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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이제는 정치혁신'] (상) 중앙선관위의 환골탈태

기사입력 : 2024년10월12일 08:00

최종수정 : 2024년10월12일 08:53

개혁을 서둘러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민주적 방법이란 국민을 대신해 통치하는 정부를 선택하는 선거를 통해 이루어지며 경쟁적 투쟁(COMPETITIVE STRUGGLE)을 통해 국민의 표를 얻은 제도적 장치이다". 조셉 슘페터(JOSEPH SCHUMPETER)의 책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 1942)에서 언급된 내용이다.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개념을 처음 언급한 경제학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공정한 경쟁을 거치지 않고는 민주적 선거라 할 수 없고, 국민의 의지를 대변할 대의민주주의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선거의 공정성과 질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그리고 공정한 선거를 관리할 선거관리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며, 우리나라 선거의 질은 국제적 평가에서 어느 정도 순위를 차지하고 있을까, 마지막으로 선거의 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민주주의의 축제, 선거!

선거는 종종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불린다. 선거날은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을 위해 대신 정치를 해줄 새 대표를 뽑는 날로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은유적 표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거가 축제라는 개념이 사용되기 시작한 영국에서는 부패한 선거를 뜻하기도 한다.

기표소 앞에서 후보자들에게 술과 음식 그리고 즉석 연주가 제공되었고, 과하게 마신 유권자들끼리 서로 주먹질을 하며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는 축제"라는 은유적 표현은 대조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선거의 축제분위기는 이미 1500년대 때부터 자리잡기 시작했고, 특히 1750년대 영국의 대표화가였던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는 동판화를 시리즈로 제작해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선거축제를 매우 해학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아래 그림 참조).

선거 때면 1인만 출마하는 지역의 귀족들이 많았기 때문에 세금을 납부한 유권자들에게 주어진 투표권 행사를 독려하기 위해 동네에서 잔치를 베풀었고, 술과 음악, 그리고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 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강했다고 그 시대의 선거문화를 연구해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한 오리어리 교수는 전하고 있다 (CORNELIUS O'LEARY, THE ELIMINATION OF CORRUPT PRACTICES IN BRITISH ELECTIONS, 1868–1911, 1962).

문제는 2인 이상 출마하는 선거구에서 서로 당선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선거비용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개인파산과 채무, 그리고 투표 금전거래 등의 문제가 등장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거부패방지법이 제정되기 시작했다. 영국 민주주의의 역사발전은 선거부패와의 전쟁이라 할 정도로 역사적으로 법제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1695년 부패행위법(CORRUPT PRACTICES ACT), 1854년 부패행위방지법(CORRUPT PRACTICES PREVENTION ACT), 1868년 선거청원과 선거부패행위법(ELECTION PETITIONS AND CORRUPT PRACTICES AT ELECTIONS ACT), 1883년 부패 및 불법 행위 방지법(CORRUPT AND ILLEGAL PRACTICES PREVENTION ACT), 1885년 의회선거 부패방지법(PARLIAMENTARY ELECTIONS CORRUPT PRACTICES ACT) 등이 제정되면서 선거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러고 보면 선거민주주의의 역사는 곧 선거부패와의 전쟁이라 할 정도로 역사적으로 선거축제 문화가 심각한 대의민주주제의 정당성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례대표제(PROPORTIONAL REPRESENTATION SYSTEM)라는 선거제도를 고안한 로버트 헤어(ROBERT HARE), 빅터 드혼트(VICTOR D'HONDT) 등과 같은 선거제도 초기 학자들은 소선거구에서 복수의 개인 후보들이 경쟁하는 것보다 중대선거구에서 정당들이 획득한 투표수만큼 비례적으로 의석수를 배정할 때 선거부패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을 할 정도로 1900년대 초 선거부패는 유럽 국가들의 심각한 민주주의 문제로 자리잡고 있었다.

