적 어떤 한 기간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에 신체적 기간을 얘기한다면 이거는 표현이 문제가 있다 그런 생각들을 좀 해 봤어요. 그래서 저는 옛날이 그리웠다, 오늘이 그립다 이런 것이 아니고. 모든 순간은 불꽃이고 아름답다, 늘 이렇게 생각을 해보죠.

유인경 = 모든 순간이 불꽃이라는 건 그런데 안타깝게도 불꽃일 때는 제가 타오를 때는 몰랐고 모르죠. 이제 나이가 드니까 '맞아 불꽃인 시절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너무 개인적인 얘기긴 한데 정말 기자생활을 일제 강점기 만큼 했기 때문에 다양한 분들을 참 많이 만났어요. 그런대 꾸준히 날짜 정해서 약속 정해서 만나는 분이 참 드물거든요. 인터뷰를 했고 취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데 문정희 시인과는 제가 꼭 날짜를 정해서 밥 먹어요.

선생님. 그리고 제가 먼저 제안하고 그런데 한번 궁금했어요. 왜 내가 이렇게 문 선생님을 좋아하나, 왜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질까 생각해 봤더니 제가 만나는 분들 중에 가장 선생님이 대화가 싱싱하고 젊어요. 그래서 그 얘기는 젊은 사람들 분위기를 낸 게 아니라 선생님한테 제가 항상 오늘 이야기를 들어요.

문정희 = 너무 다행이에요.

유인경 = 그러니까 신간이라든가 새로 나온 영화라든가 뭐 어때서 일어나 갖고 있는 문단 일들은 선생님이 문학 담당 기자보다 먼저 저한테 알려주실 때가 되게 많고 지금 신간도 저도 열심히 책을 읽는 너무나 예쁘지만 선생님이 늘 이렇게 추천해 이 책 읽어봐요. 이거 이거 너무 좋아요. 그래서 사실은 근데 나이가 들면 항상 어제 얘기를 하게 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선생님 늘 오늘을 사실 수 있는 비결이 뭘까요?

문정희 = 저는 이거는 또 분명해요. 누가 이렇게 만나자고 그랬을 때 가슴이 뛰어야 나가거든요. 근데 주로 정말 많은 여성 친구에게 미안하지만 남성과의 약속이 더 좋아요. 그 남자가 연하면 더 그렇죠.

유인경 = 그렇죠. 설렘이 좀 있어야 되죠.

문정희 = 그렇죠. 그래야 뭐 립 세팅도 빨갛게 바르고 이런 기분이 나는데 유인경 작가님이 부를 때는 정말 가슴이 뛰어요. 그래서.

유인경 = 제가 좀 남성 호르몬이 많기는 했어요.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5.03.14 oks34@newspim.com

문정희 = 그렇게 밝게 받아들여지고 막 이렇게 하고요. 그래서 만나고 돌아오면 사람을 저렇게 긍정적으로 기쁘게 해주고 밝게 해주고, 그런데 그것이 단순한 어떤 정서의 문제가 아니고 끝없이 지독하게도 책을 읽어대고 자기 갱신을 하고 있는 그 모습 그걸 볼 때 저는 아주 놀라죠. 그래서 굉장히 내가 설레고 만나는 한 분 중에 하나죠. 저는 아마 거의 유일하죠. 많이 안 만나니까

유인경 = 선생님 시들이 연령에 상관없이 사랑받고 있어요. 뭐 아까 선생님이 깊이가 없다고 하셨지만 선생님 시에서 수많은 그러니까 국경과 세대를 초월한 시를 많이 쓰셨지만 많이 널리 회자되고 암송되고 하는 사랑 시들이 참 많고 그렇죠. 연애할 때 많이 인용되고. 한계령 폭설만 쏟아지면 인용하기도 하고. 뭐 '찔레꽃'도 그렇고. 그런데 사실 연애라는 말조차 요즘은 굉장히 희귀한 단어인 것 같아요. 썸 탄다라는 말, 속된 표현으로 하면 간만 보는 거잖아요. 그렇죠. 썸탄다 라고 썸남썸녀라고 하지만, 연애나 애인이라는 단어가 지금 박제된 단어로 쓰일 정도가 되면….

문정희 = 너무 흔하고 너무 때가 묻어버렸어요. 사실은 사랑 그런 말이.

