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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조형물 세운 '역상조각'의 작가 이용덕 "인물은 나의 영원한 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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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카우스'(옛 용사의 집)에 조각 '위대한 결집' 설치
작은 창문 넘어로 과거를 보고 이를 형상화
미니멀조각 대세지만 '인간'은 변함없는 탐구대상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서울 용산역 일대는 '상전벽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놀랍게 변모했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을 중심으로 용산은 이제 '서울의 또다른 별세계'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최첨단 마천루들이 행진하듯 늘어서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서울 용산역 광장 옛 '용사의 집'에 새로 들어선 로카우스 앞에 세워진 이용덕 작가의 작품 '위대한 결집'(디테일).550x342x826cm. 2023, 스테인리스 스틸, 도색. 2023.07.09 art29@newspim.com

그 가운데 용산역 광장의 옛 '용사의 집'은 가장 획기적으로 변모한 건물이다. 근 50년간 용산역을 오가던 국군 장병들의 휴식처였던 건물은 올들어 고급 호텔로 탈바꿈했다. 지상 30층, 지하 7층에 객실 274개를 갖춘 'ROKAUS'(로카우스)로 재탄생한 것. 건물 앞에는 조각가 이용덕(Lee Yong Deok)의 높이 8.2m의 조형물이 지난 봄 세워졌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이용덕 '위대한 결집'.2023. 550x342x826cm,스테인리스 스틸, 도색.2023.07.09 art29@newspim.com

'위대한 결집'이란 제목의 이용덕 조각은 국군 장병이 거수경례하는 모습, 차렷 자세의 모습 등을 반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4개의 기다란 금속막대를 끝없이 쌓아올리며 군인을 표현한 이 흰색 조각은 빛, 시선의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형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즉 사각막대의 직선적 요소를 수없이 반복해 나라와 겨레에 충성하는 용사의 모습을 표현했다. 이를 통해 국군 장병의 결집력을 시각화했다. 이렇듯 '쌓기'라는 단순간결한 기법으로 인물의 태도와 내면까지 형상화하는 방식은 조각가 이용덕의 독창적인 표현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MDF판 500장을 컷팅 없이 그대로 쌓아올린 이용덕의 작품 'Encounter-Submission 만남-진술'. 2014. 베이징 798 Art Factory 전시 출품작. MDF판 집적. 2023.07.09 art29@newspim.com

이같은 기법은 이용덕이 지난 2014년 중국 베이징 다산츠의 798아트팩토리에서 선보여 주목받았던 형식이다. 대규모 조형물이라든가 야외조각에서 지금껏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조형실험을 시도해왔던 이용덕은 베이징에서 단일한 재료를 집적하는 방식을 통해 거대한 인간 두상을 표현했다.

당시 그는 직사각의 MDF판 500장을 계속 쌓아가며 높이 2.25m의 인간 두상과 서있는 인체상을 동시에 표현해 갈채를 받았다. 이어 2017년에는 경북 포항서 열린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에 철판 500장을 쌓아올린 '만남' 작품을 구현했다. 무게 63톤에 달하는 이 조형물은 내부터널 한쪽에 사람 얼굴이 나타나고, 반대쪽에는 인체 실루엣이 나타나는 것이 베이징 798갤러리에서 시행했던 작업과 맥을 같이 한다.

이번에 이용덕은 서울 용산에서 각기 다른 장병의 실루엣을 네(4) 방향으로 동시에 표현해 진일보한 작업을 시현했다.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4개의 금속막대가 교차하며 반복적으로 쌓여져 네 방향 끝 단면에 인물의 외곽선이 나타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이용덕 '위대한 결집',550x342x826cm.2023, 스테인리스 스틸, 도색. 2023.7.09 art29@newspim.com

초고층 건축물의 수직적 구조와 이용덕의 수평적 직선작업은 대비를 이루면서 멋진 조화를 보인다. 창공을 향해 30층 높이로 치솟은 수직의 로카우스 빌딩에, 이용덕의 희고 눈부신 수평적 조형물은 수직과 수평, 블랙과 화이트,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무리없이 어우러지며 흥미로운 시각효과를 보여준다. 