출처 : 위키페디아

중앙선거관리 기관의 등장

선거관리제도가 성장하기 시작한 배경은 선거부패와 무관하지 않다. 한번 선거가 치러지면 유권자 명부작성부터 기표함 제작 및 운송, 투표용지 제작, 투표소 설치, 집계와 발표 등을 관리할 전문기관이 필요했다. 투표소가 멀리 떨어져 있어 마차로 이동을 해도 몇 일이나 결려 도착할 수 있는 경우도 많아 대략 선거기간이 30일이 넘는 경우가 허다했다.

요즘도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들의 경우 투표에서 집계 및 발표까지 1주일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부정투표의 문제는 여전히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중립적인 선거관리제도는 민주주의의 구축에 필수적인 셈이다.

우리나라도 이승만 정부의 3.15 부정선거는 내무부가 선거를 관리하면서 공무원들을 전국적으로 동원해 투표함 바꿔치기나 특정 후보의 부정투표용지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조직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2공화국 당시 헌법에 명시된 선거관리 기관을 설립되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세계 민주주의 발전을 지원하는 국제 선거민주주의원조기구(INTERNATIONAL INSTITUTE FOR DEMOCRACY AND ELECTORAL ASSISTANCE, I-IDEA)가 분류한 국가별 선거관리기관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정부소속의 기관이다. 내무부 선거관리국 혹은 선거관리청을 두어 관리하는 경우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이 이에 속한다. 중앙선거관리 기관은 매우 작은 조직으로 정부부처에 속해 있어 정책과 법개정, 인구에 비례한 의석수 지역별 배분 등을 책임지고 선거관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책임지며, 선거청원 심판은 의회나 특별법원이 갖고 있어 선거시작부터 끝까지 국가 공조직이 선거관리에 참여한다.

둘째, 선거관리를 위한 독립적 기구를 들 수 있다. 헌법이나 관련법을 제정해 정부와 독립적으로 선거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을 따로 조직하는 경우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캐나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이 부류에 속한다. 정부의 예산을 받아 활동하지만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완전히 정부의 의지와 무관하게 활동하기 독립기구적 성격을 띤다.

셋째, 선거관리 업무는 상당부분은 독립적 기관이 담당하지만, 유권자 관리, 정당등록, 선거자금, 선거재판 등은 따로 정부기관이 담당하는 혼합형이다. 영국, 네덜란드, 인도네시아는 두 개의 선거관리기관이 존재한다. 독립기구는 투표진행은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다. 즉 부재자투표 신고, 유권자 명부 제작, 기표소요원 교육, 기표소 설치, 집계 및 발표 등은 각 기초단체와 광역단체에서 관리하는 2원화의 방식으로 선거관리가 진행되고 있으며, 선거청원 등은 법원이 맞아 독립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몇 개의 독립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로 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선관위는 두 번째 분류에 속하는 독립기구에 속하며, 헌법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위상이 언급되어 있고, 자체 독립예산을 가지고 선거계도, 유권자관리, 정당등록, 국고지원부터 투표일 기표소 설치 관리, 집계 및 발표 등의 전 과정을 관리한다. 선거법 위반행위가 선거공정성을 해칠 때 중지, 경고, 시정명령을 불이행하는 때 관할수사기관에 수사의뢰 혹은 고발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진다.

그렇다면 각국의 선거관리기관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선거의 질을 연구하는 국제연구프로젝트의 결과를 비교해 보자.

선거의 질 평가

선거의 전 과정은 크게 선거전, 선거당일, 그리고 선거후의 단계로 나뉜다. 선거의 질 연구는 캐나다 연구팀인 홀리 엔 가넷 (HOLLY ANN GARNETT)과 토비 제임스 (TOBY S. JAMES)가 수행하고 있는 선거청렴성 국제비교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이 국가비교 연구는 선거의 과정을 다음의 8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아래 그림의 상단 우측부터 1) 선거규정과 법제정 및 선거제도 및 선거구 획정, 2) 선거준비 및 선거용품 구매, 3) 선거교육 및 정보제작, 4) 유권자 등록 및 감시단 선정, 정당 등록, 대 언론 소통, 선거운동 및 정당재무제표 안내, 일반 기표소 및 특별 기표소 투표 및 집계, 선거결과발표, 재정회계 및 불복에 대한 절차(재검표, 선거재판); 선거 후 과정 (연구, 자료수집 등)으로 구분된다.