유인경 = 얘기하지 말자고 그랬지만 예전의 연애는 목숨 바쳐 하는 연애가 정말 많잖아요.

문정희 = 근데 제가 연애를 아직도 못 잊고 사랑 얘기를 지금도 막 쓰고 싶은 이유는 제대로 한 번도 못했다는 열등감이 커요. 내가 생각하는 진짜 연애, 정말 사랑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이쯤은 돼야 하지, 그런 걸 거의 한 번도 한 것 같지가 않아요. 그래서 최근에 시집 '그 끝은 몰라도 돼'에서 '헛사랑' 그런 얘기했잖아요.

허무함과 헛것이 덧없었다는 그것이 배면에 짙게 깔려 있기 때문에 사랑이 사실 절박한데 그 정도 갖고 사랑이라고 내가 이름을 붙일 수 있었겠나. 이런 사랑 정도는 조금씩 했지만 정말 그 어떤 불후의 명작 속에 나오는 사랑이라든가. 우리 주변에서도 목숨을 건 사랑, 이런 거 보면 정말 대단하구나 생각해요. 한 생명을 갖고 태어나 어느 기간을 살면서 적어도 한 인간이면 인간, 어떤 장르면 장르를 저 정도는 가야지. 좀 그 말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깊이 빠지는 그런 것들을 한번 해보고 싶은데 못 했어요.

유인경 = 그렇죠. 근데 뭐 실연당해서 어떤 때는 정말 아득한 얘기지만 라디오 프로 사연을 보내기도 하고. 뭐 이별 때문에 뭐 여러 가지 극단적인 선택한 사람도 되게 많았는데. 연애 그 다음에 순종, 사랑, 연인 이런 단어들이 너무 흐릿해지고.

왜 연애를 안 하냐고 제가 MZ세대 잘파세대 한테 이제 물어봤더니 신경 소모나 에너지 소모도 소모하지만 그러니까 자기가 열심히 번 돈 그 데이트 비용으로 쓰는 게 너무 아깝다는 거고. 또 하나는 그러니까 연애 소설이나 연애 시조차 잘 안읽기 때문에 연애에 대한 환상도 너무 없는 게 아닌가 그런 것 같아요. 예 그런 것도 좀 보여지거든요.

문정희 = 그러니까 뭐 황폐화하고 사막화 하는 거죠. 자기가 번 돈은 자기를 위해서 쓰고 연애하는 시간 그런 시간이 소모로 느껴지고 이거는 어떻게 보면 영리해지고 또 똑똑해지는 한 모습이기도 해요. 그러나 인간의 삶이라는 것은 참으로 오묘하고 복합다난 해서 그러면 결국은 자기 황폐화에 도달하고 불행하고. 그 자체야말로 비극이 아닌가 이런 느낌이 듭니다.

유인경 = 저는 그래서 사실 연애라는 게 눈만 마주치는 게 아니라 이제 손도 좀 잡아야 되고 오감이 다 황홀하게 왜 그런 말 많이 하잖아요.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귀에서 종소리가 들린다고.

문정희 = 한 번도 그런 좋은 소리 안 들어봤어요.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5.03.14 oks34@newspim.com

유인경 = 종소리는커녕 항아리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는데…. 무서운 거는요 선생님. 이게 너무 놀라운 속도로 과학이 발달돼서 챗GPT라든가 AI라든가 그런데 그들하고 대화를 하면서 만족하는 청춘들에게 많다는 거예요.

문정희 = 만족은 무슨. 그 시간 소모를 하는 거죠. 만족이 되겠습니까? 저는 외국에서 한 3개월 정도 외국 작가하고 만나서 같이 생활한 적도 있잖아요. 마지막 헤어질 때 그래서 마지막 손을 잡을 때 그 살과 살 사이에 전해지는 따스한 피, 가슴이 무너지는 데도 아팠어요. 왜냐하면 이 살을 다시 이 피를 우리가 만질 수 있을까?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너는 어느 다른 벌판에 너는 재가 되어 누워 있을 거고 나는 또 어떤 우리 코리아의 한반도에 누워 있겠지.