수평으로 켜켜이 쌓아올린 금속막대의 반복이 만드는 반투명한 막은 마치 문이나 창문에 설치해 찰랑거리는 가림막 내지는 대나무발을 연상케 한다. 또 시선에 따라 수평의 선들이 겹치는 효과가 발생하며 마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한 모아레(moire) 현상을 보여준다. 

이용덕 작가는 "군인들은 작전 수행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채, 서로 연대하고 결집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게 특징이다. 개개인이 도드라지는 것보다, 하나로 연대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육해공 용사들의 형상을 수평의 금속막대를 쌓아가는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대체로 인물조각은 직설화법으로 인물의 모습을 매스(Mass)덩어리로 표현하는게 상례다. 하지만 작가는 역설적인 방식을 택했다. '국군 장병'하면 그 힘차고 늠름한 모습을 묵직한 돌이나 브론즈를 이용해 압도적으로 형상화하기 마련이지만 작가는 오히려 가늘고 긴 흰 금속막대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기법으로 작업해 참신하면서 미래지향적 인물상을 창출해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이용덕의 역상 조각 'Wash Up-세안'.04243, 2011. 190x80x12cm 2023.07.09 art29@newspim.com

이번 조형물은 기존 이용덕 조각의 특성처럼 바라보는 시점과 빛의 변화에 따라 다른 조형효과가 연출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변화하는 햇빛의 조건에 따라 그림자와 직선이 보여주는 강약의 변화, 관찰자의 시점 변화에 따라 선의 방향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는 것이다.

◆이용덕이 90년대에 창안한 '역상조각'

작가 이용덕은 1990년대 초반부터 실제와 재현의 문제를 탐구해왔다. 모두들 미니멀한 추상조각에 몰두할 때 그는 인물 조각에 매달려 있었다. 많은 이들이 구상조각은 진부하다고 여겼지만 "인물은 여전히 파고들 것이 많다"고 여긴 그가 창안해낸 것은 '음과 양'이 뒤바뀐 역상조각(Inverted Sculpture)이었다. 속이 텅 비어 '네가티브 조각'이라고도 불리는 이 조각은 음각으로 새겨진 조각이지만, 감상자에겐 양감이 느껴져 이채롭다.

볼록함과 오목함, 안과 밖, 음과 양이 뒤바뀐 듯한 이 역상조각은 두 세계의 공존을 눈으로 확인시켜준다. 만져질 것같은 인물이 실은 오목하게 파인 것임을 감상자는 뒤늦게 알고 탄성을 지르게 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이용덕 'writing' 2004, 127x90x12cm. mixed media 2023.07.09 art29@newspim.com

이용덕은 존재이자 실존으로서 우리 '삶의 모습에 대한 통찰'을 작품에 담아낸다. 그가 포착하는 대상은 우리 주변의 지극히 평범한 이웃들이다. 엎드려 무언가 글을 쓰는 여자, 구부정한 자세로 세안하는 노인, 벤치에 앉아 상념에 빠진 여자 등이다.

작가는 언제부턴가 일상을 영위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무한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고 한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생명력 넘치는 동작은 물론이고, 그들의 동작에 따라 구겨지고 펴지는 옷주름까지도 아름다워 감동했다는 작가는 "그것들을 저장(save)해놓고 싶었고, 전이(transfer)라는 과정을 시도하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너무나도 평범한 모습이지만 이용덕은 자신이 저장한 대상의 '현존'을 완벽할정도로 섬세하면서도 매력적으로 작품화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이용덕 'sitting'.140786.104x80x12cm 2023.07.09 art29@newspim.com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이용덕은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진수성찬이 그득하게 차려진 밥상이 그 앞에 놓였지만 그는 독일 베를린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세상은 원래 '모순'으로 가득차 있고, 이를 수용하는 게 인간 삶이라 믿었으나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로 답답했기 때문이다. 그 답답함이 독일서 '감각'을 받아들임으로써 차츰 해소됐다고 한다. 