<그림 1> 선거과정과 선거관리의 영역

이렇게 8단계로 구분된 선거관리 과정은 각국의 선거관리위원회와 각국선거전문가의 설문조사를 통해 다음의 11가지 지표로 측정된다.
1. 선거법 – 공정성 여부
2. 선거절차 – 하자여부
3. 선거구획정 – 특정후보 및 정당차별성 여부
4. 유권자등록 – 특정유권자 차별여부
5. 정당등록 – 특정 정당 차별여부
6. 언론 – 선거법 침해 및 공정보도 개선요구 등 여부
7. 선거운동재정 – 공천기금 납부 등 여부
8. 투표과정 – 차별, 폭력, 동원 등 여부
9. 집계과정 – 공정성, 투명성, 접근성 등 여부
10. 결과발표 – 정보투명성, 안전성, 비폭력성 등 여부
11. 선거관리기관 – 중립성, 전문성, 비판대응성

선거 청렴성 프로젝트에서 수집된 데이터세트는 전 세계에서 실시되는 선거의 질을 측정해 평가하고 있다. 선거 전문가의 의견을 수집한 설문 조사를 기반으로 한 이 연구는 각 국가의 선거관리위의 선거관리 청렴성을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청렴성인식지수 (PERCEPTION OF ELECTORAL INTEGRITY) 측정은 2012년 7월 1일부터 2023년 12월 20일까지 전 세계 170개국에서 진행된 586개의 전국 의회 및 대통령 선거가 포함되어 있다. 선거별로 40명 내외의 선거 전문가과 온라인 설문조사로 진행되었으며 이 설문조사에는 5,230명의 선거 전문가의 평가가 포함되어 있으며 2023년 응답률은 13%를 기록하고 있다. 80점 이상의 점수를 획득한 국가는 총 14개국에 이르며, 70대 점수를 기록한 국가는 24개국에 이른다.

선거관리의 질이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한 국가는 핀란드(89점), 덴마크(87점), 에스토니아(85점), 오스트리아(83점)이 유럽에 속해 있고 아시아에는 이스라엘(83점), 남미의 우루구아이(83점) 등의 순으로 분포되어 있다. 그 뒤를 이어 스위스(82점), 스웨덴, 독일, 캐나다, 타이완(81점), 리투아니아와 슬로베니아(80점) 등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는 지역은 예상한 대로 유럽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75점)에 이어 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공동으로 73점을 얻어 중상위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영국(71점), 프랑스(67점), 미국(64점) 등 민주주의를 일찍 시작한 국가들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국가별 순위를 보면 28위 수준에 해당된다.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규모와 역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셈이다.

이코노미스트지에서 매년 발표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질 평가의 2023년 지수에서 2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수준은 이미 20위 초반권에 이르렀지만, 선거관리의 질은 조금 더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표 1> 선거청렴성 인식지수 국제비교. 출처: ELECTORAL INTEGRITY GLOBAL REPORT 2023. YEAR IN ELECTIONS PEI 9 REPORT DRAFT V0.05 (SQUARESPACE.COM)

하지만 선거청렴성 인식지표는 앞에서 소개한 선거의 전 과정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즉 선거 이후 선거사법 처리과정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중앙선관위가 자체적으로 고발한 선거법 위반사건과 선거결과에 불복해 진행되는 선거소송 등은 이 국제연구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선거의 질이라기 보다는 투표결과 발표까지의 과정만을 평가한 지수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거법 위반사례를 사법적으로 판단하는 선거재판 과정까지 포함하는 선거의 전 과정을 평가한 국제지수를 존재할까?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allpas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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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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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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