이런 생각하면 인간으로 잠깐 태어나서 만났다는 게 이렇게 소중하고 즐거운데. 그래서 인간의 구원이라는 것은 결국 자기 승리를 하는 거지만. 네 종교도 그렇고. 그러나 그래도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이런 따스한 피를 교류하고 그 이야기 때문에 아파하고 이런 것이야말로 삶이 아닌가.

사랑을 왜 기쁘려고 합니까? 사랑처럼 힘들고 품이 많이 들고 고통스러운 게 없죠. 사랑이라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에요. 근데 그만큼 아프고 고통받고 열패감을 갖고 수모를 당하고 감정도 그래볼 가치가 있어요. 적어도 그 가치를 겪어서 나오면 어떤 위대한 교사나 어떤 위대한 책보다도 더 자기를 성장시켰다는 걸 볼 수 있는 경험이 바로 그 속에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저는 생각해요.

유인경 = 일단 이제 연애가 성공적으로 된다면 이제 그게 결혼과 뭐 이렇게 이어질 텐데 일단 결혼도 엄청나게 예전에 비해서는 청첩장 받는 빈도도 줄어들었고요. 저 출생 아이를 낳지 않는 거는 세계적으로도 속도감으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라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선생님은 시에도 또 수필집에도 그런 얘기 말씀 많이 쓰셨잖아요. 그렇습니다. 출산 과정 그다음에 아이 키우면서 이제 워킹 맘으로 사시는 거. 시인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어머니로 사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문정희 = 결혼은 사랑을 무화시키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다른 것으로 변질하는 거지요. 그래서 뭐 심지어는 화장실과 부엌이 있는 배경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에 에로스의 사랑 이거 거기에 포함이 되어야 하는데 있지만 다른 어떤 깊이를 갖게 되는 식으로 바뀐다. 그래서 자꾸 결혼을 사랑의 완성이라든가 사랑의 꼬임이라든가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훨씬 마음이 상할 수도 있어요.

유인경 = 실망하죠. 실망하고 꽃다발 받기를 기대했는데 정작 우리에게 돌아오는 건 분리 쓰레기, 쓰레기 분리해야 되는 일이고 하니까.

문정희 = 그러니까 그 삶이라는 것은, 일상이라는 것은 자꾸 이렇게 소모되고 반복하잖아요. 네. 그러면서 보이지 않게 굉장히 소모적인 것 같은데 뭐가 또 인생이 쌓이잖아요. 네. 그래서 사실은 이제 뭐 얘기를 제가 급격히 대답을 하자면 제가 인생 동안 싸웠던 거는 가난한 남자와의 결혼이었다던가, 또 그 남자와 결혼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남자가 아니어서 대화가 안 통하고 서로 굉장히 벽이 있었다든가, 이런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제가 가장 크게 싸웠던 것은 너무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이었어요. 그 일상에 마모되는 나와 나의 언어들, 나의 감각들, 그래서 그 혈투를 벌이면서 그 상투화되잖아요. 그렇죠. 그러면 제가 갖는 언어들도 굉장히 일상에 매몰되죠. 밥 먹어라 뭐 아이고 살쪘구나. 뭐 이렇게 하고

유인경 = 왜 양말을 그렇게 벗어놨냐?

문정희 = 네. 그래서 그 일상어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 독서를 했고, 호기심을 가졌고, 영화를 봤고. 이런 걸로 나를 이제 개척하는 건데. 아까 말씀하신 아이 문제는 아이를 처음에 안 낳고 좀 버텼어요. 너무 어린 나이에 무모하게 일찍 결혼을 해서 그때도 뭐 조금 똑똑했는지. 가만히 있어. 좀 생각해 보자. 이런 생각 때문에 그래서 점점 멀어져요. 이게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를 갖고 아이를 낳았는데 그 과정이 알고는 못할 짓이죠. 그러나 그 아이 낳을 때 한 여성으로서 세상에 자기 가장 비밀스럽고 가장 치부이면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고 가장 위대한 곳이기도 한 그걸 열어버리잖아요. 그렇죠. 그 완벽한 절망과 패배감 그 극도의 아픔 한 동물인 인간으로서 겪어야 할 그것을 통해서 아이가 탄생되잖아요. 그래서 위대하다 이렇게 함부로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걸 겪으면서 달라져버린 거죠.

