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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에 재반박'...고려아연 vs MBK, 재무건전성 공방 날로 격화

기사입력 : 2024년09월25일 18:18

최종수정 : 2024년09월25일 18:18

고려아연 부채 규모와 속도 두고 양측 논쟁
원아시아파트너스·이그니오 투자 적정성도 쟁점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75년간의 공동 경영을 이어온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

장 씨 집안의 ㈜영풍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를 선언했다. 최 씨 집안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고려아연은 이들을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으로 규정하며 반박 및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영풍과 MBK는 최 회장의 경영권을 가져와야 하는 근거로 최 회장의 경영 능력을 문제 삼고 있다. 세부적으로 ▲부채 규모 폭증에 따른 재무 건전성 악화 ▲최 회장 취임 후 진행한 투자의 낮은 성과 ▲원 아시아 파트너스를 통한 투자의 실패 ▲이그니오 투자 실패 등을 제시했다.

고려아연은 근거를 들어 이를 MBK의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수치 왜곡이라고 반박했고, MBK가 고려아연의 반박이 오히려 사실 왜곡이라며 재반박하며 양측의 공방은 지속되고 있다.

[자료=MBK 파트너스]

◆ 재무 건전성 악화 논쟁... 고려아연 부채 규모와 속도 문제

영풍·MBK 측이 최 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 중 하나는 고려아연의 부채 규모와 속도 문제다.

양측은 우선 '순현금'(Net Cash) 문제를 두고 맞섰다. 순현금은 재무제표에서 기업 유동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기업이 단기적인 재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순현금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에서 단기 부채를 차감한 금액이다.

MBK 측은 최 회장이 고려아연 사장으로 취임한 지난 2019년부터 부채가 4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4110억원으로 35배 증가했다고 했다. 그에 따라 2019년 2조5000억원 규모였던 고려아연의 순현금 규모가 올해 말에는 마이너스(-) 440억원의 순차입금(순부채)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MBK는 순부채 전환 예상의 근거로 올해 하반기 기확정된 호주 풍력발전소 투자금 잔액과 카타만 투자금 잔액, 중간 배당금 지출, 그리고 올해 3월부터 본격화된 최 회장 우호 지분 확대 목적으로 의심되는 총 55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이 지속된다면, 올해 반기말 기준 순현금 6680억 원이 모두 소진되고도 모자란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올해 연말 순부채 상태가 아니라며 MBK 측이 평가절하하기 위해 편의적으로 수치를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통상 기업은 보유 현금을 계산할 때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 금융기관 예치금, 단기 투자 자산 등을 전체적으로 합산한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을 고려하는 것은 MBK의 일방적 입장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MBK가 '빠르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을 제외했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고려아연의 현금(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 금융기관 예치금+단기 투자 자산)은 2조1277억원이며 같은 시기 총차입금(단기차입금+유동성 장기차입금+유동성 사채+장기차입금+사채)은 1조3288억원이다. 총차입금을 모두 상환해도 순현금은 7989억원으로 올해 말에도 순현금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MBK는 이에 대해 '빠르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을 제외하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 고려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재반박했다.

MBK는 단기 금융기관 예치금 2615억원과 단기 투자 자산 9280억원을 다 포함했고, 다만 고려아연이 제시한 현금 2조1277억원에서 '사용이 제한된' 현금성 자산 490억원만 제외했다고 밝혔다.

또한 회계 기준 상 차입금에 리스부채는 포함돼야 한다며 차입금은 고려아연이 밝힌 1조3288억 원에 리스부채 819억원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올해 반기 말 연결 기준 순현금은 현금 2조788억원에서 차입금 1조4107억 원을 제외한 6681억 원이라는 게 MBK의 입장이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 주장한 순현금 7989억원이 연말까지 유지된다 해도, 2019년 말 기준 2조5805억원이었던 순현금 규모가 4.5년 만에 1조8000억 원이 증발했다는 사실은 재무 건전성 악화의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MBK는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부채의 규모가 아니라 부채 증가의 속도"라며 "단기간 내에 이렇게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기업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이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신사업 투자로 인한 부채의 증가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며, 기존 제련사업을 고수하며 무차입 경영을 실천하던 고려아연의 특성상 초반 투자 진행 시 부채 증가가 급격한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재반박했다.