마음을 열고 세상을 보니 '부재를 통한 존재의 인식'이 떠올랐고, 마침내 역상조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 작업으로 이용덕은 아시아 현대조각의 주요 작가로 국내외에서 이름을 떨치며 활동했다. 독일 베를린 슐 뮤지엄, 중국 국립미술관, 마카오 미술관, 상하이 다륜미술관 등 국내외에서 19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세계 각국에서 100여 회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미술평론가 김원방은 "이용덕의 조각은 '물질적 대상'을 만들어 제시하거나 사실적인 '재현'을 만들어내는 대신, 관객이 위치한 현존적 시공간을 총체적으로 개입시키고 연속시킨다. 그것은 일종의 가상현실적 '몰입'의 상황이며, 대상과 주체가 서로를 맞물리는 순간에 발생하는 상호교차적 시공간이다"고 했다. 또 "이용덕의 음각 조각은 '존재 대 무'라는 이분법적 형식이 아니라, '존재의 부정이면서 동시에 무의 부정', 즉 '이중 부정'으로 정의될 수 있다"고 평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이용덕 'I'm not expensive', 2008, 700x284x50cm. 2023.07.09 art29@newspim.com

이용덕은 전통적, 기념비적 조각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즉 클래식한 전통조각에서부터 동시대 컨템포러리 설치작품까지 작가적 스펙트럼이 넓고, 표현도 다양하다. 

작가는 과거를 볼 수 없게 막아놓은 벽에 작은 창문을 뚫고, 그 창문을 통해 과거를 본다. 그는 "창문 너머에 있는 이들을 현재 내가 있는 현실에 입체로 만들어놓음으로써 시간의 변화와 공간 속 실체로 되돌아온 것같은 효과를 만들어낸다. 과거라는 시간의 거대한 물줄기에 밀려가 사라져버릴 사실들을 '무시간, 무공간'의 조건 속에 저장해 현재라는 시공간 속에 놓는 것이 내 작업"이라고 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이용덕 '안중근 의사상'(부분), 2011. 브론즈. 서울 남산 안중근기념관. 400x400x750cm 2023.07.09 art29@newspim.com

이용덕은 공공조형물(Public Art) 영역에서 중요한 작품들을 다수 제작했다. 역사적인 인물로는 안중근 의사상(남산, 안중근기념관), 유관순 열사상(삼일공원, 동작구)이 있다. 또 김수환 추기경상, 프란치스코 교황상 (명동성당) 정주영 정신영 형제상(서울 관훈클럽)도 제작했다. 대치동 포스코 사옥의 박태준회장 부조도 그의 작품이다.

중절모를 쓴 박태준 회장이 당당히 서있는 이 역상조각은 관람자가 움직이면 인물이 같이 움직이는 듯하다. 권위적인 기업인 흉상에선 느낄 수 없는 친근함과 함께, 박 회장이 우리 곁에 찾아온 것같은 착시현상에 빠지게 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이용덕 '정주영 정신영 형제상'. 서울 종로구 인사동 관훈클럽 정신영기금에 세워져 있다. 2023.07.10 art29@newspim.com

요즘 작가는 '아이의 얼굴처럼 그 자체로 완벽한 것','자연의 바위와 나무처럼 생명감 넘치는 것', '그저 있기만 해도 아름다운 것'들을 계속 저장해가며,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어질 때 새로운 작업을 펼치겠다고 한다. 마침 내년 2월이면 교수직(서울대학교 미술대학)도 정년이라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 감각을 다시금 일깨울 계획이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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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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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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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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