이걸 겪었으니. 앞에는 오는 것은 그 품을 수밖에 없는. 그래서 한 인간으로 태어나 그래도 결혼 제도라는 것이 우리가 지금 발견한 제도 중에 그중 또 괜찮다는 제도니까 그렇죠. 그것을 거쳐서 아이를 하나 낳고. 결혼 제도를 겪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이를 낳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 한 생명을 또 이 세상에 이렇게 등장시킨다는 것은 더 없이 내가 생명을 갖고 태어난 사람으로서의 한 좋은 절차 하나를 크게 한 거 아닌가. 그래서 저는 굉장히 그 생명다운 생명 이렇게 보기는 합니다.

근데 이게 각자 개인이랑 인간이라는 게 이 똑같은 생각을 너에게도 적용하고 다 그렇게 할 수는 없잖아요. 네 그래서 혹시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죠. 그러면 또 그대로 저는 존중을 하기도 합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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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경제 숨통 '호르무즈 10km'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호르무즈 해협 10km 남짓의 수로가 지구촌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직접 충돌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불태운다는 협박을 거듭하는 상황. 160km 길이와 폭 30~50km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실제 항로는 10km 가량이지만 전세계 에너지 거래의 심장부다.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와 CMA CGM 등 주요 컨테이너 선사와 탱커, 트레이딩 하우스들은 호르무즈 통항을 전면 중단한 채 우회 또는 대기 중이다. 유럽과 중국 쪽 해운 데이터에서도 3월2일(현지시각) 기준 상업 유조선 통과가 사실상 0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된다. 사실상 민간 선박의 통행이 중단되면서 충격파가 지구촌 에너지와 물류 시스템에서 물가, 통화정책, 실물경제까지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진다. 일부 투자은행(IB)은 물가 급등과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호르무즈의 좁은 심해 수로를 통과하는 원유는 교역량의 4분의 1 이상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물량도 전세계 해상 거래의 20%에 이른다. AI 도구를 이용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분석을 재가공해 보면, 호르무즈를 지나는 원유와 LNG의 80% 이상이 중국과 인도, 일본, 한국 등 네 개 국가로 전달된다. 에너지 흐름은 이미 급제동이 걸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과 민간 데이터 업체 Kpler의 통계에 따르면 호르무즈를 거쳐 나가던 중동산 원유 가운데 상당 부분이 선적항에서부터 출항이 보류되거나 해협 인근에서 정박하는 실정이다.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지역 [사진=미국 에너지부, 블룸버그] 걸프 산유국들은 수출항에서의 선적 일정을 조정하고 일부 물량을 내륙 파이프라인을 통해 홍해 또는 지중해 쪽으로 우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호르무즈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미 아시아 LNG 현물 가격을 나타내는 JKM 지수는 3월2일 15.068달러/MMBtu까지 상승하며 2025년 2월13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국제 유가도 이번 사태 직전보다 20~30% 가량 뛴 상태다. 주요 투자은행(IB)은 단기적으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중심으로 변동할 것으로 보되, 호르무즈 봉쇄가 길어질 경우 120달러 선까지도 상단이 열려 있다고 경고한다. 단순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아니라 물리적 공급 차질에 따른 구조적 유가 상승이라는 설명이다. 중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 미국의 셰일 생산 여력, OPEC(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의 증산 여지를 감안한 다수의 시나리오에서도 호르무즈 봉쇄로 인해 당장 하루 2000만 배럴에 달하는 물량이 제때 시장에 도달하지 못하면 과거 걸프전 당시와 유사한 수준의 가격 충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조선과 LNG선, 컨테이너선이 호르무즈와 인근 해역을 기피하거나 우회하면서 해상 운임과 보험료가 동시에 치솟는 모양새다. 한 LNG 트레이딩 업체는 중동 항로의 워 리스크(war risk) 보험료가 화물 가치의 15~25%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전했고, 이로 인해 일부 선사는 차라리 선박을 놀리거나 다른 노선으로 돌리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글로벌 선사들이 호르무즈와 페르시아만 항로를 피하기 위해 선박을 재배치하면서 해상운임과 보험료가 동시에 상승하고, 일부 화주들은 아예 신규 예약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운임과 보험 쇼크는 곧바로 에너지 수입 가격과 전력 요금, 나아가 광범위한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유사와 발전사, 석유화학 기업의 원가가 이중으로 압박받게 되고, 여기에 컨테이너선과 벌크선까지 위험 해역을 피해 돌아가기 시작하면 중간재와 원자재, 곡물과 사료까지 운송 시간이 늘어나고 비용이 오른다.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가 장기화되면 글로벌 공급망은 또 한 번 구조적인 병목을 겪을 전망이다. 