[자료=MBK 파트너스]

◆ 최 회장 취임 후 고려아연 투자 38건 중 30개 기업 순손실 여부 논쟁

MBK 측은 최 회장 취임 후인 2019년 이후 고려아연이 투자한 38개 건 중 30개 기업들이 2021~2024년 상반기까지 총 5297억 원 규모 누적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최 회장의 주도로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거나 본업과는 무관한 투자들이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MBK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투자한 기업의 당기순손익을 합산하는 과정에서 L사와 H사 등 우량기업의 2022년 당기순손익을 제외했다고 반박했다.

L사와 H사 등 우량기업의 2022년 당기순손익을 포함하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당사가 투자한 기업의 총 당기순이익은 '조 단위'가 된다는 게 고려아연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MBK가 발표한 투자 실적은 당사의 전체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를 반영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타법인 출자 현황 공시 요건에 부합하는 일부 투자 건에 국한된 것이며, 실제 당사가 보유한 전체 투자 자산의 성과는 훨씬 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시 자료를 보면 고려아연의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 중 상당수는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투자를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서 당기순이익을 사용했는데 이는 종속/관계기업으로 투자를 하는 경우에만 유의미한 지표이며, 실질적으로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는 자산에 대해서는 해당 자산의 개별 가치를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BK 측은 MBK가 제시한 자료에는 L사와 H사의 당기순이익이 제외돼 있지 않다며 수치를 왜곡해 발표하는 것은 최 회장 측이라고 재반박했다.

MBK는 "고려아연은 L사와 H사 지분을 2022년 11월 24일에 취득했으므로 해당 투자 건의 당기순이익은 2023년과 2024년 상반기 수치만 포함돼야 한다"며 "MBK가 우려한 바는 투자한 기업의 당기순이익 '합산 규모'가 아니라, 고려아연이 집행한 투자 38건 중 대부분인 30건에서 손실이 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자료=MBK 파트너스]

◆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적정성 논쟁

MBK 측은 최 회장 취임 후 추진한 투자 중 원아시아파트너스를 통해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 점도 문제 삼았다.

총 투자 원금은 5561억원인데 올해 6월 말 기준 평가 금액은 원금 대비 24.8% 감소한 4183억원으로 손실액이 1378억원이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최 회장의 중학교 동창이며 친구로 알려진 지창배 대표가 운영한다는 점도 의혹으로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출자는 관련 법령 및 내규에 의거한 절차를 거친 적법한 투자이며 펀드 출자자(LP)인 고려아연은 펀드의 운영에 관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여유 자금 활용을 통한 투자 수익 증대를 위해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거쳐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했고,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관련 법령 및 내규에 의해 필요한 절차를 모두 거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 특히 블라인드 펀드 출자의 성질상 해당 펀드가 어느 사업에 투자를 집행하는지에 대해서는 LP인 고려아연은 관여할 수 없다"며 "따라서, 고려아연 본업과 관련이 낮은 기업에 투자가 집행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일정한 시기에 해당 펀드에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만으로 당사의 투자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에 투자한 펀드들의 가치 평가는 감사인인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 금융당국에 공시까지 한 것"이라며 "MBK는 그 가치 평가를 사용하지 않고 자의적인 밸류에이션 방법(순자산가치 평가)을 사용해 손실액을 과장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는 단순한 자산 기준 평가가 적합하지 않으며, 미래 수익성과 경쟁력을 포함한 포괄적인 가치 평가가 필요하다"며 "1378억원을 손실액이라고 표현한 자료는 고의적으로 틀린 자료를 사용했다. 또 원아시아파트너스에 투자한 펀드들에 대해 약 800억원의 원금을 회수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모두 손실액으로 왜곡 반영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MBK는 고려아연의 반박 근거는 사실이 아니라며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를 통해 투자한 8개 펀드에서 발생한 잠재 손실액을 검토했고, 공시로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출자 환급액 전액을 모두 고려했다"고 재반박했다.

MBK는 "해당 펀드들에서 발생한 확정된 손상차손 금액만 해도 공시 자료 기반으로 367억원이며, 8개의 펀드 중 절반인 4개에서 손상차손이 발생했다"며 "손상차손은 펀드의 회수 가능액이 장부 가액을 미달할 것이 확실시될 때에만 인식하게 되는데, 총 8개 중 4개 투자 건에서 손상차손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MBK는 자의적인 밸류에이션 방법을 사용했다는 고려아연에 대해 "순자산가치 평가는 정석기업, 타이드스퀘어의 주식 가치만이다"라며 "해당 주식은 고려아연이 현물 배당으로 주식을 취득해 더는 펀드가 운용하고 있는 자산이 아니고, 상장되어 있는 주식이 아니어서 공정 가치 평가에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두 회사에는 순자산가치에 기반한 평가를 진행했다"고 재반박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점은 손실이 얼마인지뿐만 아니라, 이사회 결의를 받지 않고 최 회장의 중학교 동창으로서 친구로 알려진 지창배 대표가 운영하는 원아시아파트너스에서 대규모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라며 "고려아연 한 해 인건비 총액(급여 및 복리후생비) 3762억원을 넘어서는 약 5600억원을 투자하도록 단 한 번도 이사회 결의를 받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자료=MBK 파트너스]