가뜩이나 끈적끈적한 물가가 재차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르무즈 봉쇄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미국과 유로존, 아시아 등 주요 수입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수개월간 0.5~1.0%포인트의 상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여러 연구기관에서 제시된다.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고 상황이 장기화되는 경우에는 특히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신흥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물가와 성장률이 동시에 악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다. AI 도구로 세계은행과 IMF, 민간 리서치기관의 모델을 종합하면 유가가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글로벌 경제 성장률은 0.1~0.2%포인트씩 떨어지고, 에너지 수입국의 경상수지와 재정 부담이 눈에 띄게 악화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유가 150달러 시나리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일부 취약 신흥국에서 통화 가치 급락과 경상수지 위기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지금과 같이 전쟁과 제재, 수송 차질이 겹친 상황에서는 단순히 유가 상승분만이 아니라 LNG와 전력요금, 곡물과 비료, 운임비까지 연쇄적으로 튀어오를 수 있어 기존의 "유가 파급계수"보다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 AI 기반 시뮬레이션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아시아 제조 강국들의 심장부를 이루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철강, 조선, 자동차 산업이 동시에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정유사와 발전사는 더 높은 가격에 원유와 LNG를 조달해야 하고, 이는 곧 전기 요금과 산업용 연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석유 화학과 철강, 시멘트 등 에너지 소비가 높은 업종은 원재료와 연료 비용 상승과 동시에 해상 운임 상승까지 감내해야 한다. 자동차와 조선, 전자업체들은 중간재와 부품 공급 지연, 운송비 상승, 해외 수요 위축이라는 삼중고를 마주할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10km 바닷길이 막히면서 에너지 공급과 해상 운임, 보험료와 전력 요금, 나아가 세계 각국의 물가와 성장률까지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쇼크'가 현실화되는 시나리오를 경고한다. shhwang@newspim.com 2026-03-0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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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만 울린 '왕사남 강가 포스터'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6년 최고 흥행작에 등극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900만 관객 돌파를 기념해 짙은 여운을 남기는 강가 포스터를 공개했다. '왕과 사는 남자'가 3일 900만 관객 돌파에 힘입어 강가 포스터를 공개했다. 영화 속 이홍위(박지훈)의 마지막과 함께 공개되는 장면 속 아련한 모습을 담아 깊은 울림을 전한다. 공개된 포스터는 왕위에서 쫓겨나 청령포로 유배된 이홍위가 강가에 홀로 앉아 쓸쓸히 물장난 치는 장면을 담았다. 흰색 도포를 입고 쪼그려 앉은 이홍위의 모습은 어린 나이에도 자유를 꿈꿨을 그의 심정을 짐작하게 해 먹먹한 감정을 자아낸다. [사진=(주)쇼박스]  특히, 엄흥도 역의 유해진과 이홍위 역의 박지훈이 포스터 속 장면에 대해 직접 소회를 밝힌 바 있어 관객들의 감정을 배가시킨다. 유해진은 "이홍위가 유배지 강가에서 물장난 쳤던 모습이 기억에 남고, 그때 엄흥도의 심정은 아들을 바라보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유배지가 아니라면 자유롭게 있을 나이인데, 너무 안쓰러웠다"라 말하며, 해당 장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지훈 또한 "강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장면은 해진 선배님의 제안으로 생긴 장면. 생각해 보니 친구들과 뛰어놀고 싶을 시기, 유배지에 와서 혼자 물장난을 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 단종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며, 해당 장면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이홍위의 복합적인 내면을 표현하고자 고심했던 과정을 밝혀 눈길을 모았다. 이처럼 배우들은 물론 900만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 강가 포스터는 '비운의 왕'이라는 단종의 단편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인간 이홍위'에 집중한 '왕과 사는 남자'만의 서사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 속 숨겨진 단종의 이야기로 900만 관객의 마음속에 묵직한 감동을 남기며 파죽지세의 흥행을 기록 중이다.  jyyang@newspim.com 2026-03-0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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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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