◆ 이그니오 투자 적정성 논쟁

MBK는 최 회장의 또 다른 투자 실패 사례로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사례도 제기했다.

이그니오는 미국의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으로 고려아연은 2022년 총 5820억원을 투자해 100% 지분을 인수했다. MBK는 인수 직전 사업 연도인 2021년에 이그니오 재무 실적 허위 기재 의혹이 있었다며 2022년 11월 공시 기준 매출액 29억원인 회사를 200배 넘는 자금을 주고 인수해 과도한 밸류에이션에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금액이 이그니오 매출액에 비해 과도하다는 주장은 인수 대상 사업 부문 일부의 매출액을 의도적으로 제외했기 때문"이라며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이 2022년 페달포인트를 통해 인수한 이그니오의 매출액을 29억원으로 보고 약 203배의 돈(5820억원)을 주고 인수했다고 하지만 자료를 왜곡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고려아연은 "2022년 이그니오를 인수하면서 이그니오의 기존 주주가 가진 트레이딩 부문 자산도 함께 취득했다. MBK는 당사가 투자에 실패했다고 호도하기 위해 해당 숫자를 제외했다"며 "2022년 미국 자회사를 통해 이그니오홀딩스를 인수했고, 투자 당시 글로벌 초대형 투자은행(IB)의 기업 가치 보고서를 토대로 적정 가치를 산정한 뒤 매도인과의 협상 및 합리적인 경영 판단을 거쳐 거래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2022년 11월 금감원 공시에서는 트레이딩 부문 자산에 대한 매출액이 제외돼 인수 대상의 매출액이 29억원(2021년 기준)으로 적시됐지만, 앞서 7월 공시에는 트레이딩 부문 자산에 대한 매출액이 포함돼 매출액이 637억원"이라며 "637억원을 기준으로 보면 인수 대가는 약 9배다. 멀티플 9배는 합리적인 평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그니오를 인수한 페달포인트의 매출액은 2022년 말 329억원, 2023년 말 809억원, 2024년 상반기 5721억원으로 흑자 전환을 위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이러한 숫자를 활용하지 않고 특정 시기의 숫자를 활용하며 투자 실적을 축소,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자원 순환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일시적으로 회계상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사업 환경 변화 및 경영상 필요에 따라 투자 계획도 일부 수정되는 경우가 빈번한데, 구체적인 근거 없이 투자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악의적인 의혹 제기라는 게 고려아연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MBK 측은 "이사회 보고 자료나 공시 자료에서는 이그니오홀딩스 외 고려아연에서 취득했다는 트레이딩 부문의 자산에 대한 정보가 제공된 바 없다"며 "구체적으로 트레이딩 부문이 어떠한 사업을 영위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그니오홀딩스의 본업인 미국 내 전자폐기물(E-waste) 수거, 해체, 파쇄 및 처리업과 수익성, 성장성이 다른 사업일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이어 "트레이딩 사업은 매출의 9배로 거래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트레이딩은 거래를 중개하고 낮은 마진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매출의 1배 이상을 초과해 지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최 회장 측의 주장대로 트레이딩 부문 자산도 취득했다면, 이사회에 해당 자산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시 자료에도 각각의 자산이 구분돼 있어야 하며, 이를 누락한 것은 불성실 공시에 해당한다. 만약 트레이딩 사업부문이 기존 이그니오홀딩스의 하나의 사업 부문이라면, 인수 전 사업 연도인 2021년 재무 실적에는 포함됐을 것"이라며 "따라서, 감사받은 29억원의 매출액에 이것이 포함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페달포인트는 캐터만 등 이그니오홀딩스 이외에 다른 사업부의 실적이 함께 혼재돼 있기 때문에 페달포인트의 매출액을 기반으로 이그니오홀딩스에 대한 투자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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